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마지막 해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1년동안 교육계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립학교 학부모를 재정지원하자는 바우처 발의안이 부결되고 실력이 모자라면 진급시키지 않는 유급제가 시행됐으며 이번 학년도부터 고교졸업시험이 시행되는등 지난 수년전부터 추진되어온 교육개혁이 내년에도 더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정책가, 교장, 학부모, 학원원장등 교육자들과의 좌담회를 통해 교육계 1년을 결산해본다.
■참석자: 수지 오 교장(3가초등학교), 최석호 교육위원(어바인 교육구), 박교자 회장(LA한인학부모회), 낸시 김 원장 (UC교육센터)
■사회 및 정리: 우정아 기자
■사진: 유근철 기자
△사회-2∼3년전 시작된 교육개혁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9학년을 대상으로 고교졸업시험이 실시되는데 교육개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까?
▲수지 오 교장-2000년까지 미국어린이들이 수학, 과학 등을 잘하고 학부모 참여도 높여야 한다는 목표의 ‘Goal 2000’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이 93년 시작됐죠. 그 전에는 같은 학교도 클래스마다 배우는 것이 달랐는데 이제는 어디서나 같은 것을 가르칩니다. 3월부터 치르는 고교졸업시험외에도 내년부터 영어미숙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험이 생기는데 교육개혁은 전국적인 움직임이어서 타주에서는 시험이 너무 많다고 교사들이 데모하기도 합니다.
▲박교자 회장-스탠포드 9 등 시험이 더 많아지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계기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계에서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육개혁을 환영하지요.
▲최석호 위원-그동안 너무 정책에 치중하다 보니 기초교육이 약해졌던 것 같습니다. 교육개혁은 기초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낸시 김 원장-교육개혁이 미국에서 자란 학생들에게는 바람직하지만 새로 이민오는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민오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학원에서 피부로 느끼는데 다른 졸업조건을 갖춰도 영어 때문에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게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사회-지난 3월 교육주간지 ‘에듀케이션 위크’에서 한인커뮤니티의 애프터스쿨 문화를 다른 소수계들의 모범으로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특집기사가 나간적이 있었는데 그만큼 학원은 한인 교육계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학원, 그리고 학부모사이에 대화가 거의 없었는데 지난 10월 학원에서 어린이가 유괴됐던 사건도 그런 문제가 아닐까요?
▲낸시 김-학부모들은 학업을 너무 강조하지만 애프터스쿨 학원은 학업을 도와주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학부모들이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PR 응급교육을 받고 운동공간, 교통수단 등 모든 면에서 검열을 거친 학원들이 주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 한인타운에는 인가받은 학원이 많지 않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프리스쿨 인가를 받고 고학년 학생들을 받아들이므로 학부모들이 학원 선택시 반드시 연령에 적절한 데이케어 또는 학원 라이센스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교자-학부모로서 학원에 가장 바라는 것은 안전문제입니다.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지켜주고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긴 거리를 걸어오지 않도록 해주는 것,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 등 간단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 학원에서 숙제를 많이 내주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맞으면 좋겠습니다.
▲수지 오-3가초등학교의 400명 한인학생가운데 대부분 학원에 다니는데 학원 원장과 학교 교사 또는 교장사이에 기초적인 연락만 있어도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지 모릅니다. 어떤 학원에서는 학교 스케줄도 알지 못해 미니멈데이에 늦게 오는 경우가 있나하면 다른 학원의 아이를 데려가 아이가 실종됐다고 난리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학부모는 학원에 알리지 않고 아이를 픽업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한편 학원 관계자가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참 보기 좋습니다.
▲최석호-어바인에 중국계 학부모들이 많은데 중국 커뮤니티에서도 학원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중국계 학부모들은 등록하기 전에 학원을 신중하게 검사하고 일단 등록하면 오랜 기간동안 기회를 주는 반면 한인 학부모들은 벼락효과를 기대해 1∼2개월마다 학원을 옮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한 학원에 오래 다닐수록 학생을 더 잘 알게되고 효과가 더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사회-2000년은 한국어교육 단체들의 부실운영과 재정문제로 얼룩졌던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남가주한국학교에서 학생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어 교육이 위기에 처한 것입니까?
▲최석호-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수가 줄어든 것은 한국어가 SAT II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붐이 일었다가 열기가 식었기 때문이지 위기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뿌리교육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과정에 한국어가 외국어 과목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최근 어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모자라 취소될 뻔 했지요. 이같이 한국어반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타인종학생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교자-많은 교회와 애프터스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주말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이 빠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SAT II 한국어진흥재단에서 각 학교 학부모대표들을 모아 한국어 과목 신설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 비로소 바람직한 조치를 취했다고 봅니다.
▲수지오-어느 교육프로그램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입니다. 한국어를 안다고 누구나 한국어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교육의 시스템, 언어습득이론, 그리고 교육학을 배워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또 유대인, 일본인 등 우리와 같은 문제가 있는 타민족 커뮤니티와 대화를 갖고 이민역사가 긴 그들의 경험에서 배우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사회-내년부터 밴나이스 고등학교가 연중수업제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최근 LA교육구에서 15개 고등학교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래도 모든 LA교육구 고등학교가 2∼3년내에 연중수업제가 된다고 하지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습니까?
▲박교자-한인타운 학교들이 모두 연중수업제이고 버싱도 일상화가 되고 있지만 부모들은 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요. 전에는 연중수업제를 피해 매그닛 스쿨을 보냈는데 매그닛스쿨도 곧 연중수업제가 된다니 대책도 사라져가고 있지요. 한인타운 상권에서는 지역경제를 악화시킨다고 학교 신설을 반대하지만 LA에 특히 중고등학교가 더 생길 수 있다면 학부모 입장으로서는 환영입니다. 한인타운 학교에는 이민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과밀학급현상이 더욱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석호-교육위원으로서 느낀 것인데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의 힘이 막강합니다. 미국 학부모들은 교육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민원을 교육위원들에게 밝히죠. 학부모 한사람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지 몰라도 많은 학부모들이 같은 이슈를 들고 나서면 강한 압력을 가져오게 됩니다. 한인타운 학교들이 모두 과밀학급이라는 점은 교육위원회에 항의할만한 이슈라고 생각됩니다. 중국계 학부모들도 영어가 미숙하고 액센트가 심해도 교육구 앞에 나서는 모습은 본받을 만합니다.
▲낸시 김-지난 2∼3년사이 연중수업제 학교가 많아져 학원 입장에서 보면 언제나 방학중인 학생들이 있으므로 전에는 오후에만 열었던 학원문을 이제는 오전부터 열어야 합니다. 학생들을 돌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학원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보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2001년이 시작되는데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수지 오-한인 학부모들도 세대가 바뀌면서 보다 활성적이 될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정보시대로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관리하는 스킬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글로벌시대인 만큼 다른 문화의 관점을 통해 볼 수 있는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요.
▲최석호-어바인 교육구에서는 정부자금을 받아 ‘디지털 고등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어바인 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커리컬럼이 컴퓨터 스킬을 토대로 한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개편되고 있지요.
▲낸시 김-한국에서 많은 이민학생들이 오는데 SAT학원과 성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은 많지만 ESL 중고등학교 과정을 제공하는 이민학생 대상의 학원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들을 타겟한 전문학원들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교자-LA한인학부모회에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더 참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학부모회가 1세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2세 학부모들이 많이 늘어났으니 각 학부모회들도 2세에게 바톤을 넘겨줄 때가 곧 올 것 같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