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차례 성형수술로 왼쪽 얼굴 만든 다니엘 그릴리
매릴랜드주 실버 스프링의 어느 치과에서 14세의 빼짝 마른 소년 다니엘 그릴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의 목표는 뒤죽박죽인 구강 구조 바로잡기. 다른 환자나 또래 아이들에게는 아마도 가장 극심한 형태의 성형일 이 과정은 다니엘에게 자연이 시작만 해놓은 일, 즉 얼굴 만들기를 위한 오랜 여행의 마지막 단계다.
이제껏 받은 성형수술만 해도 9번. 그의 X 레이 사진에는 치아의 보철을 비롯, 얼굴의 많은 것들이 확연히 드러난다. 코 측면 피부밑에는 닭장 철망같은 것, 나사 구멍이 난 작은 판도 붙어있다. 왼쪽 뺨에는 플래스틱 주조물을 넣었고 이마에는 나사와 죔쇠를 박았다. 5학년때는 왼쪽 의안이 빠진 적도 있었다. 머지않아 왼쪽 눈을 재조정하고 갈비뼈를 잘라다 얼굴에 이식할 계획이다.
다니엘이 태어나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부모인 로렐과 릭 그릴리는 이같은 상황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찍 양수가 터진 로렐은 집 근처 세인트 아그네스 병원에서 분만을 늦추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다니엘은 1996년 8월 14일, 10주나 일찍 태어났다. 체중 2파운드를 간신히 넘긴 아기는 어머니가 보기도 전에 서둘러 분만실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나중에 의사는 로렐에게 "아들에게 단열(cleft)이 있다"고 말해줬으나 로렐은 단열이 무엇인지도 모르는채 나중에 고쳐주면 된다고만 생각했다.
병원으로 달려온 릭은 당시 미숙아들에게 흔한 폐 관련 문제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나 아기에게 폐나 호흡기 장애가 없다는 말을 듣고 우선 안심했다. 그리고는 다니엘을 보게 됐다. 로렐은 전쟁의 부상병처럼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아기를 안아 들고서야 무언가 잘못됐음을 눈치챘다. 피가 나는 것도 아닌데 볼에서 목까지 몸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그렇지만 당시 30, 31세였던 부부는 첫 아기인 다니엘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드렸다. 다니엘의 경우는 태아기 형성 초기에 얼굴의 조립을 지시하는 유전자 전송선이 죽었다고 설명됐다. 따라서 중요한 안면골 두개와 그것을 감쌀 피부가 코 바로 왼쪽부터 성장하지 못한 바람에 가장 흔하고 치료가 가능한 선천성 기형의 하나인 단열이 발생한 것이었다.
단열은 700명에 한명 꼴로 나타나는데 대부분 언청이등 얼굴 피부에만 영향을 미치며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심하면 얼굴 형태가 극도로 일그러져 그로테스크한 균열을 보인다. 의학저널과 교과서에 실린 단열의 사진은 너무 심해서 보기조차 힘들 정도다.다니엘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했다. 현대 의학서적에는 겨우 50명의 케이스가 기록돼 있으며 다니엘도 곧 그에 합류했다.
그의 증상은 1976년 단열의 수치 분류를 해낸 프랑스 외과의의 이름을 따서 ‘테시에 4-10번 단열’이라고 불렸다. 다니엘의 얼굴 피부와 뼈에 난 구멍이 가장 넓은 곳은 윗니에서 안와까지 3/4인치나 벌어져 있었다. 왼쪽 안구는 힘없이 밖으로 늘어졌고 안와는 기형으로 오른쪽 눈과 전혀 위치가 맞지 않았다. 왼쪽 이마도 일그러져 왼쪽 얼굴 전체가 찌그러진 상태여서 그대로 두면 먹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다니엘은 우선 존스 홉킨스 병원으로 옮겨져 분만 예정일이었던 10월 22일까지 입원했다. 거기서 만난 당시 35세의 젊은 성형외과의 크레그 R. 듀프레스니는 1년전 출범한 새로운 소아과 두개안면 수술팀에 속해 있었는데 다니엘을 보자마자 심각함을 인식했다. 첫 수술이 시작된 그해 12월까지 다니엘은 밖으로 노출된 왼쪽 눈은 약을 넣어 봉해놓고 기형인 입을 우회해 식사용 튜브를 위장에 연결한 채 집에서 지냈다.
10시간이 걸린 첫 수술은 두개골을 절개하고 조금 옮려서 보철과 나사로 조여 좌우 이마의 대칭을 맞춰 갈라져있는 피부를 봉합하는 일이었다. 다음해 7월에는 구개까지 연장된 단열의 일부를 수술, 하루에 두 번씩 조여줘야 하는 긴 나사가 달린 말굽처럼 생긴 기구를 입속에 넣었다.
이듬해 여름에는 의사들이 실명으로 판정된 왼쪽 눈을 제거하고 쌍꺼풀을 더 높이 올려 오른쪽 눈과 대칭을 이루는 눈구멍을 새로 만든후 직경 18mm의 불투명한 플래스틱 안구를 심었다. 다니엘은 1990, 1991, 1992, 1994년에 눈과 얼굴 수술을 더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배에서 지방을 떼어내 뺨에 옮기고 왼쪽 5번 갈비뼈를 일부 떼어다가 단열의 여러 곳에 연결하며 뺨의 기조를 만들고 뺨은 고밀도 폴리에틸렌 필터판으로 보강했다. 1993년에는 섬세한 의안을 만들어 플래스틱 안와에 설치했다.
1998년 수술을 거쳐서야 당시 12세이던 다니엘은 마침내 정상 얼굴의 기본적인 모습과 요소를 가지게 됐다. 똑똑하고 섬세하며 의욕적인 다니엘은 매릴랜드주 콜럼비아의 롱 리치 고등학교 특수 매그닛 프로그램에서 9학년 어너 수업을 듣는 A학점 학생이다.
보이스카웃에서도 리더로 활동하는 그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고 친절하며 활동적이고 이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언젠가 신경외과의가 되는 꿈을 갖고 여가시간에는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
눈이 성치 못하고 읽기가 힘들기 때문에 독서는 별로 즐기지 않지만 지난해 학교에서 오딧세이를 읽었고 중요한 장면은 자세히 기억하는데 특히 나중에 오딧세이가 모험 끝에 돌아왔을 때 부인 페넬로페를 포함,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 증명해야 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얼굴에 대해서는 불만도 없고 바꾸고 싶은 부분도 별로 없다. 학교에서 친구들도 별로 그에 대해 말이 없고 얼굴 때문에 놀림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작년 보이스카웃 캠핑에서 의안이 빠져나왔을 때 어떤 아이가 안와를 보고 싶다고 해서 보여준 적도 있다.
부모는 다니엘을 정상적인 보통 아이로 대우하며 의사들은 다니엘의 훌륭한 적응은 부모의 덕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해 릭은 "마침내 모든 수술이 끝나도 다니엘의 얼굴이 다른 사람들처럼 완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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