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아이가 거실에서 공이놀이를 하고 있다. 예전의 조약돌 같은 공기 돌이 아닌 플라스틱 공기알이지만 놀이 방법은 같았다. 아내를 끌어들여 편을 짜서 100년 내기를 했다. 한 편이 되어 내기에서 아깝게 진 큰 딸아이와 둘이 함께 벌칙으로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해야 했다.
모처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이들과 함께 했던 공기놀이는 10년이 넘는 이민생활에서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회였다. 386세대로서 어린 시절 놀이문화가 그리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60-70년대 어린 시절 우리의 놀이문화는 무엇이었나…
하루 종일 해가 뉘 엿 뉘 엿 질 때 어머니의 손에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못내 아쉬워했던 재미난 놀이들.
쓰다 남은 종이 한두 장, 구슬 뭉치들만으로도 재미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쉬는 시간 교실 뒤에 모여서 또는 운동장에서 짧은 10분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한, 여러 색과 모양의 다양한 유리 구슬, 비슷비슷한 크기의 돌멩이 다섯 개를 모은 공기알들, 각종 그림, 글씨와 별들이 새겨진 동그란 딱지 등은 그 시절 아이들에겐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기미면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등의 노래 가사에 맞춰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고무줄 위를 팔짝 팔짝 뛰어 다니던 여학생들, 살며시 다가와 연필 깎는 칼로 고무줄을 끊고는 줄행랑을 치는 심술꾸러기 남학생들. 그 당시 여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무줄 놀이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고무줄의 높이에 따라 두 손을 땅에 짚고 양다리로 고무줄을 걸어 넘어가던 샛 가락질(?) 놀이도 있었고…
남학생들의 놀이였던 구슬치기(일명 다마 치기)는 놀이 방법도 다양했다.
앞뒤로 줄을 긋고 그 가운데에 그려진 삼각형 안에 구슬을 몇 개씩 넣고 순서대로 쳐서 맞은 구슬이 삼각형 밖으로 나가면 구슬을 따먹고, 오히려 던진 구슬이 삼각형 안에 들어가면 더 이상 던질 기회를 주지 않던 놀이, 홀·짝 게임, 구멍을 여럿 파고 그 속에 구슬 넣기를 하던 놀이 등등.
동네 공터에서는 물렁물렁한 공 하나만 있으면 편을 나누어 ‘하~리’를 외치며 시작하던 짬봉 놀이도 있었다.
땅따먹기, 다방구, 술래잡기, 숨바꼭질 등도 그 시절 빠뜨릴 수 없는 놀이. 동네 전봇대 담벼락 아래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아이들. 좁은 골목길에서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고 큰 소리로 술래잡기할 아이들을 끌어 모으기에 바쁜 아이. 뜀박질 잘하는 아이들이 우쭐대던 다방구 놀이, 전봇대에 꼭 붙어서 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를 외치며 ‘못 찾겠다, 꾀꼬리’ 노래까지 불러대던 숨바꼭질 놀이도 그 당시를 풍미했던 어린아이들의 놀이였다.
흙 땅만 있으면 잣 치기, 말뚝박기, 오징어 놀이. 십자형 놀이, 조그만 돌 하나만 있으면 땅따먹기, 비석 맞추기, 사방치기까지도 했다.
수업시간 중간 중간의 쉬는 시간에 짝궁하고 네 손가락 맞잡고 서로 엄지손가락 먼저 누르려고 안간힘을 써대고, 남자애들은 틈만 나면 연필, 지우개 따먹기 한다고 소란을 피웠다.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주먹)찌(가위)빠(보)’ ‘하나 빼기!’ ‘쌀, 보리, 쌀…’ 등 손장난 놀이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을 부르면서 손바닥을 예술적(?)으로 부딪치며 노는 여학생들의 놀이 등도 떠오른다.
해 떨어지는 줄 모르고 먼지 풀풀 날리며 신나게 놀던 어린 시절 각종 놀이들. 비록 먼 옛일이지만 우리가 보낸 한 시절 동심의 세계로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지 않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학교가 끝나면 방과후 학원을 가야하고, 피아노, 바이얼린, 그림 등을 배우러 음악학원이다 미술학원을 다니는 생활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문화 역시 컴퓨터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별다른 것은 없는 듯하다.
어린 시절은 각자의 추억 속에서 언제나 빛깔 다른 풍경화로 남아있기 마련이라고 한다. 우리 자녀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잿빛이 아닌 푸른빛이 될 수 있도록 멋진 엄마, 좋은 아빠로서의 역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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