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프로농구 인종차별의 벽 무너진지 반세기
한 겨울동안 코트를 뜨겁게 달구게 될 프로농구 NBA 정규시즌이 개막되었다.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진 뉴욕 닉스와 필라델피아 76ers의 개막전 경기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패트릭 유잉이 없는 닉스의 참패로 끝남으로써, 뉴욕 농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이 경기는 시즌 개막전이라는 사실 외에도 또 한 가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경기였다.
50년 전, NBA에서 처음으로 뛰기 시작했던 3명의 흑인선수들에 대한 기념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올 시즌 NBA 각 구장들에서 열릴 유사한 기념식들의 서곡과도 같은 것이었다.
현재 NBA는 미국 최고의 대중적 스포츠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선수들도 80% 이상이 흑인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50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우선, 선수들은 100% 백인들이었고, 농구 자체도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NBA에 발을 내디딘 흑인선수들은 말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번 메디슨 스퀘어 가든 개막전 기념식에는, 1950년대 NBA 사상 최초의 흑인선수였던 얼 로이드와 뉴욕 닉스에서 7년 동안을 뛴 넷 클립톤 선수가 참석했다.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된 척 쿠퍼 선수의 유족들도 참가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척 쿠퍼의 미망인 아이바 쿠퍼는, 보스턴 셀틱스 소속 시절 남편이 백인선수 밥 카우지와 나눴던 우정을 회고함으로써 관중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밥 카우지는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타선수였다.
"아마도, 남편이 그토록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밥 카우지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말문을 연 아이바는,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몇몇 미담을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흑인선수인 쿠퍼는 다른 백인선수들과 한 호텔에서 숙박할 수도,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밥 카우지는 다른 식당에 있는 쿠퍼를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한 번은 남부지방 어느 곳에서 원정경기를 하던 중, 식당 주인이 쿠퍼의 음식을 레스토랑 인근 철길 옆에다 갖다 놓았다. 이 때도, 밥 카우지는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고 철길로 나가서 쿠퍼와 함께 식사를 했다.
뿐만 아니라, 흑인선수는 선수단 버스를 탈 때도 항상 맨 뒷좌석에 앉아야만 했다.
쿠퍼의 딸 아니타 브라운은 말한다.
"아빠는 생전에, 경기에서 큰 활약을 하고도 버스의 맨뒷좌석에 앉아야 했던 비애를 술회하곤 했었다"
또 같은 선수단 내에서의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경기장 팬들로부터 당하는 수모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인디애나폴리스, 포트 웨인 같은 도시에서 경기를 할 때 이같은 경향이 심했다"
로이드는 이렇게 회상한다.
로이드는 NBA 현역시절 아홉 시즌을 뛰는 동안, 평균득점 8.1점, 평균 리바운드 5.8개를 기록했었다.
로이드의 얘기는 이어진다.
"관중들이 여러가지 모멸적인 별명들을 부르곤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내가 플레이를 잘 할 때 관중들의 야유가 터져나온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그런 도시들에서는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곤 했다. 관중들의 야유가 없으면, 내 플레이가 시원치 않았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로이드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시즌에 개최되는 NBA 루키적응캠프에서 강사로 참여해 오고 있다.
물론, 그는 오늘날 NBA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로이드와 클리프톤, 쿠퍼는 별도의 여관과 식당을 사용했지만, 요즘 NBA 흑인선수들은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을 한다. 또, 50년 전에는 흑인선수들이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았지만, 요즘은 전세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이에 대해, NBA 커미셔너 데이빗 스턴의 특별보좌관 밥 레니어는, 오늘날의 선수들은 로이드 같은 개척자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모든 난관을 극복한 그들의 인내심과 헌신, 그리고 자기훈련은 요즘 선수들도 배워 마땅하다"
그는 따끔한 충고도 곁들인다.
"초기의 흑인선수들은 매일 매일, 팀 동료들과 함께 섞이고 식사하고 잠을 잘 수 있을지에 대해 노심초사했다. 요즘 선수들은 초기의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커다란 유산을 잘 인식하고,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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