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 특별 좌담
▶ 남가주 한인 음악계를 되돌아 본다
2000년을 가장 바쁘게 뛰어다닌 한인들을 꼽으라면 단연 음악가들을 들 수 있다. 금년 한해 한인음악가들의 활동은 음악계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많은 공연을 소화해 냈다. 테너 전승철씨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쿨 서부지역 결승서 1위를 차지해 한민족의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LA오페라단에 자일랜의 스티브 김씨가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사에 합류했으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예술행정 책임자로 있던 에드워드 임씨가 LA필하모닉의 예술기획 디렉터로 자리를 옮겨 한인으로서는 최고위 관리직에 오른 것도 큰 수확중의 하나다. 한인 음악계 발전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해낸 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올 한해 음악계를 정리해 본다.
참석자: ▲이유선(원로음악인협회장) ▲방연옥(남가주한인음악가협회장) ▲진정우(남가주한인교회음악협회장) ▲조민구(한국인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이재우(사우스베이오페라단장)
장소: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국 회의실
정리: 김정섭 기자
△사회: 음악회, 오페라 공연등 각종 음악관련 행사들이 많았던 해였다.
▲이유선: 금년은 상상을 넘을 정도로 행사들이 늘었다. 또 수준 또한 향상이 되고 있다. 매달 2~3회의 공연은 꼭 열렸고 가을 들어서는 매주 1~2차례씩 음악회가 열릴 정도였다. 작은 공연이라도 활동이 활발하면 한인사회 음악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한가지 아쉬움은 이렇게 많은 공연을 유치하는 타운내 한인 전용 공연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진정우: 서울코랄과 필그림 합창단 공연을 빼고도 내가 참가한 행사만도 남가주 한국학교 후원모금 음악회, 도산 안창호선생 기념비 후원음악회, 교회음악 페스티발등 10여개가 넘을 정도로 많았다. 활동이 활발한 만큼 음악 발전도 많았던 해였다.
△사회: 음악회가 많이 열리면 관객 동원등 한인 음악팬들의 수준도 높아잔다고 생각되는데.
▲방연옥: 음악가협회 차원에서 소규모 음악회를 자주 마련하고 싶었지만 공간이나 홍보의 한계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음악회가 많아진데 비해 한인들의 음악에 대한 인식이나 후원은 아직 미약하다. 특히 공간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LA한국문화원에서 소규모 신인음악회를 열어 큰 호응을 받았으나 공간 마련의 한계에 부딪쳐 계속하지를 못했다.
▲이재우: 지금까지 사우스베이 오페라단이 올린 작품만도 3개 작품인데 도합 8만달러의 적자 운영을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없다.
▲조민구: 음악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중의 하나가 재정문제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개최하는 음악회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후원이 아쉽다.
△사회: 한인 음악팬들이 수준이 높지 않다는 말인가
▲이유선: 초대권 제도를 없애야 한다. 표를 직접 사서 공연을 보겠다는 자세가 중요한데 한인사회는 아직 음악가들의 수준 향상에 팬들이 쫓아오지 못하는 것 같다. 시카고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한 음악회 지휘자가 표를 직접 사서 친척을 주는 것을 봤다. 자신이 지휘하는 음악회인데 당연히 극장측으로부터 초대권을 받아야 한다는 우리 생각과는 달랐다.
▲조민구: 아직 한인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음악문화를 이해하고 후원한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재우: 자녀들을 음악공부 시키지 않는 한인들이 없을 정도지만 후원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음악가로 자라려면 후원이 절대적이다. ‘내 아이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음악 전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장래 자녀들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진정우: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티켓 판매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인사회에도 이벤트와 스폰서를 따내는 활동이 조직화되어야 한다. 또 돈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유흥업소에 가서 돈 쓰는 것은 쉬워도 음악회 지원에는 인색하지 않는가.
▲방연옥: LA중국타운 북쪽에 이탈리아인들의 공연장 ‘카사 이탈리아’(이탈리아나)가 있다. 1년에 4편의 오페라가 올라가는데 후원멤버들이 고정으로 있다. 잘하고 못하는 것을 떠나 박수치며 고정으로 관객석을 채워준다.
