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 되돌이키지 못하는 일들과 시간일 것이다. 하는 일이 일이니 만큼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이 아픔을 뼈저리게 체험하며 후회하는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다. 교도소에서, 고등학교 검정고시반에서, 마약과 갱에서 빠져나와...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부모님들의 뼈저린 후회의 눈물과 한숨들이다. 한 아버님의 아픈 하소연은 이렇다.
이민 와서 아이들과 잘 살아보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게를 두 부부가 시작했다. 베비시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유년기 때부터 가게 다락방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하루종일 TV를 보게 해놓고는 가게를 꾸려간 것이다.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보호받고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폐쇄된 컴컴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그렇게 자랐어야 했다.
“지금은 너희가 고생스럽지만 장차 너희들의 앞날을 위해 엄마 아빠가 이러는 것이니 참아다오” 이렇게 애쓰며 지내온 날들을 뒤로 하고 이젠 아이들을 위해 조금은 무언가를 뒷받침해 주려고 돌아보니 아이들은 어느새 그것들이 다 소용없어져 버린, 아니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그야말로 마약과 갱 탈선으로 정신을 못차리며 부모와는 전혀 의사소통이 안되는 탈선 청소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어머니의 아픔은 다음과 같았다. 그도 역시 이민의 삶과 결혼생활의 만만치 않은 여건에서 자녀 셋을 교육시키기 위해 재정적인 안정을 이루기 위해 가게를 어렵게 꾸려나가며 가게와 가까운 그리고 렌트가 싸서 경제적인 스패니시 동네의 아파트에서 살며 아이들을 키워나갔다. 이젠 경제적으로 조금 한숨 돌려져 아이들을 돌아보니 어느새 틴에이저인 딸은 동네의 스패니시 남자, 여자아이들과 마구 어울려 다니며 그들의 의식, 삶의 내용 중의 부정적인 부분중의 하나인 성적, 도덕적 타락의 늪에서 마약등으로 손을 쓸 수 없게 되었으며 부모의 위치나 입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가 있는 딸이 되었다.
이렇게 내게 들어오는 대부분의 케이스가 내용만 조금 달랐지 거의 비슷한 안타까운 상황의 일들이다. 왜 이렇게 한인가정의 부모들이 자녀로 인해 뼈아픈 자리에 서서 고통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내가 어렸을 때는 아주 종종 이런 일들이 많았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부모님들이 자녀를 위해 고생하시면서도 자녀를 결국은 남부럽지 않게 키워 가난한 가운데서도 자식이 잘 되므로 그 부모의 고생이 끝나는 해피엔딩을...
지금과 그 때의 이 비슷한 현실의 상황에서도 결과의 차이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다른 것을 현장에서 체험하게 되었다.
내 어릴적의 부모들의 승리는 가난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삶 가운데에서도 오직 삶의 중심이 자녀였다. 가난을 같이 감당하시며 자녀 존재가치 중심의 삶의 패턴으로 가시는 지혜가 있었다. 그리고 자녀에게 가난에 대해 바르게 가르쳤다. 최선을 다한 결과 만큼 누리고 사는 것과 그 가난이 창피한 것이 아님을 몸소 가르치는 삶을 함께 사셨다. 그리고 숨가쁘게 그것을 벗어나 보려고 자녀를 뒤로 젖혀두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것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안정을 하루속히 이루고자 하는 서두름으로 정말 소중하고 가치있는 자녀의 존재가 “조금만 견뎌주렴, 조금만 참아주렴” 하는 요구로, 두번째, 아니 세번째 가치순서로 전락되어 있는 것을 우리 부모들은 보지못하고 또한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참아주거나 기다려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생명의 자람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의 성장과정, 시기 시기마다 필요한 정서적, 인격적, 영적 양분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부모가 돈 버는 기간 동안 정서도 인격도 그 때까지 참아주었다가 자라주는 것이 아니다.
만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두 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힘있게 말한다. 참으로 슬픈 가치관 상실의 시대를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물려줘 버리고 만 것 같아 너무 씁쓸한 마음이 든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문명이 현란하게 바뀌어도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 원리나 도리는 바뀌어서는 안된다.
삶의 우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각도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다른 무엇보다 자녀의 가치는 우리에게 최고이며 최우선인 것이다. 우리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소망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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