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클린턴 대통령이 마무리지어야 할 현안 중에는 서부의 물사용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후버댐 상류의 미드호 물사용권을 놓고 캘리포니아와 서부 6개주들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강을 막아 생긴 미드호는 미국 최대의 담수호다.
클린턴 행정부는 최근 미드호의 수자원 배분문제에 대한 잠정적 해결책인 일명 ‘베빗 플랜’을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회의적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가 미드호 물을 남용한다는 불신이 워낙 뿌리깊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물에 관한한 초현실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다른 모든 주는 다 캘리포니아에 종속된 것으로 안다"
미드호의 한 감독관인 태즈 한센은 말한다.
"호수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수많은 사람이 실직할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한, 다른 사람들의 안위는 전혀 게의치 않는다"
또 다른 관계자인 로스 올린저는 불평한다.
사실, 한센과 홀린저의 이런 불평은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아리조나, 네바다, 콜로라도, 유타, 뉴멕시코, 그리고 와이오밍주의 정치가들, 수자원관련 변호사들, 신문 편집장들이 골든 스테이트 즉,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오랫동안 동일한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분쟁의 핵심은 캘리포니아가 오랫동안 연방법을 위반하면서, 콜로라도 강물의 할당량을 훨씬 초과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연방 수자원법은 캘리포니아가 콜로라도 강물의 "잉여분" 중 절반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다른 주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캘리포니아가 이미 콜로라도 강물에 대한 최대의 할당량을 부여 받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는 지난 해까지 할당량을 초과하여 80만 에이커 피트의 물을 더 사용했다. 이 초과분은 600만명의 식수가 될만한 막대한 양이다.
최근 수년간, 콜로라도 강에서는 잉여분의 물이 남아 돌았다. 강우량과 강설량이 풍부했을 뿐 아니라, 여타 주들이 할당량을 다 소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들 주들이 할당량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직접적인 원인은 각 주들이 인구증가에 따라 수자원을 더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가뭄에 대비, 수자원을 비축해야 한다는 각성론도 수자원에 대한 이들 주의 입장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잉여분 물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자, 캘리포니아 주는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즉, 캘리포니아 주가 향후 15년간 지금처럼 잉여분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이다. 그 대신, 캘리포니아 주는 다각적인 수자원 보호 및 전용책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지난 10년간 효율적인 물사용 및 잉여분 사용감소를 목표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연방내무장관 브루스 베빗이 15년 유예안에 동조한 것도, 캘리포니아의 이런 노력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또, 6개주를 상대로 한 물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아리조나 주와는 가뭄시 물유입 감량을 약속했고, 네바다 주와는 미드호 오염정화 싸움에서 한발 물러섰다. 또, 현재 추진중인 물보존 정책의 진척도에 따라, 잉여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베빗의 휴전안에 적극적이다.
베빗 내무장관은 캘리포니아의 이런 제스처에 대해, "일단 믿은 후 증명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말은 본래 핵무기 감축협상에서 흔히 사용되던 군사용어다. 베빗 장관은 이런 기조 하에 나머지 6개주들을 상대로 캘리포니아의 제안을 수용하도록 설득 중이다.
베빗 장관은 지난 70, 80년대 네바다 주지사 및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콜로라도강 물사용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캘리포니아와 대립해 온 강성 인물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요즘 그의 중재안을 반대하는 강경론자들이 당시 베빗이 내세운 단호한 주장들을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베빗 내무장관이 6개주들을 설득하는 주요 전략은 "소송과 정치싸움은 지는 게임"이라는 논리다.
즉, 캘리포니아 인구는 기타 6개주 인구를 압도하고, 연방하원 의석수도 여섯 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적 싸움도 승산이 없고, 법률적 싸움은 더더욱 불리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주들이 캘리포니아 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남부 네바다 수자원국장 팻 멀로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캘리포니아가 탐욕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현행 시스템을 고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쨌튼, 베빗 플랜은 기껏해야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 베빗 플랜이 콜로라도 남부 델타지역의 물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환경론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런가 하면, 멕시코 정부까지 베빗 플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드호 관리자들은 베빗 플랜이 미드호 수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수위가 낮아질 경우 후버댐의 발전이 타격을 받고, 네바다 주는 할당량 확보를 위해 미드호 상류의 물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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