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할때 처음 출발점에 서면 누구나 의욕이 넘친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꿈으로 부푼다. 그러나 코스의 중반쯤 가면 달라진다. 날아갈듯 가볍던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하늘로 치솟던 의욕은 떨어진다. 내 뒤쪽 보다 앞의 선수들이 많아지고, 몸은 지치고, 등수 안에 들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나중에는 “꼴찌라도 좋으니 빨리 끝나기나 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새해에는…’하며 희망차게 출발한 한해가 종착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하루하루 힘겹게 달려왔는데 돌아보면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연초 의욕에 차서 세웠던 계획·결심들은 도중 어디선가 흐지부지 사라졌다. “결국 또 이렇게 한해를 보내는구나”하는 회한으로 착잡해지는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전해, 또 그 전해를 거슬러 올라가도 ‘새해 결심’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결실을 맺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머릿속으로 바라는 ‘나’와 몸을 움직여 실제로 살아가는 ‘나’ 사이에 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것일까.
행동심리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은 목표가 그럴듯하면 행동은 저절로 따라가 주려니 하는 것이다. ‘금연하자’‘운동하자’… 누가 봐도 필요하고 좋은 결심이지만 며칠, 몇주 못가서 편안한 옛습관으로 되돌아가고 마는 것은 머릿속의 목표를 행동으로 연결시켜주는 튼튼한 끈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성에 대한 절실한 깨달음 없이 목표만 덜컥 세우기 때문에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
베스트셀러‘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는 우리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도가 아니라 비전과 나침반이라는 말을 했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보면 가시덤불도 나오고, 낭떠러지도 있을 테고, 폭풍우로 앞이 안보일 때도 있는 법이다. 그 모두를 지도만 들여다봐서는 알수가 없고 직접 닥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하는 데 이때 필요한 것이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방향이 분명하면 어떻게 해서든 헤쳐나갈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나침반은 가치관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이 없으면 내 인생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나’라는 존재의 가장 중심에 자리잡은 것을 분명히 알면 삶의 방향이 잡힌다.
한국의 한 샐러리맨이 3박4일간 ‘죽음여행’을 한 경험이 몇달전 인터넷에 올랐다. 별 생각없이 받은 정기검진중 폐부위에서 종양이 발견되고 이를 제거하기까지 3박4일간 4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정신적으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갔다온다.
그때 “깨달은 것이 너무 많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e-메일을 보낸 것이 인터넷에까지 소개되었다. 다행히 종양이 물혹으로 확인돼 그는 죽음을 모면할수 있었는데 암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는 순간 “그토록 재미없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다”며 감격했다. 죽음을 경험하고 나니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가 확연해지더라는 그는 병원문을 나서며 삶의 원칙을 세웠다. 그의 인생의 나침반인데 우리 모두에게도 참고가 될것 같다.
그가 가장 절실히 확인한 것은 건강과 가족의 중요성이었다. 가족이 있는 사람으로서 몸을 함부로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첫째 금연을 결심했다. 폐부위에 같은 종양이 생겼다 하더라도 자신이 담배를 안 피우던 사람이라면 가족에게 덜 미안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다음, 막상 이 생에서의 이별을 생각하니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아내와 자식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할 시간과 능력이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하자는 것을 두번째 결심으로 삼았다. 다음은 지금 이 순간 숨쉬고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일상의 삶이 정말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2001년이라는 새 마라톤 코스가 눈앞에 다가왔다. 또 다시 ‘새해결심’을 하고 새로운 목표를 구상해볼 때다. 방향감각 없이 곁가지들로 엮는 결심은 또 작심삼일이 되고 말 것이다. 내 인생의 중심축, 내 인생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지를 먼저 생각해본다면 새해에는 연말까지 지켜지는 결심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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