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29) 설경구(33)가 실제로 ‘전설의 커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싸이더스, 박현식 감독)에서 최고의 커플 연기를 선보인 덕택이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부터 ‘전_설의 커플’로 불리웠다. 하지만 그때는 서로의 이니셜에서 따온 인위적인 별명 짓기에 불과했다. 이런 그들이 영화가 공개된 뒤엔 정말로 환상적인 커플 느낌을 안겨줬다.
TV의 김혜자_ 최불암처럼. 그만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조화로왔다.
♣ 가장 아름다운 ‘여우’
전도연은 ‘여우’다.
현역 최고 연기력의 여배우일 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여우짓을 한다. 그 여우짓은 전도연을 한없이 예쁜 여배우로 격상시킨다. 그의 여우짓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화됐다.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촬영 현장에 나타나 줄거리를 모르는 여배우가 있는 반면 전도연은 크랭크인 한달여 전부터 "감독니∼임, 제 캐릭터를 잘 못잡겠어요. 미리 연습 좀 해요"라고 매달려 대본 읽기 훈련까지 한다. 최고 연기력과 최고 인기의 스타가 대본 읽기 훈련을 자청하니 예쁠 수밖에.
’난 배우니까.’라며 현장에서 스태프와 자신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배우들이 많은 반면 전도연은 촬영장에서 스스럼이 없다. 물론 최근에는 스태프에게 잘해주는 배우들이 꽤 생겼다. 그러나 대부분은 속 뻔히 들여다 보이는 가식, 전도연은 정말 동료들처럼 어울린다.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전도연은 촬영 현장에서 최고로 꼽히는 여배우다.
그러나 전도연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연기력이다.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 엔드> 등에서 그는 배역에 흠뻑 빠진 모습을 선보였다. 스크린 속에선 ‘전도연’이 아니라 해당 배역의 인물로 철저히 변했다. 그래서 그의 모든 출연작은 관객들로부터 환영받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도연의 배역은 은행원 설경구를 짝사랑하는 보습학원 강사. 아주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전도연은 차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소화했다. 리드미컬한 연기톤까지 발휘해 자칫 느슨해질 우려가 있던 작품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멜로 여왕이란 찬사가 딱 어울리는 연기였다.
설경구는 전도연 옆에 서서 ‘이 여자다, 아니다’라며 셈을 하고 있는 반면 전도연은 설경구 옆에서 ‘이 남자다, 이 사람이다’라고 되뇌이는 장면, ‘뒤돌아 보면 안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끝내 돌아보고 마는 장면 등에서 전도연은 사랑에 빠진 여성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 설경구의 마술 같은 변신
유승준이 가요계의 ‘눈빛’이라면 설경구는 영화계의 ‘눈빛’이었다.
<박하사탕>과 <단적비연수>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설경구는 맥없는, 아니 선량함이 물씬 풍기는 편안한 사람이다.
평상시 그의 모습에 익숙해진다면 <박하사탕>과 <단적비연수>의 모습이 도리어 부담스러울 정도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런 그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도연과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가 한없이 편하고, 사랑스럽다. <박하사탕>의 ‘영호’에게서 어떻게 이런 멜로 느낌이 나올 수 있을까.
연기력의 폭을 짐작케하는 ‘마술 같은’ 변신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보여준 감쪽 같은 마술 솜씨처럼 그는 능란하게 바뀌는 배우임을 새삼 확인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설경구의 배역은 반쪽을 찾아 헤매는 은행원. 삶의 파트너를 찾아 이 여자도 만나보고, 저 여자도 만나는 모습이 영낙없는 결혼 적령기의 노총각이다.
설경구의 연기 덕택에 때론 나태하고, 때론 셈에 밝고, 때론 넉넉하고, 때론 외로운, 세상에 적당히 때묻은 노총각이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결코 보석처럼 빛나진 않지만 우리 삶이 최고의 보석이라고 속삭이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런 설경구와 전도연의 하모니 덕택에 흥행 성공 분위기를 진하게 풍긴다.
/새 멜로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전도연 설경구는 기대했던 수준을 크게 웃도는 연기 하모니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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