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산 코케인 반입 급증... 매달 6톤 경유
흔히, 인종문제, 마약문제, 그리고 총기문제를 미국의 3대 사회문제로 꼽는다. 그중, 마약문제는 청소년들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미국의 영혼을 좀먹고 있다.
그런데, 몇 년전 내전으로 난민을 양산했던 아이티가 최근에는 콜롬비아 마약의 중계지로서 미국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아이티는 지정학적으로 마이애미와 콜롬비아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요충지다.
주지하다시피 콜롬비아는 남미산 마약의 총본산지로서, 그동안 미국은 콜롬비아 마약 소탕을 의해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런데, 미국과의 직거래가 힘들어진 콜롬비아 마약업자들이 아이티를 중계지로 선택하면서 상황이 한층 복잡하게 되었다. 요즘, 미국 세관당국은 아이티를 가리켜 ‘코케인 딜러들의 우체국’이라고 부른다.
아이티에서 마약중계업이 성하게된 데는 지정학적 위치 외에도, 정치적 혼란에 따른 치안부재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의 아이티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확립된 치안질서의 부재"가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백주에 마약을 거래해도 누구하나 제동을 거는 사람이 없다. 그 나라에는 경찰도 없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아이티 경찰의 85%가 타락하여 마약밀매업자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는 실정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아이티에서 중계되고 있는 마약의 대부분은 물론 미국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쪽은 미국정부다. 워싱턴의 정치인들도 이같은 상황을 훤히 들어다보고 있다. 문제는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미국은 이미 1994년, 아이티의 군사정부를 붕괴시키고 정치 및 사회질서의 구축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평화유지군을 투입시키면서, 1990년 민선으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직후 군사쿠데타로 축출된 아리스타드 대통령을 옹립시켰다. 그리고, 하이티의 치안 및 사법체제 정비지원을 위해 1억달러의 돈을 쏟아 부었다.
오늘날 아이티는 여전히 무법천지의 국가이다.
특히, 1996년 아리스타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아이티는 다시한번 정치적 공백상태로 치달았다. 아이티의 대통령은 임기 5년의 단임인데, 미국은 아리스타드의 망명기를 포함하여 그의 퇴임을 종용했었다. 오늘날, 미국정가에서는 그같은 정책이 실수였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몇 주전 아리스타드는 퇴임 5년후에 다시 한번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러나, 이제 치안을 확립하기에는 너무 시기가 늦었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치안 및 사법체계가 거의 붕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 연방세관국의 레이몬드 켈리 국장은 "아이티 정책을 추진하기가 너무 힘들다. 거의 모든 국가제도가 붕괴된 상태다"라고 말한다.
아이티가 전통적인 마약중계지라는 사실 자체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뉴스다.
문제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중 아이티를 경유한 비율이 몇 년전만 해도 5%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는 15%로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매달 6톤의 마약이 아이티를 경유하여 미국으로 밀반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6년전 미국의 평화유지군이 아이티에 진주한 이후, 미국은 민간경찰 및 해안경비대 강화를 위해 물적, 인적 지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경찰의 타락은 말할 것도 없고, 해안경비대 마저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해안경비대가 요원은 100명을 넘지 못하고, 장비도 변변챤은 순시선 10척에 불과하다. 그나마, 좀 성능이 낫다는 순시선 몇 척은 콜롬비아 마약 밀매업자들로부터 압수한 보트다.
경찰쪽의 사정은 더 한심하다.
아이티 국립경찰 산하 마약단속국 직원이 50명도 안되고, 밀수 선박이나 비행기를 추적할 수 있는 레이다 설비는 아예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티 경찰의 공신력을 의심하고 있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필요한 정보를 아이티 국립경찰에게 넘기기를 꺼려한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이티 국립경찰국장 피에르 데니스는 미국정부가 아이티 경찰 지원에 너무 인색하다고 불평한다. 이에 대해, 워싱턴 정가는 아이티 원조는 ‘깨진 독에 물붓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미하원 국제관계소위원회가 주도한 한 연구결과가 이같은 워싱턴의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아이티 마약단속실패의 가장 핵심적 요인은 아이티 당국의 헌신적 의지의 결핍이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한편, 아이티의 중계업자들은 콜롬비아의 밀매업자들보다 훨씬 더 지능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요즘, 아이티에서는 선박개조업이 성황을 이루고, 이에따라 용접공들의 손이 모자란다. 코케인을 숨길수 있도록 보통선박을 개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세관당국은 아이티에서 들어오는 선박들에 대한 검색 경계령을 내렸다. 단속반원들은 배의 용골판, 기관실, 심지어 화장실 정화조도 해체하고 있다. 한 번은 토속종교인 부두교 신상에서 1,100 파운드의 코케인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자들은 아이티를 경유해 밀반출 되는 코케인의 80%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마이애미 세관당국은 7,200파운드의 코케인을 압수했는데, 그 대부분은 아이티을 통해 들어 온 것이었다. 이제, 아이티는 국제외교가에서 불량국가를 넘어 마약국가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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