▲이재우: 음악회 때의 일이다. 한국 연주자들은 친척에게 준다며 초대권을 받거나 직접 구입해 주는데 타인종 연주자는 "친척들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이 내 연주를 꼭 보러 올 것이다"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한인 문화 의식과는 다른 장면이었다.
△사회: 음악 연주회 수준은 어떤가. 음악팬들의 외면을 사지 않고 있나.
▲이유선: 수준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좋아졌다. 어떤 음악회는 웬만한 주류사회 음악회보다 더 좋다. 특히 합창 수준이 제일 좋아졌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음악회 날짜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골라야 할 때가 있다. 이들의 일정을 조정해주는 중심 단체가 필요하다.
△사회: 많은 음악단체들의 통합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인가.
▲이유선: 그렇다. 남가주한인음악가협회라는 대표단체가 있지 않는가. 원로음악인협회등은 협회 산하의 친목단체이다. 여타 단체들도 모여야 할 것이다.
△사회: 공연이 늘어남에 따른 공연장 마련의 어려움을 말했는데 공연장 건립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방연옥: 윌셔이벨극장은 한번 사용에 3,500달러 이상이 들고 다운타운 콜번 스쿨만도 1년만에 사용료가 껑충 뛰어 1,700달러다. 후원받기도 힘든 여건에서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가을에는 한인들의 콜번 스쿨 공연만 한달에 5~6차례가 될 정도로 몰린다. 공연장이 마련되며 이들 사용료가 모두 한인사회로 들어오지 않겠는가.
▲이유선: 서울은 공연시설이 32개이고 각 지방마다 2~3개의 공연장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 기업인들이 지어놓은 곳이다. 규모도 500석 규모가 많다. 금년 한해 열린 한인 음악가들의 음악회들을 합하면 서울의 일류 공연장 연중 공연수보다도 오히려 많을 것이다. 공연장을 마련해야 한다. 한인 예술인들이 힘을 합친다면 못할 일은 아니다.
△사회: 공연장 건립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이유선: 음악인들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음악 단체나 협회등의 음악회 때마다 모든 음악단체가 후원해주는 대신 공연장 건립 기금으로 수익금의 일부를 내놓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독불장군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합창단, 단체, 협회 별 행사를 서로 후원해주고 참가해준다면 공연도 훨씬 쉬워지고 힘도 모아질 것이다. 처음부터 큰돈을 모으기는 힘들다. 장기사업으로 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정우: 음악인들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음악회가 열리면 유관 단체들이 합심하여 후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요즘은 몇 사람들만이 하는 음악회가 되고 만다. 공연장 건립을 위해 음악회 수익금중 일정액를 정해 적립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조민구: 동감한다. 한인 음악계가 개선해야 할 일중의 하나다. 공연장 건립을 위한 독지가도 필요하지만 음악인들의 한마음이 중요하다. 한걸음씩 걷는다는 생각으로 출발하면 될 것이다. 과거의 실패는 공금관리의 투명성이 문제였다.
▲방연옥: 일미박물관 건립시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는데 관여했던 한인 2세가 한인사회도 이런 지원을 받을수 있다며 답답해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방법은 많다. 음악인들만이라도 먼저 시작하면 범 커뮤니티 운동으로 전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올 한해 음악계를 정리하고 내년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이유선: 공연이 늘어났으나 공연장 문제, 재정마련 문제등을 해결되지 못했다. 단독 활동하는 협회가 너무 많다. 단일 단체로 통합하자.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공연장 건립이나 후원문제도 쉽게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조민구: 단체가 많이 늘었고 오케스트라, 합창단등도 많이 생겼다. 이들이 지속적인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
▲이재우: 금년을 정리한다면 ‘자기닭 잡는 경우’였다. 서로 표 팔아주고 관심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
▲방연옥: 후배와 원로음악인등 선배들이 서로 후원하고 격려했던 한해였다. 내년에는 더 화목한 음악계가 되기를 바란다.
▲진정우: 개인적으로는 바빴던 한해였는데 아쉬운 점은 합창단 활동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30~40대 연령층의 단원들이 생활의 여유가 없어 활동이 쉽지 않다. 특히 금년에는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많은 한인들의 후원과 관심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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