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진도 6.8의 강진이 발생한 시애틀을 비롯한 타코마, 페더럴웨이 지역에는 약 10만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진앙지인 올림피아지역에도 수백명의 한인이 살고있으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 한인사회의 표정과 지진 현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한인들 표정
◎…6.8도의 강진이 발생하자 한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여진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7년전 시애틀로 이주했다는 김성미씨(41)는 "2층 서재의 책들이 쏟아져 내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면서 "LA에서 2년정도 살다가 지진이 무서워 이곳으로 이주했는데 또다시 지진공포에 떨게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립대 아파트에 살고있는 김태경씨(36)는 "책상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가 반이상 돌아가고 피아노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액자와 악보책들이 떨어졌다"면서 "애기아빠도 놀라 집에 왔다가 학교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전화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가족 및 친지들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시애틀 및 주변 대부분의 지역이 오후 늦게까지 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차 LA에 들렀던 김익진씨는 시애틀 인근에 위치한 집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본보에 전화를 걸어 현지상황을 물어 보는 등 답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시애틀 지진소식을 접한 LA 한인들은 지난 94년 남가주를 뒤흔든 악몽같은 노스리지 지진을 떠올리며 이번 지진이 비록 타주에서 발생했지만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과대학에 재학중인 유학생 이상운씨(LA·34)는 "남가주에서도 일주일에 한번꼴로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지진이 자주 발생, 불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다"며 "지진없는 곳으로 당장 이사라도 가고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연설중 피신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6.8도의 강진에 혼쭐이 났다.
’교육과 첨단기술’이라는 주제로 시애틀의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 연사로 참석, 연설을 하던 게이츠는 강진의 충격으로 장내가 출렁이자 배석 간부들과 경호원의 호위를 받아가며 재빨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강진이 몰아친 회의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천장에 걸려있던 대형 장식등이 바닥에 떨어져 사방으로 파편을 튕겨냈고 출구를 향해 달리다 넘어진 탁자에 발이 걸리거나 서로 충돌에 바닥에 나뒹구는 참석자들이 속출했다.
정장차림의 회의 참석자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한꺼번에 출구를 향해 쇄도,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근 탁아소의 직원들은 땅이 흔들리는 와중에서 침착하게 원아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켜 주변인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웨스틴 호텔측은 강연회가 열렸던 호텔 볼룸은 지진이 밀려왔을 당시 3분의2 가량이 차있었으나 부상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죽는줄 알았다"지진이 발생했을 때 고층건물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지상과의 거리에 비례해 가중되게 마련이다. 시애틀 일대에 강진이 엄습한 28일 한 건물의 1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허공 중에 갇혔던 수명의 주민들은 한결같이 "죽는 줄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폴렛 드루이는 15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제자리에 멈춰 섰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허공에 걸린 엘리베이터가 상하좌우로 요동을 치자 승강기 벽면이 허물어지면서 뿌연 먼지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며 그 순간에 "죽음이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놓았다.
드루이와 일부 승객들은 엘리베이터의 천장으로 올라가 15층의 승강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의원들 탁자밑 피신시애틀을 강타한 지진은 주청사의 회랑 기둥에 여러 개의 균열을 새겨 놓았다. 지진이 덮쳤을 때 진앙지로부터 10마일 가량 떨어진 올림피아의 주청사에서는 주상원 본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갑작스레 진동이 일어나면서 샹들리에가 미친 듯 흔들리자 누군가 책상 밑으로 대피하라고 소리쳤고 의원들은 너나없이 탁자 밑으로 파고들었다.
청사 관리담당자들은 당시 청사 안은 주지사를 비롯한 공무원들과 주의원들, 현장 견학을 온 어린이들로 만원을 이룬 상태였다며 "청사 중앙 천장의 원형 돔이 무너져 내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형 원형 돔이 무너져 내렸다면 인명피해를 모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