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광수생각’이라는 제목을 가진 만화가 있다. 이 만화는 단순 재미외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느날의 ‘광수생각’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였다. 한 시어머니가 새로 맞이한 며느리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초장부터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는 손가락으로 며느리를 불러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새아기야, 나는 긴말을 싫어한다. 손가락으로 이렇게 하면 오라는 말이니 잽싸게 오도록 해라. 그리고 이렇게 하면 가라는 말이다” 위엄을 갖추고 며느리에게 자신의 규정을 전달했다. 시어머니는 “예! 어머니, 잘 알겠습니다”며 공손하기를 기대했겠으나 신세대 며느리는 그렇지 않았다. 새 며느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머니, 저도 긴말을 싫어합니다. 머리를 이렇게 흔들면 바빠서 못간다는 의미이니 그렇게 아세요” 광수는 이날 “그냥 친딸같이 생각하세요, 친어머니 같이 생각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부간의 갈등이라고 표현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문제는 한국에서 유별나다. 미국이라고 그러한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토크쇼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다룬 프로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와 같이 사회문제는 전혀 아니다. 그저 개인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 문제를 한국에서 방송의 주제로 다룬다면 다른 방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긴긴 사연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고부간의 갈등은 대부분 시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시어머니들은 ‘광수생각’에 나타난 시어머니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의 책임이 전적으로 시어머니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을 일으키는데는 며느리도 일조한다. ‘광수생각’에서의 며느리가 “네! 어머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라고 고분고분하게 대답했으면 오히려 시어머니는 감동할지 모른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시어머니의 말씀에 순종하면 별난 시어머니가 아닌 이상 시어머니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게 될것이라고 믿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며느리는 ‘광수생각’에서의 며느리처럼 시어머니에게 초장부터 기가 꺾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한국의 군대에서는 새로 부임하는 소대장 길들이기가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신세대 며느리들도 시어머니 길들이기를 생각하지 않나 싶다.
실생활과 거리를 느끼게 하는 말들이 있다. 이런 말들을 공자 말씀이나 교장선생님 말씀이라고 한다. 다음의 말이 단지 그러한 공허한 말이 되리라는 예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시간차를 두고 한 집안에 시집온 같은 여자의 입장이다. 그저 먼저 이 집안에 들어 왔기에 집안의 전통이나 사정을 잘 아는 것이므로 자기가 가졌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새며느리가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리고 며느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와 시어머니의 경험을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현명한 며느리 한분이 계셨다. 이 분은 이미 또 다른 시어머니가 되셨을 것이나 어떤 시어머니가 되셨는지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히 훌륭한 시어머니가 되셨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수가 있다.
이 분은 한 가정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가셨다. 예전의 맏며느리들이 그랬듯이 시부모 모시고 남편 내조하며 시동생들까지 돌보아야하는 시집살이였다. 거기다가 만만한 시어머니가 아니셨다. 어떤 시어머니들은 음식맛 탓하는 것으로 며느리를 훈련시키고 권위를 유지한다. 이 시어머니도 만족하는 음식이 없었다. 금년 김장은 왜 이리짜냐? 왜 이리 싱겁냐? 오늘 찌개는 왜 이리 짜냐? 왜 이리 싱겁냐? 다른 며느리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이 며느리는 “어머니, 금년 소금이 싱거운가 봐요” “금년 소금이 짠가봐요”라고 대답했다. 소금이 싱겁다니 재치가 있다.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지만 더 이상 시어머니도 시비를 걸수가 없다. 옷을 수밖에 없다. 현명한 며느리의 대응은 이러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웃으면서 하는 싸움은 없다. 평화가 있기 마련이다. 바늘같은 시어머니에게 바늘로 대항하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이 있다. 바늘의 공격을 솜뭉치로 방어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다시한번 광수로부터
들어본다. “친딸같이 생각하세요” “친어머니같이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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