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올 6월13일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한국민과 미주한인들에게 극적인 감동과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이산가족 교류 등의 내용을 담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탄생시켰고 이 결과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들이 상봉, 온 겨레가 오열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해외동포가 제외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중 LA한인 신문재씨는 2차교환때 서울에서 부친을 50년만에 상봉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증시폭락, 한인투자자들 큰 손해
2000년은 한인 주식투자가들에게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올초까지 사상최대의 호황을 보이던 미 증시가 곤두박칠치면서 90년초 부동산에 망했던 한인들처럼 올해는 주식으로 망한 투자가들이 부지기수였다. 올해 한인들이 집중투자한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한때 지수 5,000선을 기록하다가 무려 2,300선으로 절반 이상 폭락했다. 한국 주식시장도 덩달아 추락, 증권붐을 타고 한국물에 투자했던 한인들도 투자액을 대부분 잃는 경험을 했다. 일부 투자가중에는 증시 우울증 환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대선 혼란·부시 당선
11월 치러진 미 대통령 선거는 재검표와 법정공방을 거쳐 선거일로부터 36일이 지나고서야 당선자가 결정되는 미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플로리다주에서의 부정선거 시비와 수검표 논쟁으로 연출된 이번 대선 드라마는 전국 득표에서 앞선 민주당의 고어 후보가 결국 12월12일 연방대법원의 플로리다주 수검표 불가 판결에 승복함으로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한편 이번 대선 사태는 그동안 미 정치에 무관심했던 한인들에게 정치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남가주 한국학원 살리기 운동
미주유일의 한인 교육기관이라는 자부심과 민족뿌리교육의 산실임을 자부해왔던 남가주 한국학원의 재정위기는 올초부터 한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한인들의 저력과 단결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남가주 한인사회는 LA총영사관, 새 학교 이사진과 함께 ‘남가주 한국학원 살리기 운동’을 전개, 무려 250만달러를 모금해서 학교를 정상화시키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 운동은 한국학원에 대한 한인사회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한인사회의 단결을 과시한 수확이었다.
▲박찬호 18승, 메이저리그 탑10 반열
올해는 박찬호의 해였다. 6년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던 박찬호는 올시즌 자신의 최고 성적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중 탑10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올해 34게임에 선발 등판, 20승에서 불과 두 개 모자란 18승(10패)를 거뒀고 방어율 3.27을 기록했다. 억대 몸값의 팀 에이스 케빈 브라운(33게임, 13승6패)을 뛰어 넘는 성적임은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열손가락내에 꼽히는 풍작을 거두며 리그 최고급 투수를 향한 꿈을 키운 한 해였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한국인의 쾌거로 기록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은 미주 한인사회에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김 대통령은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에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가 특히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대통령의 수상은 또한 수차례의 죽을 고비와 오랜 옥고, 망명, 연금 등의 세월을 겪어오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한길을 걸어온 그의 역정의 산물이었다.
▲김대성군, 의붓아버지 청부살해사건
올 11월 치노힐스 이정복씨 피살사건의 용의자가 의붓아들인 김대성군으로 밝혀지면서 한인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15여년을 함께 살아왔던 의붓아버지를 친구들에게 청부살해토록 했다는 경찰발표에 경악을 금치못한 한인들은 김군이 사건직후 숨진 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 자신의 체포에 대비 2만달러의 거액을 공범에게 맡겨놓는 등 치밀한 행동을 했다는 검찰의 기소내용에 또다시 놀라야 했다. 이번 사건은 올바를 가족관을 다시 한번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민사기·서류위조 사범 잇단 체포
한인사회의 뿌리깊은 병폐중 하나인 이민사기 행각이 올들어 잇달아 적발되면서 한인사회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피해자를 양산했다. 5월 기소된 ‘윌셔 합동법률사무소’의 케네스 김씨 케이스는 확인된 피해자만 400명이 넘는 한인사회 최대 이민사기사건으로 기록됐으며 7월의 장병하, 김미령씨 등 한인 캐나다국경 밀입국 알선조직 적발, 노스리지의 서류위조 공장에서 여권과 소셜시큐리티카드 등 각종 서류를 위조·공급한 혐의로 체포된 유광호씨 사건 등은 이민사기의 조직화 경향을 드러냈다.
▲린다 김 로비 스캔들
올해는 린다 김씨를 비롯한 LA출신 로비스트들의 한국정부 비리 연루 스캔들로 LA한인사회가 떠들석했다. 한국군 전력증강사업인 백두사업과 관련, 군사기밀 유출혐의를 받은 린다 김씨는 로비과정에서 군 고위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설이 돌출되면서 파문의 주인공이 됐다. 이밖에 토랜스 출신 최만석씨는 경부고속철 차량 공급업체 선정과 관련, 문민정부 고위인사들에 대한 금품제공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현재까지 도피중에 있다.
▲LA한인회 부정선거 시비
12년만에 직선제로 실시됐던 올 2월의 제25대 LA한인회장 선거는 부정투표시비와 후보간 법정소송으로 얼룩져 성숙한 선거풍토 정착을 기대했던 한인들에게 다시 한번 실망을 안겨줬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미숙으로 비롯된 한인회 사태는 또 선거기금 일부 부도와 당선자 전과기록 묵인 의혹 등으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선거를 둘러싼 법정소송은 결국 당선자측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선거관리의 형평성 문제라는 불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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