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E.J. 디온 (워싱턴포스트 기고)
종교단체에서 열심히 일해 업적을 남긴 인물을 가리켜 ‘성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종교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권력이나 돈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서 삶의 만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붙여지는 칭호다.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배움을 전해주고 구타당한 여성들에게 거처를 제공해주며 마약중독자들에게 재활의 길을 열어주는 등 좋은 일을 하는 성자들 가운데는 교회나 사찰, 모스크등 종교기관에 소속된 이들도 있지만 종교와는 무관한 이들도 많다.
부시대통령은 29일 교회등 종교단체에서 행하는 자선사업에 정부차원의 지원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많은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기적’을 고맙게 생각하라는 부시의 말은 옳다. 그러나 부시가 ‘교회의 자선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언급하기 이전에도 상당한 비중의 정부 예산이 종교단체의 자선사업에 투입되어왔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기금이 종교단체 운영 병원에 지급됐고 종교학교 학생들에게도 정부의 학자금지원이 이루어졌다.
정부 혼자서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부시의 주장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만약 교회를 포함한 비정부단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미국의 공공지원사업은 붕괴되고 말았을 것이 틀림없다.
존 딜룰리오를 종교 및 자원봉사 지원 책임자로 임명한 것도 좋다. 펜실배니어대학교수인 딜룰리오는 평소 종교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가난한 사람을 돕고 인종적 차별에 반대하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딜룰리오는 자신의 소신을 실천함으로써 미국의 모든 고통받는 이를 구제할 수 있다는 이상론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공공정책 추진의 책임자의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못된다. 신앙에 기초하고 있는 그의 소신은 모든 사람이 정직하게 생각하고 일한다는 가정하에서만 실천이 가능하다. 딜룰리오의 이상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에 부시정권은 다음과 같은 도전에 직면하게될 것이다.
첫째, 종교단체가 비종교단체보다 일을 잘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그래서 정부가 종교단체를 더 편애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만약에 정부가 종교를 - 특정종교가 아니더라도 - 우대할 경우 헌법이 흔들리는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교단체도 일반 자선단체의 하나로 취급해서 도움을 줄만한 경우에만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다시말해 종교단체만이 아닌 모든 자원봉사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셈이다.
둘째, 그동안 부시가 말해온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적인 견해가 이번 문제로 시험받게 된다. 부시는 앞으로 4년동안 다음과 같은 말을 국민들에게 되풀이해서 들려줘야 할 것이다. "온정적인 사회는 의료보험 혜택을 못받는 가족을 보고있지 않으며 그럴듯한 일자리도 없는 사람에게 웰페어 혜택을 끊지 않고 저소득 근로자들을 가난에서 헤어날 길이 없도록 방치해두지 않는다"
부시는 29일 "정부가 하는 일을 자선단체나 커뮤니티 그룹이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부시는 - 부모의 자식을 위한, 마약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그리고 전과자들의 갱생을 위한 - 개인적 책임을 강조했는데 이 말이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백,수천만명의 극빈자들이 가난에 처한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나 책임감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불운과 차별, 저급한 교육, 위험한 이웃환경 그리고 경제 자신이 만들어낸 불공평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시의 온정적 민주주의는 말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나라를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 여부로 평가받게될 것이다. 어떠한 사회도 ‘성자’ -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성자라고 할지라도 -에게만 의존해서 나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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