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화제
▶ 지하철, 청소차등의 낙서는 세계적으로 유명
25세의 데이빗 페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살다가 대서양을 건너 뉴욕시로 왔다.
하지만, 페레는 여느 예술가처럼 소호의 갤러리에 전시할 초상화나 풍경화를 그리려 온 것이 아니다. 그는 뉴욕시의 건물이나 상점 벽에 그라피티를 그리길 원하는 소위 그라피티 예술가다.
지금까지 페레는 호주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그라피티 흔적을 남겨왔다.
그러나, 페레는 뉴욕시에서 건물 소유주들로부터 그라피티 허가를 정식으로 받는 동안, 동료 그라피티 작가들이 자신과 유사한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흔히, 뉴욕시는 그라피티의 메카로 통한다.
그냥 메카라는 말만으로도 부족하다. 뉴욕시는 그라피티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그라피티 작가들이 아직도 올라야 할 정상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곳이 바로 뉴욕시다.
그들은 뉴욕시의 지하철 전동차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작품을 남기길 원한다.
또, 그라피티 작가들의 명예의 전당으로 통하는 맨해턴 106가와 파크 에버뉴를 순례해야만, 비로소 그라피티 작가로서 최종목적지에 도달했다고 느낀다.
역설적으로, 뉴욕시는 그라피티 퇴치에 골몰하는 전세계 도시들이 우러러보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쿄에서 코펜하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시들이 뉴욕시의 그라피티 퇴치정책을 모방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시에서 그라피티 관련법 위반으로 체포된 사람의 수는 1,657명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34%나 증가한 수치였다.
한때 그라피티 작가들의 달리는 캔버스로 간주됐던 지하철 전동차나 청소차량 등도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일단, 전동차에 그라피티가 칠해지면, 그것을 지울 때까지 운행을 중단시켜 버린다.
뉴욕시에서 그라피티는 70, 8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라피티는 1994년 검사출신인 루돌프 쥴리아니 현시장이 취임하면서 된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쥴리아니는 그가 임기내내 표방한 ‘뉴욕시 삶의 질 향상’ 정책의 주요 실천방안 중 하나로써, 그라피티 추방캠페인을 집요하게 전개했다.
현재, 뉴욕시는 그라피티 소탕캠페인 비용으로 연간 2,500만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1995년에는 시정부 차원에서 ‘반 그라피티 업무추진팀’을 편성했다. 이 팀은 약 20여 곳의 각급 시정부 기관에서 선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라피티 코디네이터들은 관할 경찰서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하며, 각 경찰서는 관내에 그라피티 문제를 다루는 연락관을 지정해 놓고 있다. 그리고, 경찰서마다 최소한 3개 이상의 그라피티 소탕팀을 조직하여 그라피티 소탕작전을 벌인다. 뉴욕시경은 또, 그라피티 소탕을 위해 비밀경찰을 파견하고, 요주의 지역에는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았다.
법적으로 그라피티는 중범죄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범죄로 처리된다.
그라피티를 그리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진다.
우선, 갱단멤버들은 자신들의 관할구역을 표시하는 방안으로 그라피티를 활용한다. 또, 심심풀이 삼아 한번씩 스프레이를 뿌려보는 사람들도 있고, 이와는 달리 예술적 차원에서 그라피티 창작에 매달리는 작가들도 있다.
뉴욕시 스테튼 아일랜드에서는 그라피티 1차 위반자에게 100시간의 사회봉사와 피해보상을 명령한다.
이곳 경찰은 또, 450명에 달하는 그라피티 혐의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체포건수가 올라갈수록, 그라피티 위반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스테튼 아일랜드 경찰서장 프랭크 벨카스트로는 말한다.
경찰이 그라피티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는 단순히 도시 미관보호나 사유재산권 보호 차원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라피티의 존재가 음울한 범죄분위기를 조장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라피티를 방치할 경우, ‘여기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없이 넘어갈 수 있는 곳이구나’ 하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벨카스트로 서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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