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전례없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것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이 날로 강화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독주는 외교, 군사적 측면은 물론이고 첨단기술, 무역, 대중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걸쳐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미국인들의 자긍심이 도를 넘어 교만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의 한 장면을 상기해 보자.
당시, 미국 남자 400미터 릴레이 대표팀은 우승직후 온 몸에 대형 성조기를 감고 트랙을 돌면서 자신들의 업적을 마음껏 뽐냈다. 이를 지켜보던 11만명의 관중과 전세계 TV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미국인들의 오만을 느꼈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미국의 일방독주는 심지어 전통적 우방국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보이지 않은 잠재적 적들을 길러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클린턴 전대통령도 이임사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구촌 빈곤문제는 미국이 무관심으로 일관할 경우,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화약고와 같은 것이다" 급기야,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를 주요현안 중 하나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이과 관련, 부시는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만개한 승리 도취주의의 톤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시 대통령은 전세계에 걸쳐 ‘추한 미국인’ 신드롬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앞으로 미국은 자신의 문화를 다른나라에 강요하지 않고 겸손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취임연설 공약 중 하나는 "앞으로 미국은 교만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다짐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데 고민이 있다.
이와 관련, 전 유라시아재단 총재 챨스 메이니스는 이렇게 진단한다.
"이것은 미국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미국사회의 문제다. 미국의 오만은 국무장관의 어조에서부터 시드니 올림픽 출전선수들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반미주의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강하고 잘사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근년들어 전세계 언론 및 각국정부 관료들로부터 제기되는 신판 반미주의는 이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심각하다.
90년대 들어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가 기본적으로 미국적 얼굴을 띄고 확산되면서 반미주의가 더욱 첨예화되었다. 자신들의 전통과 자부심을 간직하며 살아 온 많은 나라들 속에 미국의 비즈니스와 첨단기술, 문화가 깊숙히 침투했기 때문이다.
"할리웃과 하버드, 맥도널드와 마이크로소프트 ...... 파워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를 벌이고 있다" 독일의 디 짜이트 신문 편집장 조세프 조페는 말한다.
요즘 유럽인들은 미국을 단지 수퍼파워 정도가 아니라 하이퍼-파워라고 부른다. 또, 미국은 현대판 로마제국이라는 표현도 심심챦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경외심과 함께 두려움과 의혹의 시선이 동시에 밴 표현이다.
이처럼 미국식 자본주의가 전세계에서 판치는 가운데, 많은 나라들은 미국적 가치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전전긍긍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기적인 물질만능주의, 사회적 불평등, 총기폭력 등 미국문화의 부정적 폐해는 커다란 우려의 대상이다.
유럽대륙에서는 미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 가운데 일부 주들이 채택하고 있는 사형제도가 핫이슈다. 대부분의 유럽국들은 사형제도를 야만적인 행동으로 정죄하고 있다. 스위스의 한 시사잡지는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을 다른 표지에서,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 시절 사형시킨 죄수들의 사진을 빙둘러 실었다.
미국의 독주를 부채질한 요소 중에 인터넷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 산업은 세계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미국이 인터넷 산업에서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동안, 제 3세계의 13억 사람들은 하루 1달러의 생활비로 연명하고 있다. 이들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은 TV를 통해서 부유한 미국인들의 생활상을 접하지만 자신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한 선망과 질시는 세계적으로 상반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맥도널드는 프랑스에서 860개의 체인을 보유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프랑스인들은 맥도널드를 공격해 온 호전적인 목축업자 조세 보비를 영웅시하고 있다.
미국 십대 팝문화의 우상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가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콘서트에는 25만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피어스가 미국 성조기를 흔들자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이밖에도, 자신들의 텃밭에서 벌어진 코소보 사태때 미국에 수치를 당한 유럽국들은 나토 외에 자체적인 안보기구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일방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결속하고 있고, 아랍국들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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