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개관하는 ‘요한 바오로 2세 문화센터’
오는 23일 개관하는 워싱턴 DC의 ‘요한 바오로 2세 문화센터’에서 현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인 개인 카롤 보이틸라의 족적을 기대하면 무리다. 교황은 현대 디트로이트 대교구장인 애담 마이다 추기경이 온 세상을 품어 안는 교황의 업적을 기리는 박물관을 짓고 싶다는 말을 처음 꺼냈던 1998년에 벌써, 시간을 뛰어넘는 신앙에 관한 박물관 같은, 보다 보편적인 아이디어에만 축복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문객들은 최소한 그와 악수는 나눌 수 있다. 손바닥은 노동자처럼 못 박히고 주름잡혔지만 손가락은 시인처럼 섬세한 그의 실물대 청동부조 손에 자기 손을 대면 그 자연스러움과 성스러움에 경이가 느껴진다.
워싱턴의 가톨릭 유니버시티 서쪽 언덕에 건축가 리오 데일리가 석회석과 구리와 자연 채광으로 육체와 영혼의 결합을 표현한 이 건물은 건축과 예술, 인터랙티브 전시물들로 신앙을 조명한다. 내부 디자인은 캐럴라인 케네디의 남편인 에드윈 슐로스버그가 맡아 바티칸과 미국 천주교회 및 평신도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가톨릭의 신, 커뮤니티, 희망과 경이 같은 개념들을 오감을 통해 체험할 수 있게 꾸몄다.
물론 전통적인 21세기 박물관의 모습도 잊지는 않았다. 수도사들이 만든 퍼지나 값이 비싸지 않은 공예품, 골동품 같은 것을 파는 선물가게도 있고 널찍한 카페도 있으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젊고 정열적인 사제 시절부터 세계를 여행하는 교황 시절까지의 사진과 기념품을 모은 작고 소박한 갤러리도 있다.
교황을 직접 만나본 보통 사람들의 손들의 주형이 늘어선 넓은 통로를 따라 다음 층으로 올라가면 불투명한 유리벽에 새겨진, 모든 인종과 나이의 인간 가족들의 사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또 문화마다 다르게 표현한 성모 마리아의 그림들도 걸려 있다.
2층 화랑에는 바티칸에서 빌려온 찬란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개막 기념 전시품들은 마리아에 관한 걸작들로 그중 한때 교황 침실을 장식한 실물대 중국 성모상이 안고 있는 아기 예수는 통통한 발바닥이 너무 앙증맞아 간지럼을 태우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이 갤러리 위층은 학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 미술관 관장인 마이클 부개린 신부는 "신앙과 공동체에 관한 것은 지상, 그것이 개인에게 의미하는 것에 관해서는 지하에 배치했습니다"고 말한다.
개인이라고 하지만 비밀과는 거리가 멀어 지하층에 가면 여러 가지 양방향적 체험들을 할 수 있다. 음악, 사람 목소리, 종소리들이 들리는 5개의 방에는 사람들이 역사, 신학, 과학 등 여러 가지 분야에 어울리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컴퓨터화된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다.
자유의지부터 동물의 권리까지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가톨릭의 믿는 바는 클릭 한번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볼 수 있으며 성인들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도 찾아볼 수 있다. 폴란드가 낳은 또 다른 뛰어난 주교 코페르니쿠스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유대교 등 세계의 10가지 종교에 관해 알아볼 수도 있다.
방문객들은 입장시 주어지는 전자카드를 이용하여 어떤 전시물에서는 자신들의 의견이나 희망들을 쓰거나 그리거나 녹음할 수도 있다. 이것들은 혼자 재미 삼아 해보고 비공개로 남겨 놓을 수도 있고 계속 돌아가는 테입 속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천주교회 교황의 역사를 보여주는 80피트에 이르는 시간표에는 성 베드로 이후 모든 교황들의 치적이 성스러운 것부터 부패에 이르기까지 각각 두세 문단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 중에는 세계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종교재판 같은 저명 사건들은 물론, 돔 페리뇽이 샴페인 주조술을 완성한 것은 클레멘트 11세 치하였던 1698년이라는 재미있는 내용들도 있다.
이곳의 전시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방문객들이 부드러운 조약돌들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 놓을 수 있는 분수. "돌을 움직이면 물길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앙도 사람의 삶의 길에 영향을 미치지요"라고 부관장인 페닐로피 플레처는 말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