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대부터 동부 중산층 피한지.. 70~80년대 퇴락 딛고 명성 되찾아
’마이애미 비치’로 통칭되지만 따로 ‘사우스 비치’라 불리는 곳, 더 정확히는 산책로와 작은 모래톱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러머스 비치 공원의 아름다운에 해변에 매일 밤 다섯 살바기 손자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오랜 마이애미 주민 로메로 페르난데즈는 15년전만해도 적어도 늦은 밤에는 그곳에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이 지역은 사교계인사들을 구경하고 나이트 클럽을 순례하며 밤새워 파티를 벌이는 명소가 됐다.
사우스 비치가 ‘미국의 리비에라’로 불리기까지는 많은 굴곡이 있었다. 중산층의 피한지에서 가난한 범죄소굴을 거쳐 오늘날 예술가와 사교계 인사들이 모이는 곳이 되기까지 이 해변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해변의 부활은 사우스 비치의 밝은 색 아트 데코식 건물들에서도 느껴지며 광활한 백색 해변은 청록색 대서양을 향해 열려 있고 멕시코 만류로 바닷물은 매우 온화하다.
사우스비치 이야기는 달콤한 향의 오렌지 꽃에서 시작된다. 1800년대 후반 줄리아 D. 터틀은 실업가인 남편 프레드릭이 사망한 후 오하이오에서 남쪽으로 이주했다. 1895년 심한 서리로 플로리다주 북부의 감귤류 작물이 거의 파괴되자 터틀은 철도왕 헨리 모리슨 플래글러에게 피고있는 오렌지 꽃을 보내며 선로를 남쪽으로 마이애미까지 더 연장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한번 방문하고 매혹된 플래글러는 곧 그렇게 했다. 기차가 남으로 연결되면서 관광객들 역시 야생생물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편 1925년 ‘파리 장식미술과 현대 산업 국제 박람회’ 디자이너들은 매끄럽고 기능적인 디자인에 골몰했었다. 건축가들이 이를 수용했고 특히 마이애미의 수용폭은 높아서 사우스 비치 지역에는 아트 데코풍 건물이 1년에 100채 정도씩 들어섰다. 1930년대쯤 사우스비치에는 갖가지 중산층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부자들은 유럽으로, 진짜 리비에라로 갔지만 마이애미의 사우스비치는 겨울 추위를 피하려는 중산층 동부사람들로 붐벼 1960년대에 사우스비치는 ‘색스피프스애버뉴’ ‘본윗 텔러’등이 들어선 샤핑의 명소가 됐다.
그러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첫 관광세대의 자손들이 그보다 더 좋은 휴가지를 찾아 다른 데로 가버리는 바람에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지역은 황폐해졌다. 사랑받던 아트데코 건물들은 도시 재개발로 파괴됐고 5가에서 41가까지 뻗어나가는 사우스비치 지역은 한 작가에 따르면 "렌트비가 싼 은퇴자의 빈민굴"이 되고 말았다.
도시 재개발은 사우스 비치에도 특징없이 판에 박힌 고층 건물들을 남겨줬다. 활기차고 기능적이던 ‘미국의 리비에라’는 하나씩 거대한 호텔이나 빈터로 대치됐다. 해변에서 날아온 쓰레기로 가득찬 빈 땅은 경관에 흠집을 냈다. 해변은 여전히 아름답고 멋졌으나 조금 벗어난 지역은 순식간에 흉하게 변했다.
그러자 예술가들이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싼 방을 찾아 몰려들었다. 예술가들과 소수의 보존주의자들은 문자 그대로 불도저의 앞을 막고 섰다. 그리고 뜻밖의 상황에서 헐리웃이 사우스 비치 구조에 뛰어들었다. 뛰어난 관광영화이기도 했던 범죄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사우스 비치를 배경으로 제작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곳의 옛 영광을 기억나게 한 것이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약 1,200만명. 사우스 비치의 부활에는 특히 50개의 최신 식당과 200 군데의 모양새 좋은 상점이 들어선 12블럭 길이의 야외 도보상가 ‘링컨 로드’가 큰 몫을 했다. 지역주민들은 그저 "로드"라고 부르는 이곳은 1996년 1,600만달러를 들여 재단장됐다.
오션 드라이브와 콜린스 애비뉴에도 싸구려 기념품점들 대신 노천 카페나 고급 부티크들이 들어섰다. 온갖 잡지가 즐비한 뉴스 카페와 특색있는 곳도 많이 생겼고 평방마일에 800채 정도 들어선 백색 일색의 아트데코 건물들도 모두 과감한 색깔로 새로 단장했다.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와 가수 마돈나가 집을 마련했고 예술가들이 모든 물가가 비싼 해변가에서 비켜나 조금 떨어진 지역으로 옮기자 중산층 여행자들이 해변가로 몰려왔다.
중심가를 벗어난 곳의 상점에는 지역주민들이 드나들며 또 대략 5가에서 23가, 알톤에서 오션으로 둘러싸인 유명한 아트 데코 구역은 건축미가 장관이다. 12월부터 3월까지 사우스비치의 한창 시즌에도 오션 드라이브를 벗어나면 하룻밤에 50달러정도에도 잘 곳을 구할 수 있다. 샤핑객들을 위해선 어디에나 있는 대형 체인 스토어들 외에 독특한 소규모 상점들도 많다.
사교계 명사들을 보려면 머브 그리핀의 ‘블루문 호텔’이나 1901 콜린스 애비뉴에 위치한 ‘쇼어 클럽’이 가볼 만하다. 이곳의 옥상 스파는 수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톤이 디자인했다. 유명인들의 출현도 잦다. 최근에는 랩 가수 릴 킴, 버트 레이놀즈, 제이미 리 커티스와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모습을 나타냈다.
해변은 변한 것이 없다. 10월에는 바람이 불고 2월이면 태양이 나온다. 사우스 비치의 옛 아름다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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