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관련 제품이 잘 팔린다. 성경이나 제의를 파는 전통적인 종교제품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반즈 & 노블’, ‘K마트’, ‘월마트’ 같은 일반 소매체인과 Amazon.com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종교 및 영성 관련 제품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그것도 종교적 명절 전후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연중 내내 그렇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종교제품 소매점들이 뒤처졌다는 말도 아니다. 이들도 수요 증대를 몸소 체험하고 있어 올해초 안식교단에서 운영하는 포토맥 안식교 서적 및 건강식품점은 매릴랜드주 실버 스피링에 세계 최대 규모 기독교 서점인 ‘어드벤티스트 북스토어’를 열었다.

이 가게에는 팔 물건이 많다. 성경책, 기도책, 영성서적, 뉴에이지 논문, 철학 및 동양 종교에 관한 서적들이 모두 전례없는 숫자가 팔리고 있다.
그 판매고는 지난 5년사이에 30% 이상 늘어 16억9000만달러이던 것이 올해 22억400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서적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음반협회도 종교음악이 전체 음반 판매고의 5% 이상을 차지하면서 클래식, 재즈 및 사운드트랙 부문을 앞지르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손님들은 금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도 사고 불교의 염주 같은 팔찌도 사며 회교의 기도 나침반이 달린 손목시계, 히브리어로 메이저리그 팀 이름이 쓰인 야구모자도 산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새천년대가 밝았기 때문이라느니, 베이비붐 세대가 영성을 추구하게 되었다느니, 이 나라에 전례없는 경제적 풍요 속에서 공허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다느니하고 말한다.

사실 이것은 효과적인 틈새 마키팅과 소매채널 다양화로 이룩한 확실한 비즈니스 현상이다. 에모리대학의 챈들러신학대학 교수 루크 티모시 존슨은 "사업가들이 과거에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벌리 앤더슨이 바로 그 시장의 산 표본이다. 집에서 탁아소를 운영하는 앤더슨은 안식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에서 샤핑을 하는데 그녀의 샤핑 리스트에는 크리스찬 비디오, 카드, 성경공부 지침서 및 ‘하느님을 사랑하라’ ‘예수님은 당신을 위해 돌아가셨다’라고 쓰인 15살난 쌍둥이 딸에게 줄 티셔츠가 들어있다. 교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교회인 에마뉴엘 처치에 출석하는 앤더슨은 "신앙 간증이지요. 이런 것들을 보고 사람들이 때로 질문을 하는데 그때가 바로 간증할 기회예요"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의 성경출판사인 하퍼콜린스 자회사인 존더반출판사는 5년전만 해도 찍어내는 성경책의 90%를 기독교 서점에서 소화시켰고 일반 시장으로는 10% 정도만 내놓았다. 그러나 요즘은 지난 6월30일까지의 1년동안 이 출판사의 기독서점협회 가맹점을 통해 매출이 20%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이 회사 제품의 50%가 전세계의 월마트나 K마트로 나간다고 탐 마커비 부사장은 말한다.

프랭크 부세미 K마트 대변인도 "우리 매장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도서 부문이 종교, 영성 서적"이라고 말하지만 반스 & 노블의 이 부문 판매도 크게 신장됐다. 올해들어 벌써 작년 판매고보다 20% 이상 증가했다고 홍보담당 디렉터 데브라 윌리암스는 말했는데 성경도 요즘은 여러 가지 다른 판이 나와 한 가정에 8~9권씩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존더반의 마커비는 덧붙였다.

또 인터넷 서점 Amazon.com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올해초부터 종교제품 취급 사이트를 따로 만들었다. 크리스찬 보드 게임과 음악, 비디오, 성경공부용 소프트웨어들이 모두 잘 팔리고 있어 이 사이트의 판매순위가 8위에서 4위로 올라갔다고 종교사이트담당 에디터 덕 맥도널드는 말했다.

한편 워터포드 웨지우드 USA사에서는 7인치 높이의 수정 십자가상이 베스트 셀러로 그 판매고는 1998년부터 1999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2000년에도 매출이 이미 1999년도 총매출의 3배를 넘었다고 이 회사의 마키팅 담당 부사장 아니타 브레이디는 말하고 있다.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샤핑 기회 역시 늘어났다. 회교도들은 Islamicity.com 사이트를 통해 히잡 차림의 라잔 인형, CD-ROM 코란, 기도용 방석등을 구입할 수 있다. 유대교 서점도 유대교인답게 살 수 있도록 순전히 종교 중심에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디자인을 바꾸고 히브리어로 팀 이름을 쓴 야구 모자부터 유대식 정결 식품들까지 일체를 판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