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20일. 제43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당초 선거 다음해의 3월4일에 시작하게 돼 있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던 1937년 전임 대통령의 ‘권력 누수현상’인 이른바 ‘레임덕’ 임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헌법 개정을 통해 1월 20일로 앞당김으로써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난 7일. 11월 월요일이 지난 첫 화요일 미국의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실시됐지만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10일이 지나도록 백악관의 열쇠를 쥐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재 개표를 둘러싸고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공방이 전면적인 법정 다툼으로 비화,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행정부의 정권 인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양 후보 가운데 누가 최후의 승자로 결정되든 새 행정부 출범과 국가의 분열상 치유 등 만만찮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으나 플로리다주 재 개표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정권 인수 기간은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에 비해 매우 짧아질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일부터 이듬해 1월20일까지의 정권 인수기간(올해는 73일)에 백악관 진용과 내각을 구성하고 수 백 개 요직을 임명하는 한편 선거 공약을 정책화하고 취임 연설을 준비하며 대규모 예산 지출을 검토하는 등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정권 인수 기간이 짧아지면 취임 후에도 본인은 물론 국익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사정으로 양 후보는 선거 이전부터 정권인수 팀을 은밀히 가동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고어 후보와 부시 후보는 소송으로 인해 인수 작업에 신경을 집중하기가 어렵고 백악관에 들어간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도 맥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미 두 후보 중 누가 새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권 인수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새 대통령에게 통상적으로 주어지는 밀월 기간이 잠식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법정으로 비화된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양 후보의 법정 소송이 계속되는 한 판사들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판사들은 양 후보가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명쾌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 대해서 참으로 공평한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없으면 어느 편에 기울어짐이 없이 공평한 의견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소송 당사자는 공평한 판단자가 되기 어렵다. 그래서 제 3자의 공정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판단은 크게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것은 ‘책상과 의자이다’는 사실판단이며 저 사람은 ‘매우 능력 있다’ 이것은 가치판단이다. 사실판단은 쉽지만 가치판단은 어렵다. 가치판단은 판단자의 주관과 감정,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관과 감정 이해관계를 떠나서 공정, 냉철하게 판단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 척도와 판단기준을 갖고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척도와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지 분석하고 비판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나는 얼마나 공정한가’에서부터 ‘나는 얼마나 사심이 없는가’ 또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우고 있는 가’에 이르기까지 이런 모든 물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마음을 비울 때만이 자신을 가장 엄격히 객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소송과 소송으로 미국의 자존심과 스타일을 구긴 이번 대통령 선거.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이 승자와 패자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축하와 격려를 나눔은 물론 혼돈이 지속되는 대선 결과를 지켜보는 전 세계 사람 모두가 흔쾌히 수긍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