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는 내 건너편에 있는 의자에 앉을 겨를도 없이 빨리 말을 시작했다. “오늘 아침 당신을 보러 여기 올 때 버스에서 내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나를 야릇한 표정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때 나는 내가 혼잣말하고 있다는 걸 곧 알아차렸어요. 내가 얼마나 크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최근, 정도이상 혼자 중얼거려요. 이런게 외로와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내게 말 상대가 없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자신에게 무어라고 말했어요?”라고 내가 물었다.
“그냥 ‘프레드같은 녀석은 죽여야 해’라고 말했어요. 다행히도 한국말로 했지요. 그러지 않았다면 곤란해질 뻔 했지요.”라며 도리스는 웃었다.
도리스는 미군과 결혼, 20대 초반에 미국에 왔다.
“네, 그건 도피였어요. 집에서 나오길 원했기 때문이죠. 특히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에게서요. 그는 폭행 기질이 있어서 어머니와 나를 때리곤 했어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회한이 너무 많아 도리스는 지금까지도 어릴 적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 정도이며 그녀가 마약에 빠지게 된 것도 아버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한동안은 결혼생활이 괜찮았어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순탄하지가 못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도리스는 자신이 ‘굳센 생존자’라고 생각했으나 이혼 후 더 강인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요청한 적이 없어요. 나는 자신을 너무나 존중했으므로 도움을 받을 수 없었지요. 아버지처럼 자신만만했지만 열심히 일하고 처신이 올바랐으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었지요.”
약 10년전 자신의 아파트단지에서 프레드를 알게 됐는데 어느날 밤 그는 도리스를 초대했다.
“그가 나더러 그냥 한 번 시험해보라고 했어요.” 라고 회상했다. “그가 피우고 있는 것을 조금 흡입해보라고 했는데 나는 그때 그게 마약인 줄 몰랐어요. 그것이 내 비극의 시작이었어요. 그걸 피우자마자 내 머리가 열리고 행복감에 도취되는 것이었어요. 나는 금방 그것을 아주 좋아하게 됐어요.
도리스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크랙 코케인’에 빠지게 되었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닥터 최, 마약 코케인이 얼마나 강력한지 상상하실 수 있겠어요? 내 마음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어요. 언제 다시 그걸 갖는가 하는 거였지요. 내 은행 잔고는 1년전에 다 없어졌고 완전히 무일푼이 되었어요. 금방 최악의 상태가 된 거죠. 내 모든 돈과 위신을 가져가버렸어요. 한 번 그런 마약에 빠지면 끝장이예요. 나는 그야말로 길바닥에 나앉고 말았죠.” 도리스는 종종 마약에 대해 신랄하게 말한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여러 가지 재활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도리스는 우리 클리닉에 오게 되어 지난 3년간 매주 치료를 받아왔다. 이 치료가 그에게는 ‘유일한 의지’이며 이것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도리스가 7년간 마약을 끊고 깨끗했으나 아직도 일주일에 두 번씩 금연자모임에 참석한다. 많은 중독자가 이런 프로그램에 줄을 닿고 있지 않으면 쉽게 다시 빠져드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도리스는 마약과 연관된 가슴아픈 기억들과 옛 보이프렌드 프레드에 대한 꿈을 자주 꾸며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곤 했다. 수많은 밤, 악몽에 잠을 깨고 울거나 회한, 분노, 절망 등을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왜 그런 꿈을 꾸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무서워요. 꿈에 마약을 다시 하는 것이었어요. 꿈에서 깬 다음 그게 꿈이었다는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온 몸이 땀에 젖고 가슴이 방망이질치는 나를 발견하곤 하지요. 나 자신이 너무 두려워요. 이런 유혹에서 자유로와졌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에게 저질렀던 과거 때문에 내가 미워져요.”
“내게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받을만하지 않은 것들이에요. 나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누구에게서 무엇을 훔친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을 해친 적도 없어요. 그러나 왜 나는 그렇게 많은 것을 겪어야 하는지요? 내 과거를 연필로 쓴 이야기처럼 지워버리고 싶어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들과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어요. 내 마음 한구석에 있는 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알아요.”
도리스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고립시키는 여러 가지 이유를 알고 있다.
자신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과 연관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들의 지원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음을 도리스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관계에서 상호의존이 필수요건일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논의했다. 서로 필요할 때 그들이 우리를 돕고 우리는 그들을 돕는 것이다.
한인에 대한 정확한 약물남용 통계는 없으나 음주가 사교의 기본이며 문제시되지 않는 관용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남자가 술을 못마시면 병신”이라고 아버지가 흔히 하던 말을 도리스가 기억하는 것처럼 나는 한인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남자가 술을 마셔야 한다는 말들을 종종 듣는다.
이런 강력한 문화사회적 거부의식으로 인해 우리는 별 문제가 없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모범 마이너리티’ 신화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허한 자신을 채우고 고독을 달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괴리되고 낙오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때가 이제 되었다.
도리스의 경우를 보면 마약이 고독과 억제, 불안을 통제해주는 한편으로 자존심을 파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치유되고 있다. 매주일의 치료를 통해 그녀는 자아를 강화시키고 충동과 불안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과의 유대를 배워가고 있다. 그녀는 금주단체의 원칙을 잘 따르고 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생각하고 살아라.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리치몬드 지역 멀티 서비스 센터의 임상 심리학 박사이다. 연락처는:
(415) 668-5955 ex. 39 혹은
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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