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 최고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시카고의 ‘네이비 피어’에는 명성에 걸맞는 분위기가 있다. 피어에 자리한 실내 쇼핑몰 복도에는 솜사탕과 뜨끈뜨끈 갓 튀겨낸 팝콘 향기가 가득하고 피어 너머 거대한 페리스 휠이 어렴풋이 보인다. 시카고 어린이 박물관 위에는 공기를 넣어 부풀린 엘모 풍선이 다리를 흔들거리고 있다. 또 즐비한 소매점과 기념품 매점은 오션시티 해변 산책로를 교차하는 볼티모어의 ‘이너 하버’ 주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관광지의 풍경 사이로 놀랍게도 이례적인 멋진 것이 자리잡고 있다. 시카고의 찬연한 지평선과 미시건 호의 푸른 물 사이의 멋진 중간지점에 페리스 휠과 노점상들을 지나 2,400만달러규모의 새 ‘셰익스피어 극장’이 위용을 빛내고 있다.
7층짜리 극장의 외부는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극장 중역실에는 호숫가 발코니도 있다. 로비는 금빛나무와 사암으로 장식됐는데 이곳에서 후원자들은 도시와 호수의 숨막히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극장 내부의 무늬 벽돌은 음향기사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각을 이루며 간격을 맞춰 배열됐다. ‘엘리자베던 스완’ 극장을 본따 만든 뒤로 푹 파인 무대는 최고 수준의 테크놀러지로 설비되었다.
개관한지 16개월째, 이제가지의 모든 입장권 판매 기록을 깬 엄청난 시설의 이곳 시카고 셰익스피어 극장도 이제 시카고에서는 철지난 뉴스일 뿐이다. 다운타운의 유서 깊은 ‘굿먼 극장’도 이제 시카고 시내 극장 구역내 4,600만달러 규모의 새 콤플렉스를 가지게 된 것이다.
시내의 가로등 전단 표제 깃발과 보도의 황동 장식판들은 이 새로 태어난 극장 구역 선전으로 요란하다. 심지어 굿먼 길건너 맥도널즈도 차양 스타일 사인에 "극장 구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시카고의 극장들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처럼 전국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스테픈울프 극단과 데이빗 마멧이 한창 날리던 때처럼 요즘 시카고의 극장들이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부분적으로 건축사업 덕분이었다. 새로 지은 굿먼이나 시카고 셰익스피어나 모든 면에서 훌륭한 극장이기 때문.
그러나 공연장만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이 건물들은 실상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복합적인 문화적 성숙을 상징하는 것이다. 스테픈울프 극장의 예술감독 마사 레비는 이 변화를 "성장"이라고 말했다. 레비가 자신의 공연단을 두고 한 이 말은 사실 더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시카고라는 도시와 그 주요 단체들이 힘을 합하여 극장계에 한차원 높은 화려함과 결속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레비가 말했듯 문화를 도시의 매력 포인트로 만들려는 의식적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극장 관계자들은 주저없이 모든 공을 리차드 데일리 시장에게 돌린다. 시카고 셰익스피어 극장의 크리스 헨더슨 극장장은 셰익스피어나 굿먼극장이나 시에서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데일리와 그의 부인이 정기적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라 굿먼의 로슈 슐퍼 극장장은 시장이 시카고 문화생활에 "투자"했다고 말한다.
굿먼극장은 건축 및 기본자산 기금으로 3,300만달러를 조성했다. 또한 디어본가에 있던 전 해리스 & 셀윈 극장으로 이사하는 비용으로 시에서 1,88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낡은 건물들의 외관도 굿먼의 디자인으로 통합됐다.
이밖에도 시 정부는 한편 이달 브로드웨이 전 단계 시험흥행을 끝마치는 "제작자"를 공연중인 ‘캐딜락 팰리스’와 ‘포드 오리엔탈’ 극장 개조에 4,400만달러를 지원했다. 두곳 모두 굿먼에서 한 블럭 떨어진 거리다.
영업용 공연장을 항상 바쁘게 유지하는데 충분한 ‘상품’이 존재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시카고내 비영리 극장들의 경우 이미 성공이 확실해 보인다. 굿먼, 스테픈울프, 시카고 세익스피어 극장 모두 지역내서 탄탄한 관객층을 동원할 작업을 하면서 일리노이를 넘어 브로드웨이나 다른 곳으로 작품을 내보내거나 최고의 스타들을 시카고의 안방 무대로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 있어서 규모도 중요하다. 슐퍼가 "시카고는 대도시"라고 지적하듯 시카고는 수도권 인구만 800만명은 된다. 그러나 스테픈울프가 성장기에 그랬듯 시카고서 제작된 작품을 뉴욕으로 보내는 실력은 더 중요하다. 혹자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 덕분에 판매가 쉽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잘 하지 못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더 안 팔리다"고 헨더슨은 지적한다.
슐퍼도 헨더슨의 의견에 동의한다. "시카고 셰익스피어 극장이 이뤄낸 성과는 바바라 게인스와 그녀의 배우들이 보여준 작품의 수준 덕분으로 작품이 우수해야 관중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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