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에너지절약 실험한 험볼트주립대 학생들
북가주 험볼트 대학에 재학하는 뉴올리언스 출신 데릭 툽스(25)는 TV가 보고 싶거나 전기 믹서를 돌리려면 기구의 단추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부터 탄다. 뉴스를 볼 때도 리빙룸에 있는 운동용 자전거에 올라앉아 슬슬 페달을 밟아 TV를 작동시키는 작은 배터리에 먼저 동력을 공급한다.
언덕 중턱에 자리잡은 방 10개짜리 주택에 사는 툽스와 다른 2명의 험볼트 대학 학생들은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보존 및 재생 실험의 전국적 시범 케이스가 되어 이제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위기는 주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험볼트 주립대학 캠퍼스 응용기술센터’라는 이름의 이 70년된 주택에는 다양하고 기발한 에너지 절약 도구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은 이 집을 거쳐간 학생들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산물로 태양열 전지판, 겹 유리창보다 단열효과가 2배 높은 수제 보온 커튼, 열 산출 온실 및 조리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부엌용 금속 단열 상자 등도 있다.
이들은 또 옥외 발전기는 대학 카페테리아에서 쓰고 버리는 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디젤 연료를 사용한다. 매달 이 주택의 전기 사용량은 단일가족 주택의 평균 사용량인 533킬로와트의 4%에 불과한 22.5킬로와트다.
해마다 3명의 거주 학생, 15명의 관리직원 및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275마일 떨어진 이곳 대학 도시 주민들을 위한 에너지 웍샵과 함께 시범 견학을 주최한다. 현재까지 무수한 대체 에너지 지지자들이 방문했고 쿠바나 니카라구아 같은 개발 도상국의 그룹들과 에너지 절약 방안을 교환해 왔다.
툽스는 자전거 페달로 동력을 일으키는 작은 TV에서 미래를 본다. 그는 "체력단련 센터에 가보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면서 TV를 보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동력을 공급해서 TV도 보고 그 밖의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는 1960년대식 이상주의가 살아있다. 학생들은 이기적인 소비자들 앞에서 시위를 하지 않는 대신 에너지를 절약하며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비록 절전형 전구 몇 개를 사는 일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흉내내 주기를 바란다.
밤 기온이 매우 낮았던 이번 겨울에도 학생들의 유틸리티 요금은 월 10~25달러였다. 부엌 스토브와 온수 히터를 돌리기 위한 천연개스 사용료였다.
나무를 때 난방하는 이 단층집은 에너지를 자급한다. 학생들은 10년전 에너지 자급의 제스처로 ‘퍼시픽 개스 전기사’의 전기 공급선을 가위로 싹둑 잘라내고 지붕 위에서 축하연을 가졌었다. 그러나 새로운 테크놀로지 덕분에 태양열 주택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해져 학생들은 대학의 전기료 절감책으로 다시 연결할 것을 계획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1981년, 이상에 불타는 학생들이 대학당국에 철거 예정인 낡은 주택을 수리하여 에너지 연구센터를 설립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 탄생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기금을 마련하여 우선 퇴비 건조 변기와 태양열 온실을 개발했고 이후 수년간 수십 가지 에너지 절약 방안이 등장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가 커가면서 학교 당국은 운영위원회를 결성, 해마다 이 곳에 거주할 3명의 학생을 전국의 지원자 중에서 선출하며 학생들은 이 집의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이려는 수많은 클래스 프로젝트에서 나온 돈으로 프로그램 운영예산 2만달러를 조성한다.
한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프렌치 프라이를 튀겨낸 기름을 디젤로 바꿨다. 실험을 거듭하여 잿물과 메타놀을 적정 비율로 혼합해 변환시킨 이 기름은 낡은 자동차와 집안 내 다른 기계에 동력을 공급하는데 사용되는데 이들은 이 연료를 대학 내 자동차 일부와 이 지역 농업용 트랙터에도 사용하고 싶어한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페달로 동력을 일으키는 세탁기 같은 것은 지하실에 박혀 있다. 사람들은 편안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집에 있는 많은 것들이 재활용품들이다. 정원에 물을 주기 위해 빗물을 받아놓는 플래스틱 통은 셰리프국이 마리화나 재배자들에게 압수해 기부한 것이고 1970년대에 제조된 구식 태양 전지판은 한때 패사디나의 JPL에서 우주 실험에 사용하던 것이다.
날씨가 좋아 햇빛도 좋으면 이 집은 쓰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창출하고 남는 동력을 배터리에 저장시킨다. 그러나 구름 낀 날이 많아지면 3명의 학생들은 낡은 바이오디젤 발전기에 시동을 걸거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찾는다.
이 집에 사는 션 다커리(22)는 "듣고 싶을 때 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럴 때는 그냥 기타를 친다. 이 집에 살다보면 에너지는 만들기보다 쓰기가 훨씬 쉽다는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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