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과 술, 담배 등 유쾌한 독약이라면 일단 시도해 보는 42세의 데이빗 클라크가 베벌리 힐즈 방사선 전문의 스티븐 카치의 병원을 찾게 만든 것은 바로 비즈니스 컨설턴트로서의 잘 나가는 삶 때문이었다. 클라크는 "십대 시절 6년동안 담배를 하루에 한갑씩 피웠었다. 아직도 나가 즐기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슬슬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요즘 남가주에 감춰진 질병을 찾기 위한 전신 ‘CT(Computed Tomography)스캔’이 유행이다. 논란은 있지만 전신 스캔의 매력은 이해하기 쉽다. 컴퓨터측정을 통해 단층촬영하는 기계로 만든 전신의 X-레이 횡단도는 기존의 X-레이보다 훨씬 선명하며 의사들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확대해볼 수도 있게 되어 있다. 테스트는 신속하고 고통이 없으며 20분 후면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자기 몸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없다는 의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치의 ‘인사이드트랙(InsideTrac)’이나 샌타 모니카의 ‘파크뷰 이미징(Parkview Imaging)’, 오렌지 카운티 뉴포트 비치의 ‘헬스뷰 센터(HCPM)’같은 프로그램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미 검사를 받은 수천명의 남녀중 다수가 중년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며 이 테크놀러지가 자신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단언하는 이들도 있다.
샌타모니카의 부동산 투자가인 58세의 리차드 스톤은 ‘인사이드 트랙’에서의 스캔 결과 왼쪽 신장에서 3.5cm 크기의 혹을 발견하고 신장을 제거했다. 종기는 암성으로 확인됐다. 스톤은 "현재 전이도 없고 림프종도 없으며 화학치료도 하지 않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전신 스캔이야말로 안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신 CT 스캔의 가격은 800달러서 1,500달러선.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이 비용을 커버해주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것이 훨씬 저렴한 기존 질병 탐지 방법들인 혈압 측정이나 유방 X선보다 비용상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의사들도 널리 퍼지는 CT 검사에 대해 회의적이다. 의사들은 또 스캔이 발견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결국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으며 환자들이 이유없이 검사를 계속 받아야 경우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더구나 문제점이 없는 깨끗한 CT 스캔 결과는 사람들에게 운동, 다이어트, 정기 신체 검사 등 통상적인 건강관리를 무시하도록 조장할 수도 있다.
USC 의대에서 CT스캔과 심장병을 연구하는 하워드 호디스 박사는 "전신 CT 스캔은 내가 아는 한 의학의 어느 검사보다 마키팅이 과학을 훨씬 앞질러 있다"고 회의를 말한다.
어쨌든 카치에 따르면 전신 CT스캔은 몇가지의 스캔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목에서 골반까지를 검사하며 신장결석, 작은 혹, 복부 동맥류까지 온갖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방사선 의사들은 가끔 튀어나왔거나 미끄러져 나온 디스크도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피부, 전립선, 유방의 암종양은 대개 나타나지 않는다. 사진은 또한 기관의 염증이나 변형은 발견할 수 있지만 간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단계라든지 위내층에 궤양이 형성됐다든지 같은 장기의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혹은 전혀 나타나는 바가 없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방사선의들은 전신 CT가 진정으로 포괄적이기 위해서 특히 폐와 결장, 종종 심장병과 연관되는 대동맥 칼슘의 3가지 개별 스캔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CT서비스 디렉터인 산제이 사이니 박사는 "폐, 결장, 심장의 CT 스캔은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테스트이며 각각 개별적으로 살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50세가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결장암 검사법인 결장내시경술은 결장 안에 삽입된 기계가 결장을 따라 헤치고 나아가는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매우 고통스럽다.
결장 CT의 경우 결장내시경술과 꼭같이 결장을 비우고 선명하게 보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고 하는데 만일 결과가 음성이라면 고통스러운 결장내시경을 받을 필요를 없애준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문제 부분이 나타나면 결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마요 병원의 방사선의 조엘 플렛처 박사는 이미 폴립이 있어 발암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경우 스캔의 정확도는 내시경의 85% 정도로 매우 높지만 정상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전통적인 검사법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장 스캔의 경우 CT가 동맥내벽에 쌓인 칼슘 탐지에는 매우 민감하지만 이 축적물과 심장병의 관계가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어떤 의사들은 칼슘의 정도가 미래의 심장발작 상태 예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지만 관계는 분명치 않다.
하버-UCLA의 CT 판독센터 디렉터인 로버트 디트레이노박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에게는 칼슘의 발견 여부가 그들이 가진 기존의 질병을 치료해야한다는 당위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전신 CT으로 대치해서는 안된다는데는 모든 방사선과 의사들이 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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