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 선거가 조만간 다가온다.
먼저 고백하거니와, 뉴욕에 20년을 살아온 나에게 뉴욕한인회는 지금까지 관심영역 밖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에 작년부터 뉴욕한인회 일에 관여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뉴욕한인회에 대해서 가졌던 많은 고정관념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나온 내력이야 어떻든, 뉴욕한인회는 명실공히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이며 다른 국가나 사회에 한국인을 대표하는 기관이었으며, 실제로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진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도 있었다. 그런데 한인회장 후보들의 첫 번째 연설을 들으면서 나는 사실 좀 답답했다.
뉴욕한인회를 비롯해서 모든 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이 제시하는 공약은 한결같이 두 가지다. 첫째는 우리 1.5세와 2세들의 주류사회 진출을 돕겠다는 것, 둘째는 미국 주류사회와 동포사회간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 이 두 가지다. 그러나 그런 공약 이행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류사회 진출이나 주류사회와의 연계가 ‘이제부터 하자’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거기엔 그 나름의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질서라는 것도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하다. 우리 동포들이 만일 미국사회에 들어가고 싶으면 우선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나 사업장이 있는 타운에 협조하면 된다. 타운마다에 있는 상공회의소에 가입해서 연회비도 내고, 모임에도 참석하면서 그들과 점차 친구가 되어가면 되는 것이다. 영어를 못한다는 건 내가 보기에 핑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한인들은 으레 한국인만의 상조회를 따로 만들곤 한다.
우리 자녀들의 미국사회 진출? 그 문제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 아이들이 성실하게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저절로 길이 열린다. 그러므로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리말 교육도 잘 시켜서 올곧은 한국인을 만들면, ‘동방예의지국’ 후예들의 겸손하고 정직한 품성이 미국사회의 빛이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가장 온전한 한국인이 가장 온전한 세계인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뉴욕한인회 이세종 회장의 뉴욕한인회관 건물활용 방안에 대해 나는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건물을 재정비하여 ‘커뮤니티 센터’로 전환하자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뉴욕한인봉사센터와 함께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한인회관에 유치하고, 이의 관리·유지에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면 진료기관, 교육센터, 이민·법률봉사센터, 문화센터, 공연장 등이 한인회관에 들어서게 되며, 무료급식 프로그램, 원스톱 사회복지 서비스까지 이뤄지는, 그야말로 꿈의 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터무니 없이 싼 아파트 렌트비 하며, 그 렌트비조차 내지 않으면서 임대기간이 지났는 데도 버티는 입주자들…. 27대 회장이 들어와서 회관 경영상태를 바로 잡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것처럼 보인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사무총장도 함께 바뀌는 바람에 세입자 관련 서류들이 하나도 보관돼 있지 않은 탓이다. 소송을 걸려고 해도 증빙자료가 없으니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된 것이 어느 회장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뉴욕한인회가 그렇게 부실해질 때까지 방관해온 나를 비롯한 우리 모든 동포들의 책임이 아닌가.
결국 관건은 우리들의 참여의식이다. 우리 뉴욕한인회관이 있는 첼시지역은 벌써부터 개발붐이 일어나서 새로운 뉴욕의 예술촌으로 매일 변모하고 있다. 그 세계적 문화예술지대 중심에 뉴욕한인회관이 있다는 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회장 입후보자들의 말을 빌리면, 우리 뉴욕 동포가 40만명이라고 한다. 뉴욕한인회관의 남은 모기지 금액은 62만7천불이다. 동포들이 2불씩만 내도 모게지를 갚고 17만불 이상이 남는다. 5불씩만 낸다면 뉴욕한인회관은 말 그대로 ‘꿈의 궁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누가 회장이 되든 그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그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동포들은 자청해서 모금운동을 벌이고, 뉴욕한인회가 말 그대로 뉴욕한인사회의 중심이 되도록 기꺼이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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