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환경정화 차원에서 클리퍼스를 딴데로 추방해야 한다." "그따위 엉터리팀을 내버려둔 다는 건 LA의 수치다."
NBA 새 시즌을 앞두고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독설을 퍼부었다. 쓸만한 재목을 다발로 들여와도 해뜰날이 보장되지 않은 클리퍼스 주제에 오프시즌 내내 팔장이나 끼고 있는 듯하는 게 눈꼴스러워 휘두른 삿대질이었다.
그렇다고 클리퍼스 식구들을 통째로 함량미달로 봐선 안된다. 전반적인 전력이 허약해서 웨스턴 컨퍼런스 퍼시픽 디비전 꼴찌(13승31패, 승률 29.5%, 최근 7연패, 이하 28일 현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잘 다듬으면, 또 팀만 잘 만났다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물건들이 적지 않다.
단연 눈에 띄는 ‘대물 후보’는 라마 오돔(스몰포워드).
로드 아일랜드를 ‘중퇴’하고 99-2000시즌부터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은 프로 2년차 오돔은 NBA가 자체 분류한 14개 부문별 기록에서 몽땅 팀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NBA로만 따지면 스카티 피핀(94-95시즌·당시 시카고 불스, 현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이어 통산 2번째이자 NBA 이전 ABA까지 감안해도 줄리어스 어빙(75-76시즌·당시 뉴욕 네츠)한사람만 늘어나는 엄청난 기록(14항 분류 공식기록은 70-71시즌 시작됐음)이다.
오돔은 이번 시즌 44게임에 나서 평균 36.7분동안 코트를 누비며 게임당 17득점·7.9리바운드·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14.1점)와 야투성공률(44.2%), 자유투(5.0점)와 자유투성공률(69.7%)은 물론 블락샥(1.9개)·스틸(1.0개) 등 ‘전과목 팀내 수석’을 차지하고 있다.
NBA 전체로 보면 득점(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제리 스택하우스 1위·30.0점,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 2위·29.4점), 리바운드(애틀랜타 혹스의 디켐베 무탐보 1위·13.8개), 야투성공률(새크라멘토 킹스의 샤킬 오닐 1위·57.1%)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30-50위권에 랭크돼 있다.
전체 석차 하락을 오돔의 한계로 치부하는 건 오산이다. 그가 비록 탑10에는 들 실력이 못된다 하더라도 꼴지 클리퍼스가 아닌 중위권 팀의 스타팅 멤버 자리만 확보해도 부분별 랭킹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 클리퍼스를 만날 경우 오돔만 확실히 봉쇄해도 절반의 승리는 확보된다는 계산아래 집중수비를 펼치게 되지만 그가 중위권(+알파)팀에 소속돼 있으면 그만큼 집중마크의 굴레에서 벗어날 공간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축구에서 호나우도·호마리우 등 월드스타들이 득실득실한 브라질과 다보르 수케르라는 걸출한 수퍼스타 한명에 의존해 신흥강국으로 발돋움한 크로아티를 놓고 볼 때 상대팀은 브라질을 만나면 누구를 막아야 할 지 혼선을 빚고 따라서 실점위기도 많아지게 마련이지만 크로아티아와 싸울 때는 죽자사자 수케르만 마크하는 작전으로 상당부분 효험을 볼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오돔의 지금 성적표는 그것만으로도 결코 만만찮은 것이지만 ‘약팀속의 스타’가 치러야 할 억울한 숙명까지 감안한다면 그 값어치는 적잖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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