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은 하와이 한인사회로서도 다사다난한 해였다.분단이후 50년만에 남북정상회담등 외부적인 일은 차치하고라도 하와이 한인회가 여러가지 내홍끝에 설영회장이 용퇴를 하고 새로운 면모로 출범하는가하면 한인어부들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힐뻔 했던 연방법원의 ‘롱라인 조업금지’케이스, 그리고 해리 김씨가 한인으로 사상 첫 빅아일랜드시장으로 당선되었는가 하면 맥컬리주립도서관에 문스북클럽의 한국어도서코너가 자체공간이 마련돼 확장되기도 했다.본보는 이와 관련 올해 한인사회의 빅이슈들을 연말특집으로 차례로 게재한다.
지난 6월 26일 하와이 수산업계가 뒤흔들리는 법원명령이 있었다.
연방법원의 ‘데이비드 에즈라’ 하와이지법판사가 황새치(swordfish) 황금어장인 북태평양어업구역에서 집단서식하는 희귀 바닷거북(푸른등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이 해역으로 출어하는 하와이 롱라인 조업선들에게 조업금지 명령을 내린것.
특히 하와이어업계에서 한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한인어업계도 바짝 긴장한채 사태추이를 지켜보게 됐었다.
황새치의 경우 찾는 사람이 많지않아 어획량의 98%를 싼값에 본토로 넘기고 있으나 기름지고 여문 질 좋은 참치는 파운드당 최고 30달러에 일본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에즈라 판사의 어로제한조치는 어부들의 생존권문제까지 불거지게 만들었던것.
그러나 하와이 수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에즈라 판사의 명령시행은 초읽기에 들어갔었다.
한인계와 베트남계가 주류인 하와이 어업계는 에즈라 판사의 조업금지명령으로 생계위협을 받게 되었다며 연방빌딩앞에서 대규모 항위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당시 항위시위에 참가했던 엄호길(OK Fishing 선주)씨는 “하와이 어업계는 총 115척의 어선중 40척을 한인들이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분야로서 이번 조업제한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며 울분을 참지 못하기도 했었다.
결국 수산업계의 반발에 밀린 에즈라 판사는 7월 22일, 조업금지명령 발효시기를 8월 5일로 늦추고 롱라인 낚시 조업인들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의견조율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조업금지명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항위가두시위, 공청회개최등 롱라인 낚시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다가 결국 지난 8월 3일, 에즈라 판사는 6월 26일 내렸던 조업금지명령을 일부수정, 참치조업은 허락하고 황새치(swordfish)조업은 금지하는 새로운 명령을 내리며 조업금지파동은 일단락 됐다.
에즈라 판사의 수정명령을 가장 반긴곳은 한인어업계였다.
황새치잡이가 주업인 베트남 어업계와는 달리 한인들은 참치잡이가 주업이었고 결국 롱라인 낚시 조업금지명령에 의해 억울한 피해자가 될뻔 했던것.
‘이광태’ 선주(세븐스타호)는 “하와이 바다에서 20년동안 조업을 했지만 거북이가 잡힌것은 3번에 불과하다”며 “다른 한인들이 운영하는 조업선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광태’선주는 “낚시줄이 수심 300미터 이상 들어가는 한인들과 달리, 베트남인들은 70-100미터 길이의 낚시줄을 해면에 깔아놓고 등불을 매달아 불빛으로 물고기를 유인하기 때문에 거북이가 자주 잡히게 된다”면서 “실제로 베트남 조업선들은 한번 출항할때마다 거북이가 잡히는 횟수가 적지않았던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에즈라 판사 조업금지명령은 결국 황새치 잡이는 금지, 참지잡이는 허용으로 그 가닥을 잡았으며 선의의 피해자가 될뻔했던 한인어업계는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하와이선주협회 초대-7대 회장이었던 ‘엄호길’ 사장(OK피싱 서플라이)은 “황새치 조업을 주업으로 하던 베트남계가 어선을 모두 참치잡이용으로 개조해 한인어업인들과의 한판승부가 불가피 하게 됐다”면서 “당장은 노하우가 부족한 베트남계가 큰 경쟁상대가 되지는 못하지만 결국 한정된 참지시장을 베트남계와 양분하게 될것이기 때문에 수익감소는 어쩔수 없는일이다”라고 말했다.
최성구 선장(킬라우이아호)은 “참치잡이의 성수기인 4월, 5월, 6월을 거북이 산란기와 겹친다는 이유로 조업을 전면금지 시켰기 때문에 앞으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호길 사장은 한인어업계에서 연방정부에 항의서한을 보내는등 4,5,6월 조업금지 시정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성구 선장은 “한인어업인들중 상당수가 타주로 이주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4월에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정적으로 나와 4,5,6월 조업이 영구금지된다면 많은 어업인들이 하와이를 등질것이다”면서 걱정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최근에 연방정부는 생태계보호를 강화하면서 하와이 북서쪽 산호초지역 보호구역 지정, 황새치잡이 금지, 4,5,6월 참치잡이 금지등을 명령하고 있어 한인어업계뿐만 아니라 하와이 어업계 기간산업 자체가 붕괴할수도 있는 최대위기인것으로 수산관계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결국 내년 4월의 환경영향평가서가 앞으로 하와이 어업계의 생사에 큰 갈림길이 될것으로 예상되며 모든 하와이 어업인들에게 잔인한 4월이 될수도 있을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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