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주 보호구역내 술판매로 인디안-백인 대립
워싱턴주 남부의 타운 하라에서는 요즘, 인디언 보호구역내 알콜판매금지 문제를 놓고 인디언들과 백인들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보호구역들과는 달리 이곳에는 백인들이 인디언들보다 더 많다.
그런데, 인디언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보호구역에서 알콜판매를 금지하려 한다. 이에 백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이 문제는 보호구역내 인디언 부족들의 권한행사 범위에 대한 기본적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하라에 거주하는 백인 잭 브래든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알콜판매를 금지시키려는 발상을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79세의 브래든은 이곳에서 3대째 목장업을 하고 있다.
"알콜판매 금지법은 1920년대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지금와서 다시 강요하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브래든은 톤을 높인다.
하지만, 인디언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야카마 네이션 부족평의회’ 부의장 제리 메니닉은 연방정부 관료들이 백인들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이곳에서 알콜판매 금지법을 재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카마 네이션은 광대한 워싱턴주 중부 인디언 보호구역을 감독하는 인디언부족들의 자치기구다.
"보호구역에서 우리가 소수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알콜추방운동 포기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우리 땅은 알콜로 인해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다"
메니닉은 말한다.
이런 상반된 주장들은 인디언 주권의 한계 및 15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약의 집행을 둘러싼 연방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문제의 알콜금지 조약은 1855년, 야카마 네이션과 연방정부 사이에 체결되었다.
당시, 워싱턴주 대부분을 관할하던 인디언 부족들의 연맹체 ‘야카마 네이션’과 연방정부는 보호구역 내에서 알콜판매를 금지하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그때 이후 백인 정착민들은 거의 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봄, 야카마 네이션 평의회가 알콜금지법 재집행을 가결함으로써 이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불거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결정은 지난해 9월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야카마 네이션 관내 수십개의 술집들은 이를 무시하고 알콜판매를 계속해 왔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미대륙에서 인디언 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 정도다.
이는 200년전 인디언들이 미대륙의 4분의 3을 관할했던 시절과 비하면 약소하지만, 여전히 작은 면적은 아니다. 현재, 인디언들은 상당수 보호구역에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알콜금지법도 포함된다. 하지만, 야카마 네이션처럼 인디언들의 인구가 백인인구보다 더 적은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인디언부족들은 알콜판매 금지법의 정당성 근거로서 무엇보다도 심각한 알콜남용 문제를 꼽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야카마 네이션 내 알콜중독자 비율은 미국평균의 다섯 배가 넘는다. 또, 교통사고 중 알콜관련 사고가 무려 80%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 전체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 결과, 야카마 네이션 부족들은 알콜판매 금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한다.
"보호구역에서 알콜판매를 금지시킬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알콜판매가 야카마 보호구역의 유일한 생계수단은 아니지 않는가"
앤토니 와신스 평의회 의장은 주장한다.
인디언 부족들은 연방정부 관료들에게 자신들의 보호구역에서 알콜을 일소해 주도록 요청해 놓은 상태다. 반면, 주정부 관리들은 리커스토어 주인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법원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리논쟁으로 비화되었다.
주정부측은 솟장에서, 인디언 부족들이 보호구역내 개인사유지에서의 알콜판매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가장 첨예한 이슈는 ‘인디언 토지’라는 용어의 해석문제다. 백인들의 술집이 인디언 보호구역내의 백인소유지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알콜판매금지는 야카마 네이션 만의 이슈가 아니다.
미국내 많은 인디언 보호구역들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인디언들과 비인디언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돼 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보호구역들에서는 인디언들이 알콜판매를 옹호하는 반면, 비인디언 거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보호구역내 카지노 운영을 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인디언들에게는 알콜판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메니닉 평의회 부의장은 백인 술집소유자들이 야카마 네이션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알콜이 이곳에 반입된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 또, 금지법이 유야무야된 것은 연방정부의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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