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화제
▶ 잘나가던 성형의 비렌바움, 범행 15년만에 쇠고랑
몇 년전에 큰 히트를 친 ‘도망자’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주인공 의사는 아내살해 혐의를 받고 경찰에 쫒기는 신세가 된다.
교도소 호송 중 탈출한 그는 수많은 고비를 넘겨가며 범인을 추적한다. 결국, 주인공은 천신만고 끝에 아내의 살인을 사주한 진범이 자신의 친구 의사였음을 밝혀내고 누명을 벗는다는 스토리다.
지난 10월 24일, 맨해턴에 있는 뉴욕주 수피리어법원에서는 이 영화의 스토리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날 재판의 배심원단은 이 사건의 피고인인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 로버트 비렌바움에 대해, 15년 전 본처인 게일 카츠를 살해한 혐의로 2급살인죄 유죄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의 평결이 발표되는 순간, 방청석의 원고측 가족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진 반면, 비렌바움의 얼굴은 잿빛으로 굳어졌다.
죽은 게일의 오빠 스티븐 카츠는 중얼거렸다.
"게일, 기뻐해라. 우리가 마침내 그 놈을 잡았다. 15년이란 긴 세월이 걸려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그 놈을 잡고 말았어"
그동안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 비렌바움의 재판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비렌바움은 1985년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후, 세스나기를 세내어 두 시간 동안 대서양을 비행하면서 시체를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아 왔다.
원래 성격이 급하고 거칠었던 비렌바움은 아내가 자신을 떠나려고 시도한 순간부터, 아내에게 포악한 행동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일의 실종이후 경찰은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남편 비렌바움의 범죄개입 물증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그 결과, 비렌바움의 폭력적 성향과 최악의 부부관계 등 심증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사건을 영구미제건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
15년간 미궁에 빠져 있던 이 사건은, 검찰측이 비렌바움의 비행기록 변조사실을 밝혀내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비렌바움은 아내의 실종 당일에 비행기를 렌트했으나, 기록상에는 그로부터 한 달 후 렌트한 것으로 해놓았다.
실종되던 해, 게일은 뉴욕 맨해턴에 있는 헌터 칼리지의 심리학과를 늦동이로 졸업했으며, 감정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비렌바움을 처음 만날 당시, 대학을 이미 두 번이나 중퇴한 바 있었다. 그런 게일에게 비렌바움은 백마탄 왕자와도 같이 다가왔다.
뉴저지주에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비렌바움은 약관 22살에 의과대학을 졸업했을 뿐 아니라, 수개국어에 능통한 보기드문 수재였다. 그러나, 비렌바움의 총명한 지능 이면에는 그의 어두운 인격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1982년 결혼 몇 달 후, 비렌바움은 아내의 고양이 집착증에 격분한 나머지, 고양이를 화장실 변기에 넣어 죽이려 했다. 또, 그 다음 해에는 게일이 아파트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격분, 아내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졸랐다.
그는 아내가 갑자기 정신을 잃자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다가 결국 911 응급구조대에 전화를 했다. 게일은 이 사건을 법원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는 몇 달간 별거한 후 다시 비렌바움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 사건은 두 사람의 파경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게일은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한 인쇄회사을 경영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후, 롱아일랜드 교외지역에서 성장한 게일은 대학을 두 번 중퇴한 이후, 비서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또, 1979년에는 남자친구로부터 실연당한 후, 손목의 동맥을 끊어 자실을 기도하기도 했다.
게일이 비렌바움을 소개받은 것은 자살미수가 있은지 2년후의 일이었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 반해서 약혼을 했다. 그러나, 교제 도중 비렌바움은 게일에게 직장을 그만둘 것과 옷도 보다 보수적 스타일로 입을 것을 요구했다. 또, 결혼 이후에는 게일에게 중도에 포기했던 대학과정을 마치라고 요구했다. 게일은 헌터 칼리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마쳤다.
그러나, 1983년 발생한 목조르기 사건 이후,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 사건 이후 일년 사이, 게일은 두 명의 외간남자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게일이 실종된 1985년 7월 7일 아침,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남자친구와 살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비렌바움은 경찰에서 그날 아침 아내가 말다툼 끝에 급히 집을 나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 30시간동안 아내의 실종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경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듯 했으나, 경찰이 고양이 사건과 목조르기 사건을 밝혀낸 후 부터는 묵비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한편, 비렌바움은 아내가 실종된지 3주일 후, 재닛 촐레트라는 산부인과 여의사와 교제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촐레트와 재혼하고 노스 다코다주의 미노에서 성형외과 의사로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15년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인생은 자신이 살해한 전처의 망령에 의해 파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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