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여성 사업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남자들은 사업이 잘 된다 싶으면 겁나게 늘려요. 어느 멕시칸 여행사는 지점을 100개가 넘게 내면서 사업을 확장하더니 어느날 하루아침에 망했어요. 여자들은 조심조심 사업을 하니까 크게 발전하는 것도 없고 크게 망하는 것도 없어요”
이 여성은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여행사를 하는데 사업이 날로 번창하지만 5-6년째 본점과 지점 2개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항공사들로부터 왜 지점을 늘리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들어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사업을 크게할 필요가 있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인생이 그게 다가 아닌데 싶어서이지요”
“좋게 말하면 분수를 아는 것, 나쁘게 말하면 진취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그는 스스로를 평가했다.
여성들이 사업을 하면서 어떤 테두리를 넘지 못하고 소규모로 안주한다는 지적은 근년 자주 제기되어왔다. 80년대 후반이후 경제계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여성 사업가의 증가이다. USA투데이가 몇달전 보도한 바에 의하면 87년부터 10년간 미국에서 여성소유 비즈니스는 거의 배가 늘었다. 97년 기준 그 숫자는 850만개에 달하는데 이것은 미국 전체 비즈니스의 1/3을 넘는 수준이다. 97년 한해동안 창업한 케이스만 보면 여성이 남성의 2배가된다.
여성들이 급속히 비즈니스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까지는 성공을 한것이다. 그런데 규모면에서 넘지 못하는 선이 있다. 선물점이든 옷가게든 ‘아담’한 정도에 만족할 뿐 사업을 몇배 몇십배로 늘리려는 여성은 드물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는 애초에 사업 목적이 다르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들은 대개 목적이 ‘먹고살자’입니다. 소극적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요. 반면 남자들의 목적은 ‘큰돈 벌고 성공하자’입니다. 실패할때 하더라도 사업을 늘리려 듭니다”
사업가들을 많이 접하는 LA의 한 은행가는 의지력면에서 남녀의 차이를 본다.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를 향해 추진해나가는 의지력인데 그점에서 여성들이 떨어집니다. 어디에 우선적 가치를 두느냐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사업가 남성에게 최우선 가치는 당연히 사업성공입니다. 반면 여성들은 가족이나 가정에 더 가치를 두지요”
그래서 정한 업무가 끝난후 남성들은 사업상 필요한 네트워킹이나 정보수집에 시간과 정력을 쏟을때 여성들은 가족에게로 돌아가다 보니 사업확장의 기회가 자의반 타의반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가족과의 관계는 소중한 것이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서에 따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여성의 사업규모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선을 긋고 지레 주저앉은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성장과정중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주입된 축소지향적 사고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대한 꿈을 가져라”“최고가 되라”가 남자아이들이 자라면서 받은 격려라면 여자아이들은 ‘소박한 꿈’을 미덕으로 배웠다. 성취의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언젠가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가 여성시청자들에게 3가지 소원을 써보내라는 요청을 한적이 있다. 인기 프로그램인만큼 전국에서 7만7,000여명이 응답을 했는데 그중 가장 큰 소원에 해당되는 것이‘아이들과 함께하는 유럽여행’정도였다고 한다. 소원이 거창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여성들이 왠지 거북해하는 주제가 ‘돈’이다. ‘머니’라는 말은 원래 로마의 여신 ‘모네타’에게서 유래된 것인데도 여성과 돈은 친하지가 못했다. 많든 적든 있는 돈을 아껴쓰는 정도가 바람직한 자세이지, 여성이 돈을 많이 벌겠다고 나서면 여성답지 못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돈에 대한 타부를 벗어야 하겠다. 돈에 대해 여성들이 눈을 뜰때가 되었다. 경제적 대등함없이 주장하는 남녀평등은 공허하다.
나의 현실은 내 마음속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이 커야 큰일을 할수가 있다. 여성중에서도 꿈이 큰 사업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작은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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