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가 본 "지상의 지옥" 티화나 페니텐시아라 형무소
2년반전 멕시코 티화나에 있는 특이한 형무소를 취재한 적이 있다. 들어가면 나갈때까지 수감자 자신이 알아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생존해야하는 ‘페니텐시아라 형무소’.
죄수복과 감방은 물론 음식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지만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50센트만 있어도 헤로인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마약과 범죄 공동체. 이 무서운 세계속에 복음을 심고 아름다운 크리스천 공동체로 변화시켜가는 한인 폴 서목사(40)의 이야기는 당시 많은 한인들에게 충격과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페니텐시아라를 지난 주말 다시 찾았다. "돈을 주고 가라고 해도 다시는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썼던 그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말로만 듣던 교도소내 세례식을 지켜보고 점차 확장되어가는 서목사의 티화나 선교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17일 이른 아침 함께 떠난 사람들은 치과의사 김범수씨와 샘 조씨, 언약감리교회의 담임 이은철목사와 교인들, 은강감리교회의 담임 우광성목사와 교인들등 15명이었다.
삼엄한 몸수색과 가방수색을 거쳐 양쪽 팔에 4차례나 검열도장을 찍은 후 들어선 페니텐시아라 형무소는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그때도 수용인원을 훨씬 넘는 4-5천명이 북적대고 있었는데 현재는 무려 7천여명이 들어와있다는 것이다. 좁디좁은 공간에 사람만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난 탓일까. 인구밀도가 살인적 수준에 달한 그 안에서는 숨쉬기조차 불편했고 하늘도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건물 안이고 밖이고 할 것없이 진동하는 악취... 그래도 냄새는 참을만 했다. 눈이 멎는 모든 곳, 손이 닿는 거리의 사방 모든 곳에 마약에 취한 죄수들의 얼굴이 있었다. 외부인을 바라보는 끈끈하고 충혈된 눈, 골목골목을 빼꼭히 메운채 묘한 미소를 보내는 그들과 몸을 부딪치며 발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똑바로 앞사람을 따라 앞만 보고 빨리빨리 지나가세요!" 폴 서목사의 외침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등에 맸던 백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우리 일행 중간중간에 끼여 에스코트하는 크리스천 죄수들을 따라 정신없이 들어선 곳은 200여 크리스천이 모여 찬양하고 있는 예배실.
죄수들의 예배와 세례식은 특별히 감동스러웠다. 불 붙은듯 뜨거운 찬양과 폴 서목사의 열정적 예배인도, 이은철목사의 설교에 이어 60명의 죄수들이 순한 양처럼 일렬로 나와 물속에 몸을 담그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세례식은 폴 서목사와 이은철목사, 우광성목사, 한인 4세 존 파커목사등 6명이 공동집전했다. 작은 이동식 풀속에서 한사람씩 물에 담갔다 일으키며 기도해주는 일을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세례받는 사람과 함께 물속에 앉았다 일어나야했던 목사님들은 완전히 젖은 몸이 되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여자 성도는 쉴 새없이 눈물을 닦았다.
페니텐시아라 형무소는 부정부패와 범죄, 마약이 들끓는 세계인 반면 역설적으로 크리스천의 숫자는 점점 증가, 현재 1,000여명이 독실한 신자라고 한다. 개중에는 편하게 감옥생활을 하기 위해 신자가 되기도 하지만(크리스천이 되면 동료들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 대부분은 어려운 환경에서 뜨거운 신앙체험을 하고 정말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모범죄수들이다.
폴 서목사는 이곳서 사람을 죽인 깡패를 목사로 만들어 크리스천 그룹의 지도자로 세웠고, 지난해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었던 강도를 변화시켜 바로 3개월전 세례를 주기도 했다.
서목사는 이들을 위해 형무소의 감방을 하나씩 구입, 크리스천 전용 감방으로 만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사들인 감방이 총 42개. 보통 방 하나에 9명정도 들어가므로 약400명이 신앙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감방은 개당 500달러면 살 수 있는데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 마약소굴이 되곤 하므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것.
지난해 윌셔연합감리교회(담임 이창순목사)가 ‘사랑의 음악회’를 열어 모금한 수익금 1만4,000달러를 이 형무소의 담을 지어주는데 사용했다는 서목사는 그 대가로 새로 건립한 감옥건물내에 20개의 감방을 약속받았다며 곧 사역이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으로 내다봤다.
"페니텐시아라 형무소 선교는 끝없이 주기만 해야하는 사역이라 지속적으로 돕는 교회나 단체가 없습니다. 나자신도 너무 힘들어 그만 두려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요.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열매 맺고 거두는 모습을 보게 하시니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습니다"
들어갈 때 통과했던 미로같은 길을 거슬러 형무소 밖으로 나왔다. "천국이 따로 없다"며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일행을 빙 둘러 세워놓고 서목사가 크게 숨을 쉬어 보라고 한다. 심호흡을 두어번 하고 난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천국은 여기보다 좋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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