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탈북 루트는 주로 한만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이들을 눈감아 주던 중국 당국의 태도가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냉담해졌다. 당초 이들에게 못마땅한 눈길만 보내던 중국 당국이 급기야 이들을 범법자로 다루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아예 탈북자를 붙잡아 강제 송환하는 일마저 일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래서 미주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찬밥신세인 이들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을 합하자는 의견이 공론화 되고 있다. 북한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현지 주민이 미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길이 현실적으로 있을까?
미국 정부가 탈북자의 난민신청을 결정한 선례가 없고,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 역시 적지 않아 그 가부를 명확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길은 있다고 본다. 먼저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미국 영사관을 통해 난민신청을 하는 것이다. 중국 주재 미국 영사관을 통해 난민신청을 해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로부터 4개월 내에 미국으로 입국하면 된다. 그런데 첫째 관문은 난민신청 자격이다. 난민자가 되려면 탈북자가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받았거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현저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먹고 살 것이 없어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 궁핍은 난민사유가 아니다. 먹고살기 어려워 미국으로 이주하겠다는 것은 본인이나 그 주변사람에게는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것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기준을 적용했다가는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난민신청을 하겠다고 북새통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이유는 난민신청의 적절한 사유가 아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기독교 신자인데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어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신앙 고수가 곧 박해를 뜻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난민사유가 된다.
다음은 난민으로 입국허가를 받은 탈북자들의 입국비용이다. 탈북자들이 사실 무슨 돈이 있겠는가? 미국 정부가 난민자를 받아들일 때 전제조건은 난민의 미국입국 비용을 누군가가 대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난민신청자에게 재정보증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한 셈이다.
탈북자가 난민신청을 할 기회가 없어 미국으로 몰래 밀입국했다고 하자.
그 때도 길은 있다. 미국에 도착한 뒤 1년 이내에 미국에서 망명신청을 하면 된다. 망명신청도 난민신청과 마찬가지 잣대가 적용된다. 즉 북한에서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았거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이민국의 심사를 거쳐 망명자신분을 얻었다면 그 1년 뒤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탈북자의 상당수는 이미 남한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풍문으로 듣기는 이들 중 적지 않는 숫자가 남한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갈등과 불만 속에서 살고 있는 모양이다. 이들 탈북자도 서울의 미국 영사관을 통해 난민신청을 하거나 미국으로 밀입국한 다음 망명신청을 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 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제 삼국에 이미 뿌리를 내린 사람은 비록 본인이 살았던 출신국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근거로 미국으로 난민이나 망명을 통해 이주할 수 없다. 따라서 남한에서 자리를 잡은 탈북자는 이 경로를 통해서는 미국으로 이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나 미국에 밀입국한 탈북자들을 한국정부가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인다면 어떤가?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탈북자의 미국 체류는 쉽지 않다. 한국은 종교와 정치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된 나라이므로 한국 정부가 탈북자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인다면 미국이 굳이 나서서 이들 탈북자들의 망명이나 난민신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정책이 탈북자의 망명이나 난민신청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핏줄 섞이지 않는 사돈이 놀러와 눈치 없이 몇날 며칠 묵고 있을 때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는 속 좁은 집주인처럼 탈북자를 서먹하게 대하고 있어 탈북자 난민신청의 전망은 불투명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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