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트윌슨 천문대에 초강력 망원경 설치한 천문학자들
도시의 불빛에서 멀리 떨어진 LA 북동쪽 샌 개브리엘 산맥내에 자리 잡은 역사깊은 마운트 윌슨 천문대. 조지아주립대(GSU) 연구팀은 이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망원경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 3년을 보내왔다. 이 프로젝트를 20년전에 생각해낸 조지아주립대학의 ‘고각해제천문학센터(CHARA)’ 디렉터 할 맥알리스터는 지난 6개월간 부인과 함께 이곳에 상주해 왔다. 이제 연구팀은 망원경의 공식 데뷔를 몇일 앞두고 첫번째 망원경 두개를 설치하고 정상 가동시키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망원경 작동의 첫 단계인 성광을 모으기 위해선 우선 거울을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 새 거울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으면 망원경들은 별빛을 실험실로 다시 반사해 내기 때문이다. 거울은 조지아 주립대 연구팀 ‘간섭계’의 중요한 부분으로 이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보다 200배나 정밀한 이미지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천체물리학자인 38세의 테오 텐 브루멜라는 거울이 정지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의 아폴로 우주계획을 구경하면서 시드니 근처에서 자란 텐 브루멜라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기는 보통 남자. 하지만 일년에 몇 번 정도는 정장을 차려 입고 1,380만달러 규모 프로젝트의 기금 모금을 위해 ‘전국 과학 재단(NSF)’이나 ‘W.M. 켁 재단’ 의 거물들과 만난다. 며칠후에도 VIP들이 가득 모인 헌정식을 위해 정장을 할 예정이다.
최근 천문학 연구 방법이 고속 컴퓨터를 사용, 안락한 사무실에서 연구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화를 겪고 있음을 주목하거나 신경쓰는 외부인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마운트 윌슨이나 다른 외딴 곳에 자리잡은 천문대를 찾는 천문학자들은 자신의 여행을 즐긴다.
마운트 윌슨만 해도 가능성과 역사로 웅장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이곳에서 상대성 원리를 다듬었고 에드윈 허블은 이곳에서 은하수가 우주에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 우리 은하계를 우주의 중심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했다. 또한 노벨상 수상자인 85세의 찰스 H. 타운스도 지난 몇 년간 이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95년 역사의 마운트 윌슨같은 오래된 천문대는 오늘날 예전과 같은 신비스런 힘을 자랑하지 못한다. 요즘은 아무도 높은 산에 걸어 올라와서 실제로 망원경을 만지고 실눈을 뜬채 하늘을 바라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천체 궤도를 돌고 있는 허블 망원경에서 최신 자료를 공짜로 주문할 수 있고 사무실에 앉아서 망원경도 원격조종할 수 있는 세상이다. 컴퓨터로 접속하여 별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로 볼 수도 있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신세대 과학자들이 해발 5,800 피트의 마운트 윌슨같은 곳에서 별을 보는 데 연연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산 꼭대기에 가는 낭만이 없어졌다"고 불평하는 브루멜라는 요즘 천문학 전공 대학원생 중에는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만 한 덕분에 실제 자신들이 공부하는 대상인 별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없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패사디나에서 꼬불꼬불한 산길을 45분정도 운전하면 오를 수 있는 마운트 윌슨 천문대는 카네기연구소가 1904년부터 1918년사이에 건설한 것으로 험한 산길로 당나귀와 말에 망원경 부품들을 실어 날랐다. 당시에는 세계 최대의 망원경을 장착했던 이 천문대는 1930년대말, 당시 칼텍 대학원생이던 타운스 같은 사람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 타운스는 오로지 거기서 일하는 천문학자들을 구경하기 위해 슬리핑 백을 지고 이 산에 올라온 적도 있다.
지금은 UC 버클리의 아주 오랜 별들의 진화에 관한 관찰 프로잭트 작업 때문에 매 2~3주마다 한번씩 이곳에 오는 그는 1960년대까지 여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수도원’이란 별명이 붙은 숙소에서 머문다. 1964년에 레이저의 발명에 관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타운은 "마운트 윌슨은 나의 오랜 친구"라며 이 산에 오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과학이 좋다고 말한다.
숲은 연구팀의 백색 관측용 둥근지붕 가에 설치한 야간용 특수 전구에서 뿜어내는 붉은 색으로 빛난다. 해질녘에서 자정이 넘도록 텐 브루멜라는 하이킹 부츠를 신고 45피트 높이의 돔과 거대한 실험실 사이를 터벅터벅 걷는다. 실험실에서는 수술용 부츠같은 장화를 신고 풋볼 경기장만한 청결한 방에서 일한다. 연구팀은 망원경마다 각각의 천문대를 운영하며 여섯개의 망원경을 하나의 세트로 작동한다.
망원경의 공식 데뷔 며칠전 마운틴 윌슨의 다른 몇몇 연구진들과 GSU 연구팀은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수시간동안 지루한 거울 조정 작업을 시작했다. 텐 브루멜라가 실험실에서 장비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다른 과학자들은 망원경 작업을 했다. 자정이 다 돼서 문제는 다행히도 거울의 나사와 관련된 사소한 것으로 드러났고 쉽게 고쳐졌다. 자정까지 텐 브루멜라는 마지막으로 망원경 거울을 확인했다. 레이저 광선은 중앙에서 4mm, 혹은 10센트 동전 4개 두께 정도 벗어난 위치에 있었다. 다음날 마지막 조정을 하면 되니까 그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길기만 하던 다섯밤이 지난 후, 그리고 공식데뷰를 이틀 앞두고 연구팀은 마침내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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