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김광석(뉴욕한인봉사센터 사무총장)
한인회장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공통적으로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접목, 한인회의 효율적인 운영, 봉사활동의 확대 등이 강조되었다. 당선된 회장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그 공약을 실천하고자 하였고 한인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였으나 그 공약들은 금년의 선거에도 재등장하고 있다. 공약 자체가 한인사회에 항상 필요한 일들이기에 반복적으로 강조될 수 있는 내용이나, 차제에 이 공약들을 한인사회에 토착적으로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그 소견을 여기에 개진해 본다.
최우선으로, 한인회는 그 성격을 명료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한인회가 정치적 압력기구로 존재한다면 미정부에 로비활동을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로비활동을 하는 단체는 정부로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정지원을 받기 어렵다. 한인회가 정치압력 기능과 정부지원의 서비스 제공을 양면적으로 동시에 수행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정치의 압력단체가 될 것이냐 아니면 사회봉사기관으로 존재할 것이냐를 한인회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자명하다.
미국사회는 자본과 고도의 정치기술이 윤리 및 정의와 타협하며 존재하고 있다. 소수계 민족이 그나마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면 자본과 정치의 함수관계에 틈새를 노려 비집고 들어가는 예리하고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이민법은 이민자들을 신종 노예화시켰고, 로칼 169노조에 녹아나는 것은 한인청과상들이다. 한인회는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강력한 압력단체로 그 모습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압력단체의 선두에 누가 나설 것인가? 현재의 한인회 체제로 본다면 한인회장이 직접 뛰어야 한다. 첫째, 전문가를 고용할 재원이 없고, 둘째 회장을 대신하여 헌신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 회장은 개인사업에는 성공한 사람들인지 몰라도 로비나 정부관계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 수 있다. 한인사회를 미주류사회에 연결하겠다는 공약이 되풀이되는 사연이 여기에 있으리라. 한인회에는 로비전문가, 정치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그 재원을 충당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향의 사업 구상이 필요한 것이다. 회장, 이사, 그리고 뜻있는 한인들의 재정으로는 그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5대 한인회의 후반기에 한인봉사센터의 본부가 한인회관으로 이전하며 한인회와 봉사센터는 두 가지에 뜻을 모았다. 첫째, 두 기관의 주인은 한인사회임을 주지하며 한인회는 정치의 도구로 봉사센터는 서비스 전달의 도구로 최대한의 혜택을 한인사회에 연결하자는 것, 둘째로 한인회관 6층(각 층 약 7,000스퀘어피트)을 지역사회센터(진료소, 문화공간, 직능/시민단체 사무실, 교육/직업센터, 이민/생활상담/정보 및 안내센터 등)로 전환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이용하는 한인들이 한인회원으로 등록하여 회원의 혜택으로 집단의료보험, 할인카드, 더 나아가 크레딧 유니온 등을 통한 수익사업으로 한인회의 운영자금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이사회에서 사업을 관장하고 이사회 중심의 한인회로 그 조직형태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금년도 한인회장 선거에는 후보자 공탁금이 6만달러이다. 3명의 후보가 18만달러를 선뜻 헌납하였다. 로비전문가 한 사람을 1년 이상 쓸 수 있는 돈이다. 내 돈을 내고 내가 무엇을 해보겠다는 뜻의 뒷면에는 ‘나’라는 것이 강력히 존재하고 있다. 재원이 넉넉치 못한 한인회의 토양에서 구성되는 회장단은 신임회장의 ‘나’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새로 회장이 되시는 분에게 공약을 토착화하고 한인사회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참고가 될 사항을 정리해 본다.
첫째, 한인회의 성격을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대정부 로비활동으로 명료히 할 것. 둘째, 한인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이사회를 재구성할 것. 이 이사회는 회장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하며 전문인들을 고용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셋째, 한인사회의 사회봉사활동의 확대는 사회봉사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는 봉사기관에게 의뢰하고 이들이 보다 많은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외활동을 원만히 할 것 등이다. 이사회가 한인회의 주축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인회는 새로운 시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즉, 이사회가 회장을 고용하는 체제로의 변환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어떠한 공권력도 주어지지 않는 일종의 명예직으로 존재하는 한인회장을 선출하여 한인사회을 맡기는 소비성 행정에서 한인사회에서 구성되는 이사회가 한인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우리의 뜻대로 고용하여 직함을 주고 일을 부탁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주관적이고 책임있는 한인사회로의 변환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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