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조직한 살인범 ‘투키’ 평화상후보 추천놓고 논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평화상에 대한 한국민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노벨상의 꽃이라고 불리는 평화상은 수상하기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그런데, 2000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써부터 2001년도 평화상 수상을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1년도 평화상 후보만도 벌써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까지 추천된 2001년도 노벨평화상 후보 가운데는 몇몇 이색적인 후보들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 단연 화제의 인물은 일명, ‘투키’라고도 불리는 스탠리 윌리엄스다.
투키는 민주투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국제평화에 기여한 정치가는 더욱 아니다. 놀랍게도, 그는 무고한 생명을 4명이나 살해한 혐의로 19년째 사형집행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는 중범죄자다.
그의 후보추천과 관련하여 잡음이 일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은 투키의 후보추천을 어불성설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또, 사형집행 대기자가 과연 평화의 모델로서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전세계 사형제도 반대론자들은 투키의 추천을 크게 환영한다.
사형집행 대기자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되기까지의 경위는 대략 이러하다.
투키는 십대에 캘리포니아에서 크립스라는 청소년 갱단을 조직했다. 크립스는 당시 로스엔젤레스에서 2건의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렀는데, 이때 투키는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하지만, 투키는 처음부터 자신의 살인 연루설을 부인해 왔다.
그는 수감된 이후 좁은 독방에서 침대를 책상 삼아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투키는 8권의 아동서적을 출간했고, 4권은 출판대기 중이다. 그의 책들은 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들에게 갱단가입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투키의 출판작업은 그의 대리인 바바라 베크넬 여사를 통해서 이뤄진다.
베크넬은 캘리포니아 노스 리치몬드 소재 흑인아동재활 자선단체인 ‘네이버후드 하우스’의 디렉터이다. 이 단체는 빈곤한 흑인가정 출신의 아동들에게 마약재활 교육을 비롯한 각종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크넬은 1993년, 갱단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한 잡지에서 흑인청소년 갱단관련 기사를 읽던 중 우연하게 투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시, 그녀가 쓰던 책은 흑인청소년 갱단 ‘크립스’ 및 그 맞수 ‘블러즈’의 대립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베크넬은 집필과정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흑인갱단의 전모를 알기 위해서는 투키에게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베크넬은 투키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투키는 17세 때 크립스 갱단을 공동결성했다. 투키는 베크넬에게 지난 날의 과오를 뉘우치면서, 갱단의 폐혜를 폭로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한편, 그가 결성한 크립스 갱단은 오늘날 전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되었다.
베크넬은 투키를 설득하여 우선, 5분 30초짜리 갱단퇴치 캠페인 비디오 테입을 제작했다. 그녀는 이 테입을 크립스와 블러즈의 합동모임에서 상영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디오 상영이 끝난 후, 한 동안 쥐죽은 듯 침묵이 흐르더니, 이윽고 400여 청중으로부터 열광적인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투키가 짧은 비디오 한 편으로 이 정도의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면, 책을 써도 반드시 성공하겠다"
베크넬은 곧 이같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1996년 베크넬은 로젠 출판사를 방문, "사형 대기자가 아동들을 위해 쓴 책"이라는 아이디어를 판매했다.
이 때부터, 투키의 갱단퇴치 캠페인은 서적출판은 물론,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그 중에서도, ‘길거리 평화를 위한 인터넷 프로젝트’라는 갱단퇴치 인터넷 사이트는 전세계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투키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다섯 명의 스위스 의원들도 인터넷을 통한 투키의 활동상에 감명을 받았다.
추천인 중 한 명인 마리오 페르 의원은 추천장에서 "투키는 그의 인터넷 프로젝트를 통해서 전세계 수많은 아동들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페르는 또, 투키가 "청소년들이 아무리 나쁜 죄를 저질렀을지라도,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큼 변화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였다"라고 평했다.
열렬한 사형제 반대론자이기도 한 페르는 또 "투키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계기로, 비인도적인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 투키의 노벨상 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키를 영웅처럼 떠받드는 ‘네이버후드 하우스’의 아동들은 투키의 후보자격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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