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팬들, 지역팀보다 출신국 선수 응원 추세
새천년 벽두에 치뤄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다른 어느 해보다 풍성한 화제거리를 낳으며 양키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수십년만에 같은 뉴욕 팀들끼리 결승에서 맞붙은 소위 ‘서브웨이 시리즈’로 치뤄짐으로써, 뉴욕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리즈에서는 ‘로켓맨’이라는 별명의 양키스의 강속구투수 로저 클레멘스와 메츠의 괴물포수 마이크 파이자 사이에 벌어진 팽팽한 신경전도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한편,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인 선수들 가운데는 유난히 남미계 선수들이 많아서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면, 1차전에서 4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연장 12회에 결승점까지 올린 양키스의 호세 비스카이노나 월드시리즈경기에서 놀랍게도 8연승을 기록한 올란도 헤르난데스가 남미계 선수들이다.
또, 경기 때마다 95마일 이상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면서 상대팀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를 비롯해서 정규시즌 내내 슬럼프에 허덕이다가 월드시리즈에서 화끈한 불방망이를 과시한 티노 마르티네스 선수 등이 모두 남미계 선수들이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남미계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팀과는 별도로, 출신지 배경에 따라 선수들을 개인적 차원에서 응원하는 성향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도미니카계 이민자들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 하이츠에서는 도미니카 출신인 메츠의 아만도 베니테즈, 티모 페레즈, 그리고 양키스의 호세 비스카이노를 응원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런가 하면, 베네주엘라 계통이 많은 퀸즈 플러싱에서는 메츠의 에드가르도 알폰조와 양키스의 루이스 소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가하면 쿠바계가 밀집 거주하고 있는 뉴저지 유니언 시티에서는 양키스의 선발투수 ‘엘 두께’, 즉 올란도 헤르난데스의 열렬한 팬들이 많았다.
유니언 시티의 쿠바계 시민들은 98년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헤르난데스를 위해서 별도의 퍼레이드까지 벌인 바 있다. 이 밖에도, 푸에르토리코계는 양키스의 4번타자 버니 윌리엄스를, 파나마계는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를 열렬히 응원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 남미계 극성야구팬들은 야구장에서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퀸즈 거주 도미니카계 이사벨 몰리노는 열렬한 메츠 팬이다. 퀸즈는 셰이 스태디엄이 위치한 메츠의 연고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 만큼은 메츠가 우승해야 했었다. 그러나, 양키스의 루이스 소호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라며 이중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자신은 메츠팬이지만, 루이스 소호가 도미니카계 선수이기 때문이다.
남미계 야구팬들의 이런 특이한 성향은 때로, 백인 연고지 팬들의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시즌, 뉴욕에서 벌어진 양키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즈의 경기를 관전했던 제임즈 맥도너프는 자신의 불쾌했던 경험을 이렇게 전한다.
"일부, 뉴욕의 남미계 야구팬들은 양키스가 아니라 상대팀인 클리블랜드의 4번타자 매니 라미레즈를 응원했다. 그들이 상대팀 선수를 응원한다면, 더 이상 양키스 팬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이번 월드시리즈 준결승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뉴욕에서 열린 양키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일부 남미계 뉴욕 야구팬들이 시애틀의 명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계 야구팬인 29세의 리치 맥기는 이렇게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나는 아일랜드계이다. 하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팀 선수인 제프 켄트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아일랜드계인 제프 켄트 선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루수이다.
한편, 이같은 응원행태에 대해서는 남미계 이민자들 내부에서조차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세의 현직교사 루이스 게레로는 말한다.
"단지, 출신배경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선수를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은 진정한 야구팬이 아니다"
게레로는 도미니카계이지만 양키스의 폴 오닐 선수의 열렬한 팬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남미계 선수들의 비율은 25%나 된다. 이는 1990년도 초반에 비해서 거의 두배나 많아진 수준이며, 미국내 다른 어느 프로스포츠에 비해서도 남미계 선수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뉴욕 양키스에는 남미계 출신 선수들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메츠는 남미계 선수가 12%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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