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제43대 미국대통령 당선자로 결정되자 그의 경제정책이 사상 최장기의 호경기를 지속하면서도 이미 경착륙과 연착륙의 논쟁에 휩싸여 있는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시 당선자의 공약으로 미뤄본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미칠 분야별 영향을 예측해본다.
많은 경제분석가들의 진단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부시 행정부의 출범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도 당분간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스탠더드&푸어스 DRI의 수석 경제분석가 데이빗 와이스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막강하긴 하지만 경제는 대통령이 좌지우지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대통령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미국의 정치제도 역시 새로운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부시 당선자는 유세를 통해 "광범위한 감세조치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감세정책이 두쪽으로 갈라진 연방의회의 지지를 받아 성공적으로 입법화 되도 내년 말이나 돼야 현실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게 되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피부를 느끼려면 어차피 시간이 흘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건 영향이 별로 없다"는 헤리티지 재단의 댄 미첼의 분석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분석가 스티븐 슬라이퍼 같은 이는 "이 같은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부시 당선자 보다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장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와이스 역시 "경제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은 금리 정책으로부터 나온다. 이 같은 의미에서 본다면 부시 행정부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그린스팬 의장의 후임으로 그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제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그린스팬 의장은 현재 임기가 끝나는 2004년이면 78세가 되기 때문에 누군가 새로운 인물이 FRB를 이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은 경제각료 인선을 포함하는 국내 경제정책의 궁극적 조타수일뿐 아니라 1997-98년 아시아 경제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한 클린턴 대통령의 업적에서 볼 수 있는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세금>
▲공약: "앞으로 10년간 1조3,000억달러의 감세정책을 실시하겠다." 공약은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의 상한선을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고 기타 소득층의 소득세율도 일제히 낮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망: 이 같은 감세공약은 연방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가시화될 수 있는데 연방의회는 민주 공화 양당이 팽팽히 맞서 있다. 상원은 양당의 의석수가 ‘50 대 50’으로 똑같고 하원은 공화당이 약 10석 더 많은 정도. 그런데 민주당은 공화당의 감세정책이 부유층의 배만 불린다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의 감세정책을 밀고 있어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연방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법제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셜 시큐리티, 401(k), IRA>
▲공약: "소셜 시큐리티를 위해 근로자들이 내놓는 세금의 일부를 민간투자구좌로 이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망: 부시 당선자는 민간투자구좌가 더 많은 투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적립금에 대한 상속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으나 민주당은 부시 당선자의 공약이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고 맞선다. 누구의 주장이 더 현실적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공약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부시 당선자 자신이 하나의 정책 목표라고만 했고 세부사항이 발표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현안: 현재 연방의회는 401(k)에 대한 적립금 상한선을 연간 1만500달러에서 1만5,000달러로 올리고 IRA에 대한 적립금 상한선도 연간 2,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전망: 양당 의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출범과 함께 초기의 업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법제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건>
▲공약: "메디케어 수혜 대상에 처방약을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포함시키는 등 메디케어 제도를 개혁하겠다."
△전망: 뜨거운 논쟁은 유발시킬 것 같으나 처방약 부문에 대해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렇다 할 개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약: "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환자의 권리장전법을 제정하겠다."
△전망: 부시 당선자는 권리장전법이 각 주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권리장전법의 제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민들도 원하고 있어 내년초 연방의회가 다룰 현안에 포함될 것이나 부시 당선자의 정확한 입장이 밝혀져 있지 않다.
<최저임금> 부시 당선자는 주정부에 최저임금법 적용에 있어서 보다 많은 융통성을 허용하는 방안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안 아래서 각 주정부는 현행 최저임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주별 또는 카운티별로 다른 최저임금제도를 채택할 수 있을 것 같으나 현행 최저임금을 낮추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무역>
▲공약: "대외 무역 협상과 관련, ‘신속결정권’(fast track authority)을 지지한다."
△전망: ‘신속결정권’이란 대외 무역과 관련해 외국과 체결한 조약을 연방의회가 일괄적으로 찬성 또는 반대하도록 하는 것으로 클린턴 대통령도 이 권한을 얻으려 했으나 연방의회는 이 같은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을 거부했다.
▲현안: 무역역조는 지난해의 2,650억달러에 비해 36% 증가한 3,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망: 경제분석가들은 경기가 후퇴하면 무역역조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경제분석가들의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부시 당선자는 수입품에 대해 ‘반덤핑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라는 거센 압력에 직면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 일본 및 EU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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