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와 충격의 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은 새디스트였다. 남성적으로 지독히도 매력이 없는 그는 자기 영화의 여주인공들을 공포에 떨게 하거나 죽여버리며 쾌감을 느꼈는데 이 때문에 생전 그에게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라는 별명이 따라 다녔다.
체중 265파운드에 작달막한 키 그리고 부루퉁한 입술과 눈꺼풀이 무거운 눈에 서양호박처럼 큰 머리를 한 히치콕은 그 어느 남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금발의 절세미인 가까이서 보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발굴해 키워 자기 영화에 내보낸 금발미녀들은 모두 영화 속 멋쟁이들인 케리 그랜트나 지미 스튜어트 및 그레고리 펙과 사랑을 나누었지 히치콕에게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았다.
’천재의 어두운 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생애’의 저자 도널드 스파토는 "히치콕은 종종 자기 여주인공들에 집념 하듯이 매달렸다"면서 "심지어 ‘새’의 주인공 티피 헤드렌에게는 그의 데이트 상대까지 들먹거리며 시비를 걸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러 히치콕 전문가들도 그가 병적으로 금발미녀를 좋아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히치콕이 ‘사이코’(Psycho)에서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안 돼 베이츠 모델에서 샤워하는 여주인공 재네트 리를 난자 살해한 것은 그가 애지중지하던 금발의 그레이스 켈리가 자기를 버리고 모나코의 레이니에 왕에게 시집 간데 대한 변태적 복수라고 풀이하고 있다. 어쨌든 재네트 리는 이 영화촬영 이후 지금까지 문이나 커튼이 달린 샤워장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한창 스타의 위치를 향해 부상하고 있던 베라 마일즈를 ‘사이코’에서 조연급으로 격하시킨 것(재네트 리의 자매로 나온다)도 그가 결혼해 임신한 것에 대한 화풀이라는 해석도 있다. 히치콕에게 있어 자기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간 여자들은 모두 ‘천하의 상것’들이었던 것이다.
아마추어 심리학자였던 히치콕은 영화에서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제멋대로 써먹곤 했다. ‘망각의 여로’(Spellbound), ‘레베카’(Rebecca), ‘오명’(Notorious), ‘의혹’(Suspicion) 및 ‘현기증’(Vertigo) 같은 영화들에서 이런 경향이 잘 드러나 있다.
생애 모두 53편의 영화를 만든 히치콕의 작품들을 보면 한결같이 반복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명백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폐쇄공포증과 경찰에 대한 양면적 가치관 그리고 교회, 터널, 높이 및 기차와 어머니에 대한 강한 집착이다. 히치콕은 또 시각효과를 위해서는 순순히 작품의 플롯이나 주제 및 인물 따위를 양보하는 시각미 예찬론자였으며 자기 풍자를 즐겨하기도 했다(영화에 잠깐 자기 모습을 내비치는 것이 그 한 예).
히치콕의 금발미녀에 대한 애착은 5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질병 같은 집념으로 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변태는 도가 심해져 영화 속 금발미녀들은 모진 고난을 당하는데 이 병은 1963에 가서야 진정이 됐다.
입체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54)에서 그레이스 켈리는 괴한에게 스타킹으로 목이 졸려 죽다 살아나더니 같은 해 ‘이창’(Rear Window·사진)에서도 아내 토막살인자에게 혼이 난다.
또 ‘현기증’에서는 킴 노박이 높은 종탑에서 떨어져 죽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59)에서는 에바 마리 세인트가 마운트 러시모어의 큰 바위대통령 얼굴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간신히 살아났고 ‘사이코’의 재네트 리는 식칼로 온몸이 난자 당한 채 욕조에 쓰러져 죽는다. 그리고 ‘새’(The Birds·63)에서는 티피 헤드렌(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의 어머니)이 뭇 새들의 날카로운 부리에 온몸이 쪼여 기절을 한다. 히치콕은 이러고 나서야 다소 분이 풀렸는지 금발미녀 학대를 중단했다.
물론 히치콕이 괴롭힌 여자는 금발만이 아니다. 주공격 대상은 금발이었지만 잉그릿 버그만(’오명’)과 조운 폰테인(’레베카’ ‘의혹’) 같은 비금발의 미녀들도 영화 내내 각기 그들의 애인 아니면 남편의 전부인의 귀신에 시달리곤 했다.
히치콕 영화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Universal Home Video가 ‘이창’의 VHS판과 DVD를 새로 출시했다. 유니버설은 이와 함께 ‘현기증’ ‘사이코’ ‘새’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사보타지 하는 사람’(Saboteur) 등 히치콕의 영화들을 수집가판으로 새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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