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28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리는 수퍼보울 XXXV를 앞두고 뉴욕 자이언츠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중 어느팀이 이길 것으로 보느냐는 독자들의 문의전화가 많다. 풋볼 전문가들도 여느해와 달리 이번 수퍼보울에서는 어느팀이 승리할지 점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자이언츠, 다른 이는 레이븐스로 엇갈리고 있는데 누가 이기든 박빙의 근소한 차가 될 것이라는 점만은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사실 자이언츠와 레이븐스는 수비는 막강하지만 공격력은 중간급에 그치고 있어 수퍼보울까지 진출할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 못했던 팀들이었다.
운동경기에서 공격과 수비는 모순(矛盾)의 관계를 갖는다. 중국 초나라때 한 장사치가 창(矛)과 방패(盾)를 함께 들고 다니면서 아무리 튼튼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이고 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을 수 있는 방패라고 주장했다는 고사가 잘 들어맞는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과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방패가 겨룬다고 할때 우열을 예상할 수가 없듯이 공격이 가장 강한 팀과 수비가 가장 강한 팀이 맞붙을 때 어느쪽이 이긴다고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올시즌 NFL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창’이 ‘방패’에 무너졌다. 우선 정규시즌 오펜스 랭킹 1~3위팀이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다. 랭킹 1위 세인트루이스 램스는 10위 뉴올리언스 세인츠에, 2위 덴버 브롱코스는 16위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3위 인디애너폴리스 콜츠는 26위 마이애미 돌핀스에 각각 패했다. 패한 세팀의 디펜스 랭킹은 각각 23위,24위,21위였고 승리한 세팀의 디펜스 랭킹은 8위,2위,6위였다.
컨퍼런스 챔피언전에서도 낙승이 예상됐던 오펜스 랭킹 5위의 미네소타 바이킹스와 6위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13위의 뉴욕 자이언츠와 16위 레이븐스에 41대0과 16대3으로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바이킹스의 디펜스 랭킹이 28위, 레이더스는 17위인데 비해 자이언츠와 레이븐스는 각각 5위와 2위에 랭크돼 있다는 점에서 방패가 창을 꺾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권투에서 가장 재미없는 시합은 파고들지 않고 수비위주로 아웃복싱만을 하는 선수들끼리 맞붙었을 때다. 둘이서 서로 상대방이 실수하는 틈만을 노리느라 펀치도 제대로 뻗지 않고 탐색전만을 벌인다. 관중들 한테서 야유가 터져 나오고 레프리가 경고를 줘도 달라지지 않는다. 둘 다 경기운영 스타일이 그래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수퍼보울 XXXV도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빈스 롬바디트로피(사진)를 놓고 맞붙는 레이븐스와 자이언츠가 한동네 팀들인데다가 앞서 언급한대로 ‘창’보다는 ‘방패’로 먹고사는 수비위주 팀들이기 때문이다. 두팀 모두 대문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근채 러싱위주의 공격을 시도하는 경기운영을 할 것이 분명해 퍼스트다운도 변변히 기록하지 못한채 펀팅만 오가는 지루한 경기가 될 것이다. 지난 1973년 수퍼보울 VII 마이애미 돌핀스-워싱턴 레드스킨스전의 사상 최저득점 기록 14-7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올시즌 NFL 최우수 방어선수 레이 루이스가 미들 라인백커로 버티고 있는 레이븐스는 올 정규시즌 16게임에서 4차례의 셧아웃을 기록하며 상대팀에 165포인트만을 내줬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덴버,테네시,오클랜드등 막강 화력의 상대에게 도합 16포인트, 단 1개의 터치다운만을 허용했다.
랭킹 5위의 자이언츠 방패도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친다. 바이킹스의 화려한 공격을 셧아웃시킨 관록이 있고 러싱수비는 레이븐스보다 한수위면 위지 결코 뒤지지는 않는다. 양팀 감독이나 선수들도 이번 수퍼보울이 수비위주의 전쟁이 될 것이며 빅플레이는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양팀의 쿼터백은 알콜중독에 빠졌던 콜린스나 탬파베이에서 주전자리를 빼앗기고 옮겨온 트렌트 딜퍼나 ‘오십보 백보’에 가깝지만 3차례 플레이 오프경기에서 성공시킨 패스가 도합 23차례에 불과한 딜퍼보다는 미네소타전 전반에만 그만큼의 패스를 성공시킨 콜린스가 한수위로 보인다. 예상 스코어 자이언츠 13: 레이븐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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