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관에 가면 역대 한인회장들의 사진이 연대별 순 으로 걸려있다.
서상복 초대회장에서 직전회장을 역임한 제25대 신만우 회장까지.
그 중 주명룡, 이정화, 신만우 전 회장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오는 3월 18일 제27대 한인회장 선거의 후보가 3명으로 최종 압축된 탓일 것이다. 이들은 제23대 한인회장 선거 당시 3파전으로 각축전을 벌인 주인공(?)들이다. 시기와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한인회장들을 역임한 역대회장들이기도 하다.
당시 선거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선거운동 역시 매우 치열했다. 한 후보의 선거캠페인 본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던 한 한인인사가 운명을 달리했다. 이를 선거 여파로 연결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 정도였다.
선거 개표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세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었다. 사상 처음으로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법정 비화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고 할 수 있다.
선거는 주명룡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제23대 주 회장은 경선 에 나섰던 신만우 후보의 법정 소송 제기로 결국 반쪽임기만을 마친 회장이 됐다.
이어 23대 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정화, 신만우 후보가 제24, 25대 회장 선거에서 단독후보로 한인회에 각각 무혈 입성했다. 결국 23대 회장 선거에 나섰던 세 후보는 순서와 임기만 다를 뿐 모두가 역대 한인회장으로 기록됐다.
제27대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다가왔다. 3월 18일이니 한 달 남짓이다. 이번 선거도 제23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기호 1번 김석주, 2번 최영태, 3번 김기철 후보의 3파전이다. 각자 장점이 있고 부족한 점도 있는 3명의 후보. 한인 유권자들은 그 중에 한 후보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면 된다. 물론 선택의 기준은 각자마다 다를 것이다. 또 세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한인 회장의 자리는 많은 봉사와 손길이 요구된다.
한인들은 이민자로 살기 때문에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어를 잘 못하거나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한인들. 조금이라도 온정의 손길이 닿으면 살아가는 맛을 느끼는 연약한 한인들. 이들에게 따스함을 줄 수 있는 한인회가 돼야 한다.
한인회장이라고 혼자 폼 잡고 거드름을 피우며 한국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해바라기성’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그 동안 한인회장 선거는 한인사회의 축제 같은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혼탁 선거의 면모만을 보여왔다.
올해 한인회장 선거의 선관위원장은 이강국 변호사다. 아이러니컬하게 그는 제23대 뉴욕한인회장 선거 후 법정에 서야했던 주명룡 회장의 러닝메이트인 수석부회장. 물론 판사에게 선거운동을 잘못했다는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선관위원들이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세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번 선거도 향응 제공, 금품살포 등 혼탁의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바로 이런 시점에 선관위는 엄정하고 공평한 게임의 룰을 적용해야 한다. 엉뚱한 구설수에 오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특정 후보의 지지를 은연중에 하거나 불공정한 유권 해석을 내린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에 승복할 후보도 없을 뿐더러 그 책임은 선관위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불공정한 잣대’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제23대 뉴욕한인회장 선거처럼 선거 후 미 법정에 서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철저한 예방 적 차원에서 중심을 잡고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선관위의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한인들은 누구나 도덕시간에 ‘든 사람, 난 사람, 된 사람’을 배웠을 것이다. 든 사람(지식인)은 지식이나 학식이 풍부한 사람을 가리키고, 난사람(지도층)은 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을 말하며, 된 사람(교양인)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아무리 많이 배워 학식을 쌓고 재능이 많아도 도리를 모르면 쓸모가 없거나 사람다운 구실을 못하게 된다는 “돼 먹지 못한 놈”이란 말이 있다.
오는 3월 18일 제27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세 후보와 선관위원들은 ‘난 사람’, ‘든 사람’보다는 ‘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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