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취전문의 3만명, 전문 RN 2만7000명 활동
수술을 받을 때 환자들은 좋은 외과의사나 병원을 찾는데는 관심이 많지만 누가 마취를 담당하는지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뛰어난 의사와 수술에 적합한 환경을 고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사실 환자가 살아서 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몸을 맡기는 대상은 바로 마취 제공자다.
물론 오늘날의 마취는 수십년전과 비교할때 훨씬 안전하다. 여러 연구가 밝혔듯, 1980년대 초기 1만건중 1이던 사망률은 현재 25만분건중 1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상태를 변화시키고 환자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마취는 방심할 수 없는 작업이다. 갑작스런 혈압의 변화, 약품에 대한 심한 반응, 지나친 출혈, 의식을 다시 회복시켜야할 정도의 호흡 중단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C 마취전문의로 마취학을 수년간 가르쳐 온 도널드 카츠는 학생들에게 환자를 마취시킬 경우 늘 알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약품이 함께 어떻게 작용할 것이가, 환자의 몸이 약품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등이 다 문제라는 것이다. 카츠 박사는 "약은 다 위험한 것인데 마취에는 다양한 약이 쓰인다"고 지적했다.
위험 가능성은 알려졌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주는 데이터는 없다.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병원의 마취전문의인 리 A. 플레이셔는 "환자가 부작용을 일으킬 때 이것이 마취, 수술, 환자의 질병 중 무엇 때문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플레이셔와 영국의 연구가들은 ‘마취가 수술중 발생하는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확률을 18만3,000분의 1’ 추산하는데 물론 이 수치는 마취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플레이셔는 어디서 수술을 받느냐가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와 동료들은 외래 수술을 받은 17만명의 메디케어 환자를 검토한 끝에 가장 안전한 장소는 독립 수술전문병원이며 가장 안전하지 못한 곳은 개인 병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취의 발달은 종합병원만이 아니라 개인 병원에서도 수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병원에서는 의료 관계자의 감독이 드물고 정부가 요구하는 보고 사항도 많지 않은 개인병원에서의 수술이 규제가 적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생사가 걸리지 않은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플로리다의 다섯 케이스를 포함, 널리 알려진 몇몇 케이스들은 특히 의학계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한편 논란을 불러왔다. 플로리다 사망의 일부는 마취와 관련됐으며 주 의학위원회는 지난 8월 외래 사무실에서의 전신마취를 3개월간 정지시켰다. 의사사무실에서의 수술을 규제하는 주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저지, 로드 아일랜드 등 소수이며 오하이오는 사무실에서의 전신마취를 금지시킨다.
이같은 위험을 감안, 환자들은 수술전 마취제공자의 자격과 경력을 알아보고 병원측의 응급 설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특히 보험회사들이 진료비를 절약하려고 환자들을 종합병원 아닌 외래 병원으로 보내고 의사들도 이동 수술 센터나 개인 진료실에서도 수술을 하는 상황에선 더욱 중요하다.
수술시 마취를 하는 사람은 마취학 전문 훈련을 마친 의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 마취사도 현재 2만7,000명이 활동중이다. 100년도 더 넘게 활동해온 이들 마취전문 RN들은 학사 학위를 받은 후 2-3년간의 대학원에서 고급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과 마취 수행, 약 1,000시간의 마취 실습등을 공부하며 최소 1년간 위급 환자 간호를 마친다.
간호사 마취사의 업무 영역은 병원측이 관장하는데 의사들과 직접 상대하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수술실에서 마취전문의와 팀을 구성하기도 하고 마취전문의가 몇몇 수술실을 돌아다니며 감독하는 환경에서도 작업한다.
반면 미국내에 약 3만여명쯤 있는 마취전문의는 의대를 졸업한고 마취과에서 4년간 레지던트를 마친 의사들이다. 간호사 마취사와는 달리 의사들은 진단하고 처방할 자격을 가진다. 어떤 병원에서는 마취전문의만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은 간호사 마취사도 사용한다.
간호사가 마취 과정을 감독할 능력이 있느냐는 사안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백악관은 메디케어 상환법을 개정, 종합병원의 간호사 마취사들이 의사 감독 없이 일하도록 허가할지를 고려중이다. 이와 관련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독립적으로 기능할 자격을 주장하는 반면 마취전문의들은 특히 가장 병세가 심한 환자의 경우 의사의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취전문의들은 또한 간호사가 위험을 간파했을 때 과연 의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수술을 중단시킬 용기가 있는지 의문시한다. 하지만 몇몇 간호사 마취사들은 의사의 분노를 각오하고 진단되지 않았던 질병이나 약물남용을 발견한 후 마취를 중단시킨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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