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타모니카서 4년동안 비누방울 부는 팀 딜렌벡
따뜻한 가을 어느 날 샌타모니카 방파제에서 ‘버블가이’(bubbleguy)’ 팀 딜렌벡(52)이 한 소년과 그 부모 앞에서 비누방울을 만들고 있다. 그 일을 소년과 부모, 딜렌벡 중 누가 가장 즐기는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소년은 끝이 없는 비누방울 속을 뛰어다니며 기쁨으로 비명을 지르고 부모는 옆에 서서 그를 응원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딜렌벡은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미소지으며 흐뭇해한다.
샌타모니카 부두에서 비누방울을 만드는 딜렌벡은 무하메드 알리, 로자 팍스, 간디와 같은 20세기의 저명한 저항인물은 아니지만 자신도 밤낮으로 비누방울을 만들어 날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밴나이스 주민인 딜렌벡은 방파제에서의 공연 시간을 제한(평일 오후 10시까지, 주말 자정까지)하는 샌타모니카 시의 조례를 증오한다. 그는 금지된 시간에도 비누방울을 불다가 경찰서, 법원은 물론 감옥까지 갔다. 수입 대부분을 팁에 의존하는 처지에 공연 금지 위반과 관련해 받은 티켓만 10여장이고 그렇게 4년을 보낸 지금은 거의 파산, 렌트를 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딜렌벡은 "피어에서 공연하는 사람들도 최소한 3가 산책로에서 공연하는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찰이 자신의 의무가 내게 티켓을 주는 거라고 믿는다면 경찰관을 원망하지 않지만 내 경우는 경찰관 개인의 판단과 임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계속 버텨서 시로 하여금 이 조례를 재고하게 하는 것이다. 딜렌벡은 "나만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말도 안 되는 법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고통받는다"며 "샌타모니카는 비누방울을 분다고 사람을 감옥에 보낸 최초의 도시"라고 비난했다.
이 조례는 본래 비즈니스와 거리 공연가들의 공존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샌타모니카 경찰의 벳시 스트래톤 루테넌트는 "우리는 조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할 뿐"이라며 "경찰이 하는 일은 단지 법의 집행이다"라고 강조했다.
1970년에 취미 삼아 처음으로 비누방울 부는 기계를 만든 자칭 히피 딜렌벡은 비누방울 만들기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플리트우드 맥’ 같은 록 밴드를 위한 콘서트 음향 시스템 디자인, 로봇을 이용한 무대 조명 조립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결국 비누방울을 만드는 일에 뿌리를 내렸다. 그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기 위해" 비누방울을 만드는데 모든 사람에게서 100%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고 했다.
딜렌벡은 수입 보조를 위해 알루미늄, 강철, 나일론과 플래스틱을 사용, 기계를 만들어 판매도 한다. 완성된 비누방울 기계는 가로 11인치, 세로 11인치, 지름 4인치로 16온스의 비누방울 용액을 담을 수 있는데 8개의 고무 막대가 회전하며 용액을 작은 전기 부채로 전달, 비누방울을 별똥별처럼 쏟아지게 한다.
길고 헝클어진 머리에 무성한 수염은 배꼽까지 내려온 데다가 녹슨 카트에 여러 가지 도구와 가방, 줄, 배터리, 부품, 비누방울 원액과 비누방울 기계들을 싣고 다니는 그는 영락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홈리스로 보인다. 그렇지만 자기와 잠깐만 이야기를 해보면 당장 선입견을 버리게 될 것이라는 ‘자존심’을 가진 사나이다.
지난해에도 딜렌벡은 부둣가에서 동틀 녘에 비누방울 기계를 둘리고, 공연 금지 지역에서 비누방울을 만들다 적발됐다. 섣달 그믐날 밤에는 공연 금지 시간에 기계를 돌리다가 다시 또 적발됐다. 딜렌벡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고 특별하고 자유스러운 모임에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말한다. 이런 일로 커뮤니티 서비스나 소액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지만 한번은 값비싼 경찰관과의 시비로 감옥에도 갔다.
방파제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인사들에게 딜렌벡은 샌타모니카의 상징이다. 사우스비치 지역협회 회장 엘렌 브레넌은 "딜렌벡의 주변에는 마술처럼 항상 군중이 모여 있다. 이 비누방울 사나이는 ‘샌타모니카의 비공식 친선대사’로 임명돼야 하며 언제 어디서나 비누방울을 만들도록 허락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딜렌벡의 공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계를 운반하고 부속을 저장하며 밴나이스의 모빌홈에서 매일 오가는데 사용하는 밴이 10월 초에 압수됐기 때문이다. 이 일은 샌타모니카 경찰관이 스모그 위반으로 그의 차를 세워 조사하던 중 딜렌벡의 면허가 정지됐음을 발견하면서 벌어졌다. 11월 초에 밴을 되찾게 됐지만 800달러 이상의 보관료를 내야 할 형편이다. 해변 방문객이 사라진 요즘 그만한 돈을 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렌벡은 여전히 기계를 완전 가동하고 있으며 밤이면 개당 200달러에 판매할 새 기계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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