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세코이아 국유림 화재로 400여곳 출토
지난 여름 ‘세코이아 국유림’(Sequoia National Forest)의 화재는 7, 8월간 연방정부가 보호하는 야생지 약 8만에이커를 사납게 휩쓸었다. 불길이 관목을 태워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화재로 인한 열이 도토리씨 방출을 돕는 등 일반적으로 화재는 삼림에 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세코이아의 화재는 너무나 강하고 파괴적이었다. 관계자들은 삼림이 앞으로 300년이 지나도 원상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할 정도다.
그런데 이 화재가 학계에 뜻밖의 기회를 제공했다. 평소 개발과 기계화된 여행을 금지하고 있어서 이 지역 발굴작업이 어려웠던 고고학자들이 불길 진압을 위한 도로공사를 따라 드물게 발굴작업을 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고고학 연구팀은 타오르는 불길과 두터운 연기 속에 작업에 착수, 8월의 몇주 동안 놀라운 유적을 발견해 냈다. 화재를 통해 드러난 수백 가지 인디언 유적은 고고학자들로 하여금 기존의 중남부 캘리포니아 미국 인디언 역사를 다시 다듬도록 고무하는 자료가 됐다.
발굴팀은 불탄 야생지에서 별들이 장식된 정교한 상형문자, 달력을 묘사하는 듯한 도해를 발견했다. 검게 그을린 나무 조각에서는 제대로 된 부엌을 그려낼 수 있었다. 또한 둥근 화강암에는 일련의 제분지역이 조각되어 있었고 흰 재 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수십개의 흑요석 파편은 광범위하게 펼쳐진 여행과 무역의 증거였다. 이번 발굴작업을 이끌었던 ‘연방삼림국’(US Forest Service) 소속 고고학자 로린 J. 로맥스는 "이런 엄청난 유물을 발견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감격에 차 말했다.
전문가들은 화재는 매우 유용한 고고학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길이 초목을 없애버려 가려져 있던 유적이 드러나는 일은 희귀한 사건이 아니다. 가끔씩 발굴지가 파괴되기도 하지만 수많은 화재 끝에 새로운 것들이 많이 발견되어 왔다. 지난 여름 콜로라도주의 ‘메사버디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엄청난 화재도 수백개의 고고학 유적지를 노출했다. 또 2년전 여름 유레카 인근 ‘식스리버스 국유림’의 화재는 바구니를 짜기 위해 강에서 돌을 주워다가 양치류 줄기에서 섬유를 추출하는데 사용했음을 보여줬다.
화재는 세코이아 국유림의 북서부에 있는 ‘돔 랜드 야생지’(Dome Land Wilderness)를 포함, 세코이아 국유림 일부 지역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많은 언덕은 아직도 검게 그을린 상태며 생존한 생물은 없다. 검게 탄 어깨 높이의 나뭇가지만이 이같은 단조로움을 없애주며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는 많은 나무들도 실상은 열로 뿌리가 파괴됐다. 이런 나무들은 정기적으로 쓰러지기 때문에 삼림을 되살리려 매일 일하는 소방관들과 과학자들은 "과부 제조기"라고 부른다. 또 막을 나무나 식물이 없어서 사나운 바람은 혹독하게 평원과 계곡으로 몰아친다. 관계자들은 광범한 침식과 갑자기 밀어닥치는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
화재의 유일한 이점은 경이로운 고고학적 발견이었지만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인디언에 대한 일반적 이해는 여전히 빈약하고 미완성이란 사실을 상기시킨다. 현재까지 학자들은 화재 지역서 3,0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유적을 포함, 400군데 이상의 인디언 유적 보유 지역을 문서화했다고 로맥스는 밝혔다. 유적 약탈자들을 염려, 삼림국 관계자들은 이 유물들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발견됐는지 언급을 거부했다.
새로운 유적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1700년대 후반서 1800년대 중반에 소몰이 떼, 광부, 바스크인 목동들이 몰려와서 인디언들을 몰아내기 전까지 이 지역에는 투바툴라발과 카와이수 부족 1,700명이 살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사학자들이 전에 추정한 것보다 약 3배가 많은 수치다. 많은 역사적 서술이 당시 이 지역의 인디언들을 미개한 생존자, 즉 단순히 사냥과 채집을 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씨족 집단으로 묘사하는 반면 로맥스는 이번 발굴이 거주민들이 엄청난 무역과 여행, 다른 미 인디언 부족과의 상호작용, 친족관계, 영성에 접촉했던 풍부한 공동체를 이뤘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연구팀이 발견한 수백의 흑요석 조각은 동물 가죽을 벗기기 위한 도구 등 다양한 도구에 이용되고 있는데 흑요석은 세코이아 국유림에서는 자연적으로 발견될 수 없는 화산암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해안의 다른 부족들이 투바툴라발의 유명한 고리 버들세공 바구니 같은 물건을 흑요석 덩어리와 교역하기 위해 수백마일을 여행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또 이곳 인디언들은 영성이 부족하다고 묘사돼 왔지만 로맥스는 거대한 바위의 측면에 그려진 일련의 회화에서 사냥과 동물 대신 소용돌이치는 태양과 점이 박힌 별들 등 많은 부분이 하늘을 묘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중 하나는 일종의 달력으로 믿어진다.
발굴품들은 아직도 이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인디언들로 하여금 그들이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문화와 조우하게 됐다. 유물들은 모두 발굴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 않고 문서로 정리돼 보호받으며 갑자기 조상의 유물에 접하게 된 인디언들에게 보여진다. 1800년대에 보호지역으로 쫓겨나면서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전통과 단절되었던 그들에게 과거 조상들이 사용한 물건들의 용도를 설명하면서 로맥스는 "설명해 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것은 그들의 역사 또는 그 흔적이다. 이제 우리는 그저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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