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한인인 미스터 김은 눈을 올려다 볼때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머리를 약간 숙여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 면담에서 나는 그에게 불안해질 때 그냥 10분정도 가만히 앉아 별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보라고 제안했었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어릴 때 생각이 자꾸 떠오릅니다." 라며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추억들인데요?"라고 물었다.
지난 2개월동안, 미스터 김은 불안정하고 사람들이 하는 말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친구들이 뒤에서 그를 흉보지 않을까 의심스러웠다는 기분을 털어놓았었다. 이런 기분이 1년여동안 악화되어 대인관계를 심히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들에 대해 자기를 나무라고,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앓고 있었다. 이런 문제로 아내가 점점 초조하게 되어 그에게 치료를 받으라며 거의 강요하다 싶이 했다. 아내는 정서적으로 탈진했을 뿐 아니라 남편이 불면을 겪을 때면 자신도 잠들 수가 없었다.
미스터 김은 ‘다른 사람을 전혀 나쁘게 말하지 않는 조용하고 협동적인 사람’이라고 자신을 묘사했다. 처음에 그는 말을 시켜야만 그것도 크게 주저하며 이야기했다. 오늘은 무언가 내게 말하고 싶어하는게 역력히 보였다.
“큰 시장에 갔었죠. 어머니 손을 잡고 있었지요,"라고 그는 말을 시작했다. “그곳에 나만 있어서 매우 좋았어요. 형이 없었지요. 어머니가 점심을 가져와서 같이 먹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비록 형 것만 샀지만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어머니가 당신을 위해선 아무것도 사지 않았단 말이예요?"라고 내가 물었다.
“전 새옷을 입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 옷은 모두 형이 먼저 입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건 새것이 아무것도 없었지요. 항상 형이 먼저 입었어요. 어머니가 왜 그랬는지 나는 이해합니다."
“그로 인해 기분나쁘지 않았습니까?"라고 내가 물었다.
“전혀 그런 적 없어요. 그때 어머니가 달리 어떻게 할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시느라 엄청나게 힘드셨어요. 나는 그냥 괜찮았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의 일이 기억납니다. 왜 그랬는지, 내가 형을 당황하게 했다며 형이 나를 나무랐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때렸어요. 그게 무엇때문이었는지는 전혀 알지못했어요. 그는 때때로 성난 호랑이같았어요. 화날 때면 그걸 나에게 터뜨리며 공연히 나를 때렸지요. 형이 왜 그랬는지 절대로 알지 못했어요. 그러나 자라나면서 오랜동안 내가 그에게 표적이 되었다는 건 기억해요."
“그것때문에 화나지 않았어요?"라고 내가 다시 물었다.
“네, 그랬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 아닙니다. 화나지 않았어요, 정말 괜찮았어요. 아마 그걸 받아들였을 겁니다,"라고 미스터 김은 즉각 말을 뒤집었다. 그리고 형이 때리면서 “너를 위해서 그런다"라며 늘상 말하곤 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그는 또한 형의 잘난체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머니는 어땠어요? 당신을 감싸주었어요?" 내 궁금증이 더해갔다.
“어머니는 모든 것에 대해 형을 받아들였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형은 장남이었거든요. 그래선지 그의 폭행을 중단시키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 때 왜 그런 기억들이 되살아나는지 아세요? 그게 당신에게 무언가 말해주고 있어요?"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에 젖는 것을 보며 조용히 물어보았다.
비록 처음에는 어린시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미스터 김은 말했으나 어머니와 형에게서 받았던 불공평한 대우 때문에 자긍심이 낮고 뿌리깊은 분노가 있음을 점차 시인했다. 이것이 그의 업무와 대인관계를 방해했던 것이다.
‘부인 하는 것’은 사람이 정서장애를 겪을 때 흔히 사용하는 방어법의 하나다. 실제 문제에 직면해 위험을 겪기 보다는 부당하게 당했던 것을 부인하고 감추기가 훨씬 쉽다. 미스터김은 마치 그가 겪었던 학대가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괜찮았다," “그들을 이해했다,"라고 말함으로써 마음속 불일치를 합리화시켰다.
미스터 김은 어머니가 그에세 행한 것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 그의 눈물은 꽤 상반되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왜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하고 자신 없어하며 의심을 품고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말하는 것에 매우 민감한가?
비록 부모가 그렇게 여기지 않음에도 아이들은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고 때때로 느낀다. 어린이들은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주변 세계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떤 사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제한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인 가정에서는 장남이 전통적으로 가문을 이어가는 것으로 간주되어 특별한 관심을 받는게 보통이다. 한 연구에서 한인 부모의 대다수(조사응답자의 95%)가 아들 교육에 강한 열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최, & 박의 연구서)
아마도 한인 부모들이 나머지 자녀들에게 덜 우호적인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자주 보였는지 모른다.
미스터 김의 경우, 어머니가 그를 후원해주지 않았으므로 형이 있으면 자신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그는 성공적인 형을 대하면 ‘위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월적 역할이 명백히 주어지고 높이 존중받고 자란 어린이는 건강한 대인관계를 가지게 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잘한다. 반대로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관심받지 못하고 일찍이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는 대인관계에 더 많은 어려움을 갖게 된다.
미스터 김의 경우엔, ‘둘째 아이 역할’이 핸디캡이 되어 적절하게 발달하지 못했고 자기주장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부인하며 유쾌하지 못한 생각을 기피하는 함정에 갇힌 것으로 보였다.
40대 중반에 와서야 마침내 그는 오랜동안 있었던 갈등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제 어린시절에 있었던 일을 더 이상 부인하지 않게 됐다. 기억들이 그의 의식속으로 흘러들어와서야 그로 하여금 맞부닥치게 한 것이다.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리치몬드 지역 멀티 서비스 센터의 임상 심리학 박사이다. 연락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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