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배 교육상담
▶ 가정이 회복되는 한해 되기를
새 천년이 시작됐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각 분야마다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틀을 짜며, 변화된 면모를 나타내기 위하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황을 중심으로 그때그때 부모님들에게 알려드리고, 한 가족처럼 생활하는데 분위기를 맞추고 호흡해 왔다. 올해에도 시간이 주어지는 한 급변하는 사회와 특히 교육계의 동향을 부모님들과 격의 없이 폭넓은 대화를 통해서, 자녀들의 교육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마음의 바람이다.
새 천년에 들어선 오늘의 시대는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으로 장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 인류를 몰아가고 있다. 이럴 때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역사는 인간에게 그 책임을 묻곤 했다.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하고, 학교나 사회에만 이들을 맡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올해에는 모든 한인사회가 가정의 회복에 중점을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정은 부부와 자녀들이 모여 사는 소단위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사회의 한 단위요, 국가의 한 단위요, 세계의 한 단위라 할 수 있다. 이 가정에서 어느 한 관계가 균형을 잃게 되면 가정의 역할이 어려워지고, 심하면 깨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곧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오늘은 특히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어떻게 가정에서 교육할 것인가에 대하여 의견을 말하고 싶다. 자녀들과 균형 잡힌 좋은 관계를 이루기 위하여 그들과의 대화법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때에 학생들로부터 나의 부모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말을 듣곤 한다. 또 부모들은 우리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들 한다.
사실 그렇다. 믿음과 이해, 이 두 단어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에 대화를 아름답게 하기도 하고, 그와는 반대로 단절시키기도 한다. 성공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자녀들이 먼저 마음 속으로부터 부모를 존경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한인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를 내세워 먼저 아이들이 순종하기를 바라고, 존경해 주기를 기대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아버지, 어머니이기 때문에 무조건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택의 자유라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하는 미국의 2세 자녀들은 한인 가정의 가정윤리가 이해가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반항으로 행동을 하기까지 한다. 자녀들은 그들이 믿는 사람에게 존경하고, 순종하는 것이다. 이 믿음은 아버지라는 이름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훈련 안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넣어 볼 수가 있겠다. 부모들이 자녀와 대화를 할 때 아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한 성인으로 대우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무슨 말이고 부모에게 할 때에는 부모 쪽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말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끝까지 들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들어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반응도 진지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에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진실이 없는 대화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아니다. 부모 한 쪽에서 다 말해버리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 또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끝까지 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그대로 믿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같은 말을 매일 반복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것도 삼갈 일이다.
또한 아이들과 화를 내며 싸우는 부모도 있는데, 아이들과의 언쟁, 주먹싸움 등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과는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만 안겨주고, 대화의 단절을 가져오게 되며, 부모는 부모대로 마음이 언짢고,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남는 것 없이 부모와 자녀간에 관계만 악화될 뿐이다.
그 다음으로 이해라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말이다. 탈선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한 내용을 보면 반 이상이 부모들이 자기들을 이해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응답했다. 이해는 곧 사랑과 통한다. 그래서 서로 이해가 오갈 때 따뜻한 사랑이 꽃피는 아름다운 가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면, 부모님들이 원하는 권위와 존경은 자연스럽게 자녀들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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