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21세기 동북아의 중추(Hub)를 지향하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우여곡절 끝에 열흘 뒤 개항한다. 인천공항이 열리면 LA-서울 노선을 포함한 모든 국제선 여객기와 화물기의 이·착륙이 영종도에서 이뤄진다.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 김포에서 영종도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교통, 수하물 처리, 국내선 연결, 운항안전 등의 면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전면개항을 반대하는 여론도 남아있다. 개항을 앞둔 인천공항의 면모와 시급히 개선돼야할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구조와 시스템인천공항은 서울에서 52Km, 인천에서 15Km 지점에 위치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광활한 간척지 위에 건립됐다. 공항의 총면적은 1,400만㎡로 김포공항의 1.5배정도. 인천국제공항 공사는 연간 17만 편의 비행기 이·착륙과 2,700만 명의 승객, 170만 톤의 화물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1년 11월 착공이후 8년5개월 동안 5조4,000억 원(45억 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된 인천공항은 2002년부터 공항시설의 운영 및 관리가 단계적으로 민영화 된다.
공항의 심장부인 여객 터미널은 지상 4층, 지하 2층에 실내면적 496,000 ㎡로 건물 양끝의 길이만 1,066m나 되는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1층은 입국, 3층은 출국장으로 구분되며, 나머지 층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터미널 내부 벽면과 바닥에는 화강석과 인조 대리석을 깔았고 출입국 수속 카운터 옆의 벽면과 계단은 목재로 처리됐다. 터미널 바깥 면에는 넓은 유리를 설치, 햇볕을 최대한 끌어들였고 실내 곳곳에 인조 목과 물 벽을 만들어 놓아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썼다. 터미널 전면에는 3층과 연결된 600m 길이의 편도 7차선의 유선형 고가차도가 들어서 있다.
3층 출국 수속장에는 김포공항에 비해 85개나 많은 252개(국제선 234개, 국내선 18개)의 체크인 카운터가 설치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터미널 중앙입구를 중심으로 양편에 자리잡게 되고 외국항공사는 서쪽 편에 있는 대한항공 옆 카운터를 배정 받았다. 대한항공은 터미널 중앙의 밀레니엄 홀을 중심으로 동쪽에 2개의 체크인 아일랜드(아일랜드 당 36개 카운터)와 서쪽에 1개의 체크인 아일랜드를, 아시아나항공은 동쪽에 1개 반의 체크인 아일랜드를 사용할 예정이다. 보딩 게이트는 모두 44개로 시간당 6,400명의 여행객들이 드나들게 된다.
현재 인천공항 취항이 확정된 항공사는 김포공항에 비해 2개가 늘어난 48개이며 노선은 235개다. 미국 항공사는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를 포함, 6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34개 노선을 주 1,468회 운항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횟수는 1일 평균 354회(여객기 295회, 화물기 59회)로 김포공항에 비해 100회 이상 늘어난다.
편의시설과 입국절차여행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김포공항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다. 우선 출입국 통로가 좁아 불편했던 김포공항과 달리 인천공항은 20명이 나란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출입국 통로가 넓게 설계됐으며 자동보도가 설치돼 짐이 무거운 승객들의 편의를 배려했다. 또 여객터미널 4층에는 통과 승객들이 대기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89실 짜리 미니호텔과 헬스·사우나가 들어서며 면세상가, 유아휴게실, 볼링장 등 편의·위락시설이 곳곳에 설치된다.
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해 실내 전동차가 운영되고 입국심사장의 X-레이 투시기가 없어져 입국심사와 통관을 하는데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공항공사 측은 400달러 이하 물품 취득자에 대한 세관신고의무를 면제해 주는 사전입국심사제도(APIS)가 자리를 잡으면 여행자들의 출·입국 수속시간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하는 45분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인천공항을 단순히 항공교통의 정거장 개념이 아니라 여객과 물류의 이동 중심지이며 비즈니스, 쇼핑, 국제회의, 레저, 문화, 관광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에어포트 시(Airport City)로 키워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아직은 계획단계이지만 통과승객을 위한 호텔과 단기체류자들을 위한 임대용 아파트 등이 공항 인근에 건설될
예정이고 세계 최대 규모의 관세자유 지역과 대규모 위락단지, 샤핑몰 등도 들어설 전망이다.
강동석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20세기의 공항이 단순히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문제점최첨단 항공장비, 초현대식 시설로 압축되는 겉모양과는 달리 인천공항에는 시급히 시정, 보완돼야할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던 교통문제. 영종도와 서울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로는 지난해 11월 개통된 신공항 고속도로(총연장 40.2Km)뿐이다. 공항공사 측은 공항에서 서울 도심까지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교통체증을 감안할 때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할 거리다. 특히 공항 인근 용유도에만 4개의 해수욕장이 몰려있어 여름철에 행락 인파로 인한 교통지옥현상이 예상된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서울에 사는 승객이 비행기를 타려면 출발 3∼4시간 전에 집에서 나가야한다"며 "비행기를 놓치는 승객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수하물 연계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승객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이 개항하면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환승 승객들에게 제공하던 수하물 연계서비스를 중단할 방침이어서 국내선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려는 지방승객이나 해외서 인천을 거쳐 지방으로 여행하려는 승객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두 공항을 전전해야 하는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공사 측은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과 제주에 한해 인천과의 직항로를 개설했으나 인천-부산은 대한항공이 하루 2차례, 아시아나항공이 1차례씩, 인천-제주는 아시아나항공이 주 2차례만 운항할 예정이어서 성수기때 환승 승객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인천과 항로가 없는 타 지역 승객은 여전히 두 공항을 오가며 비행기를 갈아타는 불편을 겪게된다.
자동화된 수하물 처리시스템 역시 문제의 소지가 크다. 공사가 이 달 9일 시험 가동한 결과 수작업을 하는 김포공항에 비해 수하물 처리속도가 30% 정도 늦게 처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 도입된 X-레이 검색기는 짐마다 간격이 2.5m 정도 떨어져야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카운터에 올려진 짐 1개가 검색기를 통과하는 데만 평균 5분씩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용량은 성수기 평균 처리량인 900개는 고사하고 공사 측이 주장하는 시간당 600개에도 훨씬 밑도는 450개 정도에 그칠 전망이어서 큰 혼잡이 예상된다.
또 신공항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항이용료가 비싸게 책정된 것도 벌써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소형차 기준 6,100원. 국내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4배 이상 비싸다.
승용차를 이용한 공항 방문객은 결국 왕복 12,200원의 통행료를 내야한다.
또한 공항이용료 역시 기존의 7,5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공사 측은 "4조3,000억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승객이나 출영객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항공사 노조가 총파업을 불사하고 통행료 인하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자 정부와 여당은 한시적으로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으나 결국 부담은 이용객들의 몫이다.
이밖에 안전문제 역시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사 측은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만한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일년에 불과 7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마음을 푹 놓으라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 달 2일 실시된 응급구조훈련에서는 짙은 안개로 인해 군용 헬리콥터 조차 뜨지 못했고 지난달 20일 아침에는 영종대교 위에서 12중 차량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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