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네티즌을 열광시켰던 온라인 음악교환 사이트인 냅스터가 "음반업계에 10억 달러의 합의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20일 발표하자 국제음반업연맹(IFPI)은 즉각 다음날 "냅스터가 제안한 액수가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일축하는 등 ‘냅스터 파문’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냅스터 파문은 인터넷상의 지적 재산권 보호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두 권리의 충돌이라는 문제와 함께 냅스터가 상징하는 미래 정보산업의 핵심인 P2P(Pier to Pier) 방식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P2P와 냅스터
P2P는 서버 없이 상대방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디스크에 바로 접속해 자료를 주고받는 개인간 직접 정보교류 기술이다.
PC 이용자들은 음악파일이나 과학논문 등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지만 검색엔진만으로 지난해 100억개를 넘어선 인터넷 웹페이지를 뒤져 원하는 자료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전세계 누군가의 컴퓨터에 분명히 원하는 자료가 저장되어 있다면 몇초 안에 그 컴퓨터를 바로 찾아 접속, 원하는 자료를 내 컴퓨터로 바로 가져올 수 없는가.
이에 대한 답이 바로 P2P이다.
B2B와 B2C 등이 전자상거래를 위해 단순히 거래 당사자를 연결해주는 테크닉에 불과했다면 P2P는 인터넷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꿔줄 세계 네트워크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최근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적 IT기업이 P2P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파일을 손쉽게 검색해 상대 컴퓨터에서 바로 가져오는 것 외에도 개인은 서버없이 자신의 컴퓨터만으로 인터넷 방송국이나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 하나로 인터넷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P2P 모델은 또한 일반 컴퓨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모바일과 가전제품으로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제품이 각자 P2P 프로토콜을 가진 CPU(중앙처리장치)를 내장, 네트워크를 형성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P2P 기능이 내장된 전자레인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전자레인지로부터 특정음식의 조리법을 수시로 전달받아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 우유가 떨어졌을 경우 냉장고에 있는 P2P 네트워크를 이용, 주변 가게의 컴퓨터에 바로 접속, 배달 신청을 할 수도 있다.
냅스터와 지적소유권 소송P2P의 상징적 존재가 냅스터이다.
냅스터는 1999년 당시 17살이었던 숀 패닝이 시작, 회원끼리 MP3파일을 주고받도록 지원하는 사이트로서 불과 1년만에 5,000만명의 회원을 확보, 신화 같은 존재가 됐으며 이후 냅스터와 쌍벽을 이루는 누텔라 등 여러 P2P서비스가 등장,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수많은 아류 프로그램을 등장시키며 인터넷 분야에서 혁명으로 각광받은 냅스터는 그러나 법적으로는 늘 ‘저작권 침해’라는 꼬리표를 달고다녔다. 기존에는 CD로 구입해서 듣던 음악을 냅스터를 통해 공짜로 상대방의 PC에서 가져와 듣는 형태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다.
냅스터는 결국 음반사와 음악가로부터 서버에 음악파일을 올려놓지는 않지만 분명히 회원의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고 부추겼다는 혐의로 고소됐고, 긴 법정 투쟁의 결과는 점차 냅스터의 패배로 결론이 맺어지고 있다.
연방고등법원에서 저작권 침해 판결을 받은 ‘냅스터’사의 최고 경영자(CEO)인 행크 배리는 소니 등 메이저 음반회사와 독립 음반제작사에 제소 취하를 조건으로 총 1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20일 제안했다. 냅스터는 "음반회사들이 소송을 취하하면 5년간 소니, 워너, BMG, EMI, 유니버설 등 5대 메이저사에 매년 1억5,000만 달러를, 독립 제작사에는 매년 5,000만 달러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냅스터의 이런 제의는 지난 12일 제9지구 연방고등법원이 냅스터의 사이트 폐쇄를 명령하지 않았으나 온라인 가입자들에게 저작권 음반을 공짜로 다운로드 받게 해 준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판결한데 따른 것이다.
냅스터는 이미 BMG의 모회사인 베텔스만과 지난해 11월 기술제휴에 합의했다. 베텔스만은 현재 무료인 냅스터 사이트를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회원제 사이트로 개편할 경우 냅스터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냅스터의 이 같은 생존전략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음반업계는 PC간 파일 공유가 유지되는 한 불법복제를 뿌리뽑기 어렵다면서 서비스 자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짜에 맛들인 네티즌이 유료화에 호응할 지도 알 수 없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냅스터가 유료화하면 사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40%를 넘었다.
냅스터와 달리 서버의 중개 없이 PC간 직접 파일 공유가 가능하도록 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경쟁 서비스들의 존재도 냅스터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음반업체들은 인터넷상의 음악파일 유통을 막기 위해 냅스터 같은 서비스업체들뿐 아니라 개별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제재수단을 가할 방침이다.
젠세계 76개국 1,4000여 음반 제작·유통업체를 대표하는 국제음반업연맹(IFPI)은 21일 인터넷에 저작권을 침해한 음악파일을 대거 올려놓거나 자주 이를 다운받는 이들을 자동으로 추적,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지난 15일 저작물의 암호화 등 기술적 보호장치 허용을 골자로 한 인터넷 지적재산권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요지는 저작자의 승인없는 저작물 복제는 물론, 복제방지 장치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IFPI측이 개인들의 인터넷 이용을 추적하려면 인터넷 이용 현황을 일일이 파악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P2P의 진수: 분산 컴퓨팅P2P 기술은 파일 공유 외에도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데 그 중에서도 ‘분산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은 P2P의 진수로 불리며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분산 컴퓨팅이란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 PC들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를 한데 모아 크고 복잡한 연산처리에 활용하는 것. 이를 활용하면 막대한 자금이 드는 슈퍼컴퓨터를 구비하지 않고도 ‘지놈 프로젝트’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거뜬히 수행할 수 있다. 기업에서 이 솔루션을 도입하면 업무가 끝난 밤 시간에 LAN에 연결된 직원들 PC를 엮어 대용량 연산처리를 수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분산 컴퓨팅을 주도하는 나라가 IT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P2P 방식에 관한 최초의 행사로 14~1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P2P 컨펀런스’에서는 90여명의 저명 인사와 900여명의 기업 간부 및 벤처 투자가들이 참가, P2P 산업의 장래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컨러런스에서 역시 음악 파일 공유 기술인 ‘프리넷’(Freenet)의 고안자인 이안 클라크는 "고객들이 음반 회사에 대해 갖게 될 인식을 고려하면 음반 회사도 냅스터 못지 않게 타격을 입은 것"이라며 "음반 회사들이 앞으로 소송을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주 관심사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 컴퓨터를 소통시키는 사업 방식에서 어떻게 하면 수익 구조를 창출하느냐는데 모아졌다.
이에 앞서 10~13일 아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데모’(DEMO) 2001 전시회에서도 P2P 제품들이 대거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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