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명인사 무덤 찾는 취미클럽 ‘할리웃 언더그라운드’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53세의 J. 왓슨 가먼은 독특한 취미를 즐긴다. 그는 유명인사의 무덤을 찾아다니는 ‘헐리웃 언더그라운드(Hollywood Underground)’라는 모임의 회원으로 다른 12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최소 한달에 한번은 LA 지역 공동묘지에서 만나 새로 생긴 무덤도 찾아보고 헐리웃 전설들의 마지막 안식처도 다시 둘러 본다.
다른 회원들처럼 가먼도 자신이 방문한 무덤을 기록으로 남긴다. 새로운 유명인사의 무덤을 각각 사진으로 찍은 후 고인에 대한 연구가 될만한 관련정보를 적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내용을 고리가 세 개 달린 바인더에 가지런히 분류해 넣는다. 대부분의 젊은 회원들은 이같은 정보를 자신의 웹페이지에 올린다.
가먼은 자기를 비롯한 HU 회원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별난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스타트렉에 빠진 트렉키에 비하면 우리는 구세군이라 할만하지만 정말 광적인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 그들때문에 자신들이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는 사실은 밝혀야만 한다고 말한다. 우선 ‘미치광이’들은 바로 한밤중에 묘지에 숨어들고 검정 옷을 입는 반면 HU는 한밤에 묘지에 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 묘지가 문을 닫는데다가 어둠 속에서는 누구의 무덤인지 식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HU 회원 중에 검은 옷을 입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HU 가입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가먼은 또 ‘미치광이’들은 HU 회원들과는 달리 대개 직업이나 사회생활이 없다고 말한다. 아마 가장 중요한 구분은 바로 미치광이들은 작은 동물의 머리를 잘라 죽인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HU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며 많은 회원이 애완동물을 정성껏 기른다.
’남가주에 잠든 유명인, 악인, 그리고 평범한 인물(Southern California’s Graves of the Famous, the Infamous, and the Just Plain Dead)’이란 책을 마무리 중인 HU 회원 스티브 골드스타인은 "한번은 비석 뒤에서 머리가 없는 닭을 발견한 적도 있다"며 "우리는 악마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독특한 취미를 가진 보통 사람"이라고 자신들을 대변했다.
사실 HU만 죽은 유명인을 쫓아다니는 이들은 아니다. 유명인의 무덤을 찾는 그룹 중 단연 최대의 집단은 바로 관광객으로 카메라를 든 전세계의 구경꾼들은 언제고 LA지역내 주요 공동묘지를 방문한다. 관광객들은 그러나 이 세계에서 비교적 얌전한 편이다. 어떤 집단도 결의, 고집 그리고 조직 면에서 HU를 이기기 어렵다.
최근의 어느 일요일 오후, 회원들은 100도가 넘는 이상 더위에도 불구하고 선호 지역의 하나인 글렌데일 ‘포레스트 론 메모리얼 파크’에 모였다. 이 묘지는 연예계 거장들의 사후 집합장소와 같다. 월트 디즈니, 도로시 댄드릿지,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와 에롤 플린 등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골드스타인은 "저명인사들과는 생존시보다 사후에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다. 무덤과 나 사이는 6피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포레스트 론 같은 묘지에서는 6피트 이내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매리 픽포드, 험프리 보가트, 딕 파월 같은 많은 유명인들의 묘는 철문이 굳게 잠긴 벽으로 둘러쳐져 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한데 열쇠는 오로지 묘지 직원, 가족, 가까운 친구만이 갖고 있다.
LA지역 공동묘지 중 유명인 무덤을 탐색하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 포레스트 론이다. 묘지의 잠긴 문과 엄격한 규정으로 인해 이곳은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W.C. 필즈, 클라크 게이블과 진 할로우가 묻힌 ‘그레이트 머솔리엄(Great Mausoleum)’에서는 조의를 표한 후 즉시 자리를 떠나야지 주변에서 서성거리거나 기웃거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조용히 숨어 들어가려 시도해본 거의 모든 회원들이 발각됐을 정도다.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포레스트 론이야말로 가장 유명한 헐리웃 인사들이 묻힌 곳이기 때문이다.
가먼은 "연예인들이 유명해지기 위해 일생을 바친 후 죽었다는 이유로 대중의 눈 앞에서 사라지고 싶어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며 무덤 탐색을 옹호하는데 회원들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묘지에서 매력과 편안함을 느낀 사람이 많다. 보스턴 근처에서 유년기를 보낸 골드스타인도 폴 리비어, 존 행콕, 루이자 메이 앨콧의 무덤을 방문하던 것을 기억한다.
회원 간 또다른 공통적인 매듭은 옛 헐리웃에 대한 애정이다. 진 할로우나 더글러스 페어뱅스 주니어의 사진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간이 갈수록 회원들은 특정 묘지나 무덤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골드스타인은 헐리웃 포에버 묘지 내 더글러스 페어뱅스 시니어의 무덤을 가장 좋아하며 벅스는 포레스트 론 내 진 할로우 무덤을 최고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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