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동안 한인 무역업계는 전례없는 성장과 호황을 누렸다. 상당수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대만등 아시아권에서 상품을 들여와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수입업체인점을 감안할 때 사상 최고로 기록됐던 미국 경기의 호조와 강세를 보인 달러화를 바탕으로 커다란 등락폭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 아시아 환율에 힘입어 각 업체들은 매출 증가를 통한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수익률 면에서도 알찬성장을 거두었다.
▲괄목한 만한 성장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기존 한인 무역업체들이 수년간 다져온 바이어 확보와 거래처 물색을 통해 수입량 증가와 이로 인한 주류사회 판매망 확대가 절정에 달했다. 또한 신규 무역업체의 등장도 눈에 띄게 증가해 무역업 종사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남가주 해외한인무역협회의 정진철 회장은 "전반적인 회원사들이 알찬 성장을 이룩한 것은 물론 협회에 가입한 회원 수 만도 올들어 10%이상 증가했다"며 "LA일원의 웨어하우스는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무역업 성장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관 및 통관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권의 대미 무역 창구인 롱비치와 LA항구의 물동량도 올 해 가장 많았다. 미국은 지난 10월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법(PNTR)을 발효시킴에 따라 그동안 걸림돌이 돼왔던 최혜국대우 심사와 장기적 관점에서의 관세장벽등이 사라져 관련 업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여기에 지난 7월 클린턴 대통령이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함에 따라 새로운 거래국가가 탄생해 베트남과의 직거래는 물론 원자재 수입을 통해 완제품을 제3국에 되파는 3각 무역도 발전하게 되었다. 베스트 커스텀스사의 안경희 관세사는 "금년에는 중국, 필리핀, 대만, 홍콩등을 상대로 한 한인 수입업체의 물동량이 약 10∼15%가량 증가했다"며 "특히 의류와 신발, 잡화등 전분야에 걸쳐 두루 성장을 보인 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무역업계의 호황은 특히 한국과의 거래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산업자원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수출액은 올 11월까지 지난해 보다 무려 30.3%증가해 사상 최고액인 340억달러를 기록했다. LA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한국업체들과 남가주 한인 수입업체들과의 교역이 큰 폭으로 확대돼 대미 수출액 증가에 큰 역할을 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심스런 내년 전망
무역업체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경기와 환율은 올해도 가장 민감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의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경기가 올해 최고점에 달했으나 최근 서서히 냉각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올해 보다 상당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돼 한인 무역업계 역시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라은행의 곽승현 국제부장은 "한국내 단기 유동성 자금의 급격스런 흐름과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국제 원유가의 영향으로 내년도 환율은 기본적으로 1,3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환율이 올라도 한국의 원자재 수입가격의 부담으로 한인 수입업체들의 직접적인 가격 우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부장은 "특히 한국산 고가품의 경우 유럽산에 비교되는 데다 중저가는 중국산에 밀리는 만큼 확실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A무역관의 허병희 차장은 "올 상반기만 해도 30%이상의 성장을 보였던 한국의 대미 수출이 11월들어 14%대로 떨어지는등 미국 경기의 연착륙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환율의 지나친 인상은 업체들에 불안감을 가중시키는만큼 1,200∼1,250원대에서 안정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무역업이 금년과 같은 호황을 다시 맞지는 못하겠지만 급작스런 하락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소폭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외형 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인 업체들의 종사율이 높은 경공업 상품의 경우 올해에 비해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기존의 거래처 의존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이어 개척과 디자인 개선을 통한 상품개발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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