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사랑 하고픈 기분이지요”(중국명 ‘화양연화’)의 홍보차 두 주연배우인 토니 륭과 매기 충과 함께 LA에 온 왕 카와이 감독(42)을 만났다. 짧은 머리에 키가 큰 그는 자기 상표인 선글래스를 쓰고 있었는데 묻는 말에 직선적으로 대답했다.
자신이 제작, 극본, 감독등 1인3역을 한 이 영화는 왕 감독의 7번째 영화. 만드는데 15개월이나 걸렸는데 IMF 위기로 인한 재정문제와 당국의 검열문제 등으로 해서 난산이었다. 5세 때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그는 어렸을 때의 기억에 남아있던 것을 아이디어로 이 영화의 극본을 썼고 쓰기 전 주인공은 미리 결정했다. 그의 과거 작품인 ‘타락천사’와 ‘증경삼림’ 그리고 ‘아비정전’과 ‘열혈남아’에서 볼 수 있듯이 왕 카와이는 로맨틱이다. 본인은 궁극적인 로맨틱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자신의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거나 또는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스스로의 부인을 부정했다.
영화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데 자기가 비를 좋아하는 데다가 무드 조성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넣었다. 그는 또 이 영화를 체임버 뮤직에 비유하면서 영화가 그것의 리듬과 템포를 따라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홍콩부문이 1악장, 싱가포르 장면이 2악장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사원 부분은 코다가 되는 셈이다.
냇 킹 콜의 음악을 쓴 것은 60년대 당시 홍콩 음악인들의 대부분이 필리핀서 왔고 따라서 스패니시 계통의 음악이 많이 연주됐는데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냇 킹 콜의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랑의 영화이면서도 육체적 접촉이 없는 것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차오와 수간의 러브신을 찍었으나 영화에 공간을 남기고 관객의 상상에 맡기기 위해 뒤에 이를 잘라냈다. 왕 감독은 “내 영화는 간단한 얘기”라면서 “둘이 정사를 했는지 또 수의 아들이 누구의 것인지는 마음대로 상상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둘이 함께 살면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 떼어놓았는데 후에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궁금한 것을 많이 남기고 끝이 나는데 왕 감독은 모든 것을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왜 카메라가 그렇게 엿보듯이 들여다보는 것이냐고 물었다. 늘 이웃의 감시 하에 있고 또 남들로부터 숨겨야 하는 차오와 수의 처지를 관객들이 두 사람의 이웃들과 똑같이 염탐하듯 보게 하려고 그렇게 찍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차오와 수의 관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토니와 매기에 따르면 영화가 연애영화라는 것만 알았을 뿐 전연 내용은 몰랐다는 것. 세트서 이야기를 개발하고 촬영하면서 인물의 성격이 계속 변화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토니의 헤어크림은 진짜 60년대 것으로 접시세척제로 머리를 감아도 다 빠지지 않았다고. 또 매기는 꼭 끼는 청삼을 입으니 너무 불편해 연기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매기는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세야의 아내인데 둘이 함께 일할 계획이 없느냐는 물음에 가능성은 있으나 부부 영화인이라고 꼭 같이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세 사람에 의하면 이 영화는 차오의 수에 대한 복수의 영화다. 아내로부터 배신당한 그가 복수하기 위해 수를 만나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아이러니칼한 영화다. 매기는 수가 차오를 처음 만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이 그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기는 특히 영화의 내용을 전연 몰라 처음에는 분노하고 좌절하기까지 했다고. 내용 알기를 포기하고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토니는 이제 배우로서 할 만큼 했다면서 내년에 내 스타일로 사랑, 귀신, 범죄가 모두 섞인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왕년의 쿵후 배우였던 매기는 이제 액션은 미셸 요에게 맡기고 자기는 감정과 내면 영화에 더 관심을 쏟겠다고. 그리고 왕 감독은 홍콩이 본토에 반납된 지 50년 후인 2046년의 중국과 홍콩과의 관계를 다음 작품에서 다룰 예정이다.
할리웃 진출 가능성에 대해 세 사람 모두 당분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어디서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누구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또 과연 할리웃이 아시안 배우에게 무엇을 주느냐에 자신들의 할리웃 진출 여부가 달려 있다며 인터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